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News

속보

더보기

[김윤경 국제칼럼]경제엔 '모 아니면 도'는 없다

기사입력 : 2013년11월22일 10:28

최종수정 : 2013년12월04일 08:26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난세(亂世)에 영웅이 난다"는 말이 있다. 세상이 안갯속일 때,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을 알 수 없을 때 이정표가 되어줄 수 있는 등대 같은 존재를 원하는 건 인지상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출처=가디언)
위기가 끝난건지 아닌지 모르겠고 사방이 여전히 어지러운 지금 사람들은 소위 '한 방'이 될 수 있는 경제 전망, 투자 전망을 원하는 것 같다. 그래서 시원스럽게 경제나 시장을 진단해 주는 주체에게 환호하게 된다. 포퓰리즘과 난세의 영웅은 그렇게 태어나 성장한다. 

영웅이 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정부 때리기'나 '한 쪽 편에만 주구장창 서기'다. 정부의 경제 대책이 나오면 아쉬운 부분을 침소봉대하면 되고, 대책이 안 나오면 미적거린다고 하면 된다. '닥치고 한 놈만 패는' 전략이라고 할까. 하지만 경제가 그렇게 간단한 함수가 아닌 만큼 한 방향만 보면 오해할 공산이 크다.

부동산 시장은 거래 정상화가 가장 시급한 문제다. 매매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전세나 월세로 사람들이 몰려 병목현상을 빚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전세 보증금 때문에 생긴 난민들에게 전세 자금을 융통해주는 대책도 다소 필요하다. 그런데 금융 지원책이 나오기라도 하면 "가계부채 늘려서 경제 망하게 생겼다"는 지적이 꼭 나온다.

일면 맞는 말이다. 자꾸 전세 살 수 있도록 금융 지원을 해주는 것보다는 당장은 힘들 수 있어도 그런 '산소 호흡기'를 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런데 이런 비판을 하는 얘길 들어보면, 그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이런 강한 주장들이 폭풍처럼 밀려들면 너무 한쪽만 부각하는데 위험하지 않냐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의제설정 기능을 하는 언론이 맥락을 놓치고 단편적인 주장만 나열하는 것도 많이 본다. 어떤 학자나 전문가가 한 마디 한 것을 액면만 전달하고 맥락 속에서 해석해주지 못하면 이 뉴스를 받아들이는 이는 오해할 공산이 크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출처=텔레그래프)
개인적으로 가장 유감인 것을 예로 들자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우려' 혹은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 '일본식 위기 다시 올 수도 있다'는 식의 발언들을 그대로 제목에 옮기고 기사화하는 것이다.

초유의 위기 때문에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양적완화(QE)가 대대적으로 시행되었다. 이것이 중앙은행이 돈을 푸는 정책이라고까지는 많이들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돈은 풀기만 해선 안된다.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적시에 이걸 멈추기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플레이션 등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경기 회복과 함께 축소, 중단되는 것이 마땅한 이 양적완화를 놓고 '축소' 자체가 대형 악재인 듯 전하는 경향이 있다. 경기의 흐름이라는 맥락 속에서 얘기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만 부각되는 식이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나 기사들도 뜯어보면 도대체 몇 % 성장률을 기록하면 경착륙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겁만 준다. 우리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 경제의 경착륙은 우리와 세계 경제에 큰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중국 경제가 고성장하는 것이 목표인가, 아니면 근본적인 구조 개혁이 선행 과제인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침을 이해하기도 전에 수치만 갖고 다투는 격이다. 

시진핑 주석은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 "중국 경제가 해마다 7% 성장하면 샤오캉(의식주 걱정 없는 풍요) 사회 진입을 목표로 한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과 국민소득이 현재의 배가 될 것"이라고. 그렇다면 7%는 괜찮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이번 제18기 공산당 3차회의(3중전회)에서 "개혁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강경 발언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7%대 성장률 나왔다고 전월보다 제조업 지수가 좀 떨어졌다고 호들갑 떨 것이 아니란 얘기다.

이렇게 맥락을 알지 못하면 자칫 잘못하는 사이 문제의 근원을 놓치고 지엽적인 문제들만 갖고 갈등하게 된다.

전력난을 초래한 장본인은 정부가 맞다. 수요 예측도 제대로 못했고 전력 생산의 중요한 축인 원자력 발전소와 관련해선 비리나 저지르면서 "전력이 모자라다"며 위기감만 조성했다. 그런데 이 사이에 산업용 전기요금 체제를 더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면서 공이 민간 사이의 갈등으로 넘어왔다.

전기요금 인상은 기정사실화한채 산업용 요금을 올리느냐 주택용 요금을 올리느냐를 두고 샅바싸움이 되어버린 것이다. 기업들도 전력 소비자인 것은 마찬가지인데 "산업용을 더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전력 공급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한 얘기가 상대적으로 잦아들고 말았다. 

정책 실패만 계속 두드려봤자 시간 낭비일 수 있지만 왜 전력 공급 확대에 대한 얘기는 더 나오지 않는 것일까. '서민을 위한다'는 명분 하에 괜히 기업과 개인간 갈등 구조만 초래한 측면이 있지 않은가. 경제와 관련해 발언하는 전문가들이나 학자들, 그리고 언론 또한 반성해 봐야 한다.

기초노령연금 또한 마찬가지다. 대선 전에 노인들 누구에게나 20만원씩 주겠다고 약속했을 땐 언제고 지난 9월 70% 노인에게만 지급하겠다는 정부 안이 나온 이후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은 잦아들고 대통령령에 위임하지 말고 내용을 모호하게 하지 말고 확정하라는 이슈만 부각됐다.

그랬더니 지난 19일 나온 기초연금법안 최종안은 아예 70%에 대한 지급은 확정된 채 노인의 생활수준과 물가 상승률, 국민연금 가입자 소득 증가율을 바탕으로 10만원~20만원을 차등 지급하겠다고만 결정했다. 국민연금 연계안을 반대하며 보건복지부 장관이 물러났지만 이 부분은 더 건드려지지 않았고, 노인의 생활수준이나 물가 수준이란 것도 5년마다 반영한다고 하는데 5년이면 정권이 바뀔 수도 있다. 이런 부분은 언론에서 잘 명시되지 않고 있다.

(출처=가디언)
난세가 꼭 불행을 뜻하지는 않는다. 중국 주(周)나라 왕실이 약화되면서 전국 칠웅(일곱 나라)이 할거한 춘추전국시대는 정치적으로는 매우 혼란스러웠으나 진(秦)나라 시황제(始皇帝)의 통일이 있기까지 이 시절엔 유가(儒家) 등 제자백가가 활약하는 등 사상적으로는 매우 풍부했던 걸 보면 말이다. 

그런데 주변엔 이분법적 주장만 많은 듯하다. 하나의 현상은 그것이 나오기까지의 맥락과 히스토리(history)가 있다. 

현상만 알면 오해할 수 있고 그런 오해에 기반한 주장은 위험할 수 있다. 정답은 하나가 아닐 수도 있고, 옳고 그름도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균형적인 이해의 자세가 필요하다. 정치권력자가 그런 단선적인 사람이면 '아베노믹스'같은 막무가내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오광수 낙마로 본 정권 인사 수난사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인사는 만사다. 인사를 잘하면 지지율 상승과 함께 국정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인사가 망사가 되면 지지율이 떨어져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역대 대통령은 조각에서 난맥상을 보이며 후보자들의 잇따른 낙마로 애를 먹었다. 거의 예외가 없었다. 매 정권마다 초기 인사에 대한 비판적인 조어가 등장했다.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문재인 정부의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부의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이 대표적이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인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국민의 싸늘한 시선에 직면했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열린 수해 대비 현장 점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6.13 photo@newspim.com 이재명 정권도 예외는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에서 첫 낙마자가 나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오광수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의 사의를 수용했다. 지난 8일 임명된 지 닷새 만이다. 공직기강 확립과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이 낙마한 게 더 아플 수밖에 없다. 인사 검증 작업에 차질이 생길 경우 인선이 늦어질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조각에 52일 걸렸고, 문재인 정부는 195일 만에 조각을 완성했다. 윤석열 정부는 조각에 181일이 소요됐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오 수석이 어젯밤 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며 "이 대통령은 공직기강 확립과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의 중요성을 감안해 오 수석의 사의를 받아들였다"고 했다. 오 전 수석은 검찰 '특수통' 출신으로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다. '검찰 개혁'의 특명을 부여받았으나 대출 및 부동산 차명 관리 의혹이 잇따라 제기돼 결국 낙마했다. 이 대통령은 사법 개혁 의지와 국정 철학을 이해하는 인사로 조속한 시일 내에 차기 민정수석을 임명할 예정이지만 인사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 자연스레 인사 검증 기준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아도 제안을 받는 인사 열에 일곱 정도는 스스로 "검증 통과를 자신할 수 없다"며 손사래를 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오 전 수석에 이어 추가 낙마자가 나오면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자칫 임기 초반 인사로 어려움을 겪었던 전 정권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여당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에서 "여당 의원의 일원으로서 집권 초기에 이런 문제가 불거진 것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인사 수난사는 역대 정권에서 되풀이됐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2월 발표한 1차 조각에서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 박은경 환경부 후보자,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와 위장 전입 의혹에 휘말려 낙마했다. 박근혜 정부의 초대 내각 인사도 이명박 정부의 닮은꼴이었다.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는 부동산 투기와 아들 병역 면제 의혹이 불거져 지명 5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도 스스로 물러났다. 2014년 6월에는 사의를 밝힌 정홍원 총리 후임으로 지명한 안대희(고액 수임 전관예우 논란), 문창극(역사관 논란)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했다. 문재인 정부 조각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불법 혼인신고 사건 등으로 사퇴했다.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이유정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논란이 불거지면서 낙마했다. 윤석열 정부도 다르지 않았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정호영·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낙마했고,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5일 만에 학제 개편 논란 등으로 사퇴했다. 역대 정부에서 낙마자가 속출한 것은 인사 검증 시스템이 부실한 것이 원인이지만 대통령의 오기 인사도 한몫했다. 대통령이 특정 인사를 고집하면 주변에서 누구도 강하게 반기를 들기 어렵다. 결국 주요 보직에 임명되거나 지명된 뒤 논란이 불거져 낙마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leejc@newspim.com 2025-06-14 06:00
사진
李대통령, 대북 전단 처벌대책 지시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해 예방과 사후 처벌에 대한 대책을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이 이같이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 연천군 육군 25사단 비룡전망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이재명 대통령 인스타그램 이날 새벽 강화도에서 민간 단체가 북한 지역으로 전단을 살포한 것이 확인되면서 내린 지시로 파악됐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 정부는 접경지역 주민의 일상과 안전을 위협하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불법적인 대북 전단 살포는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정부가 입장을 밝혔음에도 이를 위반한 데 대한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지시로 오는 16일 통일부 주관으로 유관 부처 회의를 열어 대북 전단과 관련한 종합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대북 전단을 살포한 민간 단체와 개인에 대해서는 법 위반 여부를 따져 조치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전날 접경지역 주민 간담회에서 통일부의 대북 전단 불법 살포 자제 요청에 '이를 어기고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할 경우 처벌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wideopen@newspim.com 2025-06-14 19:5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