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윤선 기자]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기관지 금융시보(金融時報)가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논조의 글을 게재해 당국의 추가 통화완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도시금융학회 사무총장 잔샹양(詹向陽)은 금융시보 칼럼을 통해 '디플레이션이 가까이 다가왔다'는 주장을 펼쳤다. 관변 매체가 이런 논조의 글을 실은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중국 당국이 디플레이션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해석, 향후 정부 정책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잔샹양은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요인으로 ▲거시경제 둔화 심화 ▲통화공급 증가세 둔화 ▲소비자물가지수(CPI) 및 생산자물가지수(PPI) 하락을 들었다.
2014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4년만에 최저치인 7.4%에 머물렀고, 고정자산투자 증가율, CPI, PPI 등 주요 경제지표나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부진한 것을 볼 때, 중국이 디플레이션에 직면해있다고 판단된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현재 중국의 유동성이 풍부하고 통화와 대출규모가 충분하다는 이유로 디플레이션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지만, 과잉 생산과 비효율적인 투자로 인해 실물 경제에 유동성이 원활히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4년 말 기준, 중국의 총통화(M2) 잔액은 122조8400억 위안(약 2경1500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7년 보다 3배가 늘어난 액수다. 지난해 신규 위안화 대출은 9조7800억 위안(약 1700조원)으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통화 수치로만 보았을 때는 디플레이션과 거리가 멀어보이지만, 상당 규모의 통화와 대출이 과잉생산과 비효율적인 투자로 인해 실물경제에서 제 역할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비효율적 투자의 대표적인 예로 '4조 위안', '10조 위안' 규모의 대규모 부양책을 들면서, 이러한 조치가 기업들의 맹목적인 투자를 부추겨 투자 효율성을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잔 총장은 아울러 외국환평형기금 감소가 유동성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시했다. 지난 1월 중국의 외국환평형기금 잔고는 29조3000억 위안(약 5074조원)으로 전월대비 1082억6100만 위안(약 19조원)이 줄면서,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중국 부자들이 최근들어 해외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는 것도 중국의 경기 둔화와 부동산 침체,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초 궈광창 푸싱그룹 회장,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이 나란히 시드니 부동산을 매입했고, 춘제(春節·음력설) 장기 연휴를 틈타 해외 현지 부동산 '쇼핑'에 참여하는 중국인 관광객도 크게 늘었다.
일례로 호주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최근 14일 동안 480만 호주달러(약 41억 원) 상당의 부동산 세 채가 중국인 관광객에게 팔렸으며, 해당 부동산을 구매한 중국인 매입자는 물건을 확인한 후 24시간 안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디플레시대를 맞아 최근 중국 부호들 사이에서 럭셔리 호텔 투자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최근 중국 선샤인 보험이 맨해튼 고급 호텔 바카라 호텔을 인수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나이트 프랭크(Knight Frank)에 따르면, 중국의 해외부동산 투자 규모가 2009년 6억 달러에서 2012년 48억 달러로 8배나 급증했다. 2013년부터 부동산 기업이 해외 부동산 투자에 적극 뛰어들면서 투자 규모는 128억 달러로 확대, 2014년에는 150억 달러로 불어났다.
이처럼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면서 중국이 추가로 금리나 지준율을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태군안(國泰君安)증권은 경기 둔화가 심화되면서 1분기 GDP성장률이 7%로 내려갈 수도 있다며, 정부가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후에 금리나 지준율을 낮춰 디플레이션 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제시했다.
[뉴스핌 Newspim] 조윤선 기자 (yoon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