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담합 제재는 별개…"과징금보다 입찰자격 회복이 우선"
[세종=뉴스핌 최영수·김승현 기자] 건설사들이 미적발 입찰담합 사실을 오는 25일부터 2주동안 자진신고하면 정부가 공공입찰제한 조치를 사면해주기로 했다. 이로인해 건설사간에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다같이 신고하지 않으면 묻힐 수 있는 담합이지만 누군가 먼저 털어놓으면 과징금 처벌을 받아야한다. 특히 먼저 털어놓은 업체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제도)' 혜택을 볼 수 있다. 다른 업체가 신고할 것 같으면 그보다 먼저 신고해야하는 상황에 몰렸다.
◆ "입찰자격 회복이 최우선…대부분 자진신고할 것"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광복 70주년을 맞아 단행된 특별사면 대상자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침체에 빠진 건설업계로서는 당장 환영할 일이지만,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할 경우 공정위의 조사가 뒤따를 예정이다. 이는 곧 막대한 과징금으로 연결될 수 있다. 결국 '입찰자격'과 '과징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 조치는 입찰자격제한에 대한 사면으로서 공정위의 담합 제재와는 별개"라면서 "담합 사실이 드러날 경우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결국 담합 업체들이 자진신고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과징금에 대한 우려보다는 입찰자격 제한으로 인한 고통이 더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건설사들이 가처분소송을 통해 입찰제한을 피하고 있지만, 대부분 올해나 내년 상반기에는 제재가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과징금에 대한 부담보다는 입찰에 응하지 못하는 게 훨씬 손해"라면서 "담합 건설사들이 입찰자격을 회복하기 위해 자진신고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 건설업계 '죄수의 딜레마'…공정위 신고 늦으면 '과징금 폭탄'
담합 건설사들이 모두 자진신고를 외면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서로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공정위는 현재 1순위 신고자는 과징금 전액, 2순위 신고자는 50%를 감면해 주고 검찰 고발도 면제해 준다. 2개 업체가 담합했을 경우는 1순위만 감면해 준다.
따라서 어차피 자진신고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공정위에 먼저 자진신고해 리니언시 혜택을 얻는 게 상책이다.
업계에서는 광복절 특별사면이 확정된 이후 상당수의 담합 건설사들이 이미 공정위에 자진신고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도 "하반기에도 건설사 입찰담합에 대한 조사 건수가 많다"면서 "지난해 하반기나 올 상반기 못지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건설업계에서도 담합에 대한 과징금은 물더라도 이번 기회에 입찰자격을 회복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고위관계자도 "향후 공정위의 담합 제재로 다시 입찰자격이 제한되면 '절름발이 사면'이 된다"면서 "이번 기회에 (담합)건설사들이 자진신고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독려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김승현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