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리니언시에 '행복한 비명'…처분시효 임박해 속전속결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최근 50여 건설사가 입찰담합 사면을 신청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팽배했던 입찰담합을 뿌리 뽑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반면, 처분시효가 임박해 업무강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 공정위 리니언시도 봇물? "원칙대로 처리"
30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 8월25일부터 9월7일까지 정부에 사면신청서를 제출한 건설사는 57개사(37개 입찰공사)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종합건설사 22개, 전문건설사 17개, 안전진단사 8개, 엔지니어링 6개, 기타 4개사다.
이 건설사들은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돼 공공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대신 공정위의 담합 조사결과에 따라 과징금 제재는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면신청이 공정위의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제도)와는 별개지만, 사면신청서를 제출한 건설사들이라면 대부분 리니언시도 병행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공정위) 과징금보다는 공공입찰에 응하지 못하는 게 훨씬 큰 손해"라며 "사면을 신청한 건설사라면 상식적으로 공정위 리니언시에도 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리니언시는 업무규정상 대외비지만 평소와 다른 분주함이 대규모 리니언시가 있었음을 대변하고 있다. 공정위는 표정관리를 하면서도 법과 규정에 따라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부의 입찰제한 사면신청과 공정위 리니언시는 별개"라며 "리니언시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할 수 없지만 법과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 MB정부 입찰담합 처분시효 1년9개월 불과 '속전속결'
공정위가 분주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입찰담합 처분시효가 불과 1년9개월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담합사건은 2년 내외의 조사기간이 소요되고 위원회 심의와 처분도 수 개월이 걸린다.
사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처분시효가 최대 1년9개월이라면 실제 조사기간은 1년 남짓에 불과한 셈이다. 더구나 수십 건의 담합사건이 한 번에 몰린 상황이라면 자칫 처분시효를 넘길 수도 있다.
입찰담합 처분시효는 2012년 3월 공정거래법(제49조 4항)이 개정돼 같은 해 6월21일부터는 기존 5년에서 7년으로 연장됐다.
하지만 이전 사건은 소급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MB정부 입찰담합 대부분은 2017년 6월21일 이전에 처분을 끝내야 한다. 때문에 공정위는 기존 처분시효가 적용되는 사건을 우선 처리하는 집중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불법행위 시기(입찰일) 등 기본적인 사항을 파악하고 구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처분시효를 감안해 문제가 없도록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른 공정위 관계자도 "하반기에도 건설사 입찰담합에 대한 조사 건수가 많다"며 "지난해 하반기나 올 상반기 못지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