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중국 인물.칼럼

속보

더보기

[설] 개혁개방과 그 과실인 돈에 대한 삐딱한 성찰

기사입력 : 2016년02월03일 16:40

최종수정 : 2016년02월04일 07:17

[뉴스핌=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중국에서는 설쇠는 것을 궈녠(過年)이라고 한다. 이맘때면 읍내 장터는 설빔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가가호호 대문에는 복을 기원하는 대련이 나붙는다. 섣달 그믐(除夕)이 되면 녠예판(年夜饭 제야에 가족이 함께하는 식사)으로 만두를 빚어먹고 액운을 쫓는 의식으로 골목에 나가 폭죽을 터뜨린다. 제사가 없는 중국에선 녠예판이 설특집 프로그램 '춘완(春晩)' 시청과 함께 설 당일보다 더 중요한 설 의식이다.

중국 4세대 황젠중(黄健中) 감독의 영화 '궈녠(1991년 개봉)'은 평범한 중국 농촌 가정의 설 맞이를 모티브로 해  중국인들의 가치관과 의식구조가 개혁개방 10년만에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경제발전으로 돈이 생겼지만 가족들은 정작 금전문제로 의가 상하고 불화를 겪는다는 내용으로 개혁개방의 음지를 조명하고 있다. 어쩌면 돈이야말로 중국인들이 폭죽을 놓으며 기를 쓰고 쫓아내려는 바로 그 액운 덩어리일지 모른다.   

흰 눈이 천지를 뒤덮은 북방지역 산간마을의 고적한 농가. 눈속의 장독대와 마당에 줄줄이 내걸린 말린 고기, 마당이 넓은 깨끗한 집은 개혁개방이 가져다준 풍요를 상징하는 듯 하다. 거실 탁자에는 설에 먹는 견과류와 사탕이 수북히 올려져 있다. 설을 맞는 농촌마을의 서정과 정취를 느끼는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어보인다. 하지만 한꺼풀 들여다 보면 속내는 겉모습처럼 그렇게 낭만적이지 못하다.    

3남2녀의 자녀를 둔 초로의 청(程)씨는 부인과 단 둘이 녠예판 만두를 앞에 놓고 쓸쓸히 섣달 그믐저녁을 보낸다. 청 노인이 도시의 용접일로 벌어온 8000위안이 부부에게 그나마 큰 위안이다. “그까짓 자식들 안오면 그만이지”  청 노인은 섣달그믐 녠예판에 자식들이 하나도 나타나지 않자 이렇게 서운함을 드러낸 뒤 돈다발을 아내에게 내밀고는 연거푸 백주를 들이킨다.

5남매 자식들은 다음날 정월 초하루가 되서야 하나둘 얼굴을 드러낸다. 하지만 자식들은 만나자마자 부모한테 돈을 타내려고 혈안이고 결국엔 돈문제로 가족들간에 큰 불화가 빚어진다. 멋쟁이 여자친구를 데리고 베이징에서 온 둘째 아들 청위안은 대학원 논문때문에 선전 상하이 주하이 등 연해 발전지역을 시찰해야한다며 부모에게 손을 벌린다.

직장도 없이 빈둥거리는 철부지 막내 아들 청융 역시 여자친구에게 쓰려고 아버지에게 돈을 타내려 한다. 이래저래 심사가 편치못한 청노인은 이번에는 당초 결혼을 반대했던 둘째 딸 내외의 돈 자랑 때문에 자존심이 상한다. 

1991년 영화 궈녠은  농촌가정의 설쇠는 모습을 통해 인정이 메말라가고 물신숭배가 팽배한 사회상을 그리고 있다. 

내성적인 성격의 중학교 교사인 맏이 청즈는 아내가 시아버지 돈을 탐내는 것에 속상해한다. 그는 혼자서 퍼붓듯 술을 마신 뒤 아내와 실랑이를 벌이고, 다툼은 끝내 격한 싸움으로 번진다. 싸움통에  가족이 둘러앉았던 식탁이 뒤집어지면서 집안은 온통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청씨 집안의 유별난 설과 희로애락을 담은 영화 궈녠은 전형적인 허수이피옌(賀歲片 연말연시 설 명절 흥행을 겨냥한 작품)이다. 내용과 함께 제작시점으로 미뤄보면 처음부터 개혁개방의 폐해를 강조하는 정치적 목적성을 띤 영화라는 느낌이 든다. 이 영화는 제 4회 도쿄국제영화제 평심위 특별상수상을 수상했다.

돈 때문에 벌이는 형제들의 반목과 난투극에서는 얼핏 얼핏 ‘시장경제의 폭력성’이 엿보이기도 한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돈의 때가 묻은 사람들에게서 개혁개방전의 소박하고 따뜻한 인정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개혁개방은 비록 사람들의 손에 많은 돈을 쥐어줬지만 그 돈은 언제라도 사람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요물이 될 수 도 있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에서는 계층간 불평등이 심화하고 경제과열에 물가가 치솟으면서 1989년 천안문 시위가 발생했다. 이로인해 개혁개방에 차질이 생기고 경제는 크게 후퇴했다. 이런 배경하에서 1990년 제작된 이 영화는 '사람에게 있어 돈이 전부가 아니다'는 점을 강조하며 개혁개방 반대론자들의 입장을 옹호하고 있다.

하지만 시대적 요구였던 개혁개방이라는 중국 현대사의 거대한 물줄기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영화 궈녠이 상영된 이듬해인 1992년 덩샤오핑(鄧小平)은 '남순강화'로 다시 개혁개방에 불을 지폈고 중국은 고도성장과 함께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돈이 세상을 지배하는 물신숭배의 사회로 접어들었다.

 [뉴스핌 Newspim]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트럼프, 中 특별교역국 박탈 가능성" [서울=뉴스핌] 박공식 기자 = 미국과 중국 사이에 자존심을 건 관세전쟁이 계속 고조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부여한 특별교역국(PNTR:Permanent Normal Trade Relations, 영구정상교역관계) 지위까지 박탈해 중국에 대한 관세를 평균 61%까지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무역전문가들을 인용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1월20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에게 중국의 특별교역국 지위와 관련한 입법적 조치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PNTR은 이전 '최혜국대우(most-favored-nation treatment)'로 불려진 것으로, 관세와 항해 등 양국간 관계에서 제3국에 부여한 조건보다 절대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하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가 교역의 일반원칙으로 지지하고 있다. 미국은 2000년 중국의 WTO 가입 전 중국에 PNTR 지위를 부여했다. 이후 중국의 대미수출은 급격하게 증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PNTR 지위 재검토 지시 이후 존 물레나 공화당 의원과 톰 스워지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23일 하원에 공정무역복원법안(Restoring Trade Fairness Act)을 공동발의했다. 물레나 의원은 하원 중국관련특별위원회의 공화당 의장을 맡고 있다. 상원에도 동시 발의된 법안은 중국과 정상교역 관계를 중단하고 관세를 5년간 35~100% 수준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슷한 법안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의회에서 발의됐지만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해 폐기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무역 전문가들은 민주 공화 양당 지지가 점점 확산돼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짐 루이스 부소장은 중국이 글로벌 무역규칙을 따르지 않아 PNTR 지위가 박탈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트럼프는 중국과 어떤 거래를 할수 있을지 지켜보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기업 컨설턴트와 법률가는 거래 기업들이 중국의 PNTR 지위 상실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급망을 중국 바깥(제3국)으로 이전하거나 외국인 직원을 귀국시키고 중국내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있다고 했다. 추가 관세 부담을 전가하기 위해 납품 계약 조건을 재협상하는 기업도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경제연구소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무역단체인 미중무역위원회(USCBC:U.S.-China Business Council)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PNTR 지위를 상실하면 연료를 제외한 모든 중국산 제품은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생산했더라도 관세가 현재 19%에서 평균 61%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USCBC는 "중국에 대한 PNTR 지위 박탈은 중국의 무역 관행을 바꾸는 수단으로 적절하지 않으며 미국이 가진 다른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현지시간 2월4일 0시1분을 기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10%가 발효되자 중국도 즉각 보복 관세 조치로 맞섰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최대 6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한편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선임연구원 데렉 시저스는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없이는 PNTR 취소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미국과 정상적 교역국 지위를 가지지 못한 나라는 쿠바와 북한, 벨라루스, 러시아 등 4개국 뿐이다.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항구에 접근하는 콘테이너 화물선 [사진=로이터] kongsikpark@newspim.com 2025-02-06 13:54
사진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 '유리기판'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판 기술로 '유리기판'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FC-BGA(Flip-Chip Ball Grid Array) 기판은 플라스틱 재질로 제작돼 대면적 적용 시 휨 발생과 평탄성 저하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PLP(패널 레벨 패키징) 및 유리기판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6일 반도체 업계에서는 유리기판이 반도체 패키징의 한계를 넘어설 차세대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유기 소재 대신 유리를 사용함으로써 수율 문제와 패턴 왜곡 현상을 해결하고, 이론적으로는 칩의 패키징 두께를 최대 4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유리 기판 시장 규모는 지난 2023년 71억달러(약 10조 3063억원)에서 오는 2028년 84억 달러(12조 1934억원)로 18%가량 고속 성장이 전망된다. AI 등 차세대 기술 활용을 위해 고성능 메모리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앙처리장치(CPU) 등 반도체 패키징 기술의 중요도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관련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챗GPT가 그린 유리기판의 모습. [사진=챗GPT] 국내 기업들도 유리 기판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SKC는 CES 2025에서 유리 기판을 선보였으며, 자회사 앱솔릭스(Absolics)는 연간 7만2000㎡ 규모의 제2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또한 유리 기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스닥 상장사 나인테크도 FO-PLP 및 유리기판 관련 장비 개발을 완료했다. 나인테크는 열팽창 계수의 변화에 따른 기판의 휨 현상을 핸들링하고, 기판 두께가 얇아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장비 개발 및 테스트를 완료했으며, 향후 수요에 대비해 생산 시설 확충을 계획하고 있다.  나인테크는 지난 3년간 FO-PLP에 적용되는 모든 WET STATION 장비를 해외 반도체 회사와 글라스 코어기판 회사에 납품해왔다. 과거 레퍼런스와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생산 시설까지 증설된다면 유리 기판 관련 매출 역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인테크 관계자는 "급변하는 환경에서 PLP 장비 납품 경험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여 반도체 패키징 공정을 선도하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아낌없는 R&D 투자를 통해 PLP 및 유리기판이 상용화되는 시점에 나인테크가 우뚝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nylee54@newspim.com 2025-02-06 08: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