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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活着)] 삶에 관한 영화의 '바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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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장이머우( 張藝謀 장예모) 감독의 훠저(活着 인생)는 부잣집 아들인 푸구이(福貴 거요우 분)와 부인 쟈진(家珍 공리 분)이 40년대 국공내전기(46~49년)부터 70년대 문화대혁명때까지 중국 현대사의 혼란스러웠던 시대를 어떻게 ‘살아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 '인생'은 이데올로기와 전쟁, 대중운동이 사람들의 소박한 삶의 꿈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현대 중국인들이 모진 세월의 고통을 어떻게 견뎌냈는지 보여준다.   위화(余華)의 원작소설은 논두렁에 앉아있는 노인 푸구이가 기자에게 자신이 살아온 모진 삶의 역정을 들려주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주인공 푸구이는 도박으로 가산을 롱얼(龍二)에게 모두 잃고 대가집 도련님에서 하루아침에 그림자극(皮影 피극)으로 끼니를 연명하는 신세가 된다. 국공내전의 혼란속에서 장제스(蒋介石) 국민당 군대와  마오쩌둥(毛澤東)의 인민군에게 번갈아 끌려가 부역을 한다. 1949년 신중국이 건립됐지만 인민들을 기다리는 것은 전쟁 만큼이나 험난하고 고달픈 대중 정치 운동이다. 신민주주의 정치이념의 기치아래 지식분자와 자본가들이 숙청되고 세상은 농민과 무산 노동자 세상으로 바뀐다. 주인공 푸구이는 신분의 정체성을 고민하다가 자신이 무산계급에 속한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푸구이에게 있어 인생은 그야말로 새옹지마였다. 공산당 세상에서는 예전 도박으로  가산을 날린 게 오히려 목숨을 부지하는 전화위복이 됐다. 푸구이의 고대광실과 재산을 도박으로 가져간 롱얼은 1951년 이후 삼반오반 운동(1차 반우파운동)이 터지면서 사형에 처해진다.  처형장 총소리에 푸구이는 마치 총알이 자신을 관통하기라도 한 것 처럼 오줌까지 저리며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때 도박으로 재산을 날렸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그 총알은 롱얼대신 여지없이 자신의 머리통을 관통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상개조 바람에 과거 그림자극으로 인민군에 부역한 것도 지금와서는 혁명에 일조한 영웅적 행위가 됐다. 푸구이와 쟈진은 젖은 빨래속에서 인민군 부역 사실 증명서를 찾아내 마치 면죄부이기라도 하듯 벽에 붙여놓고 소중히 간수한다.   

1958년 전민 대약진운동이 본격화하면서 중국전역엔 생산제고 포스터가 나붙는다. 대만경제를 따라 잡자는 구호도 거세진다. 당시 중국 공산당은 대약진 집단화 운동으로 생산력 증대와 산업화 촉진을 실현해 철생산에서 15년래 영국을 따라잡겠다고 호언했다. 당시 상황으로 볼때 너무나 황당하고 터무니 없는 구호였다.  푸구이와 쟈진의 아들 요우칭(有慶)의 죽음은 이 무모한 대약진 계획으로 얼마나 많은 인민이 희생됐는지 귀뜸하고 있다.
 
삼면홍기(사회주의 총노선, 대약진, 인민공사)의 캐치프레이즈 아래 추진된 중국 대약진운동은 (군수)중공업 발전을 목표했고 이를 위해 철강생산에 힘을 쏟았다. 농촌은 인민공사 체제로 바뀌어 인민생활의 생산수단 공유화와 집단화가 가속화됐다. 가정은 생산대(生産隊)로 전환돼 대형 식당 공동취사 등 집단 공동생활이 보편화했다.  대신 가정의 수저와  냄비 주전자 양동이까지 공출돼 강철제련용 용광로속으로 들어갔다. 

대약진 광풍은 사회주의라면 무조건 좋은 것이며 개인의 삶은 전체와 집단앞에 얼마든지 희생돼야한다고 강요했다. 15년만에 100년 역사의 영국 강철산업을 따라잡겠다는 무모한 계획은 푸구이 가정에도 화를 몰고왔다.  고로에서 일하던 금지옥엽 아들 요우칭이 얄궂게도 푸구이 집안의 가장 친한 이웃인 춘성(春生)의 차에 치여 숨진 것이다.  이 일로 푸구이(쟈진) 집안과  춘성은 철천지 원한관계가 된다. 
 
대약진과 대기근, 그리고 잠깐동안의 경제 조정의 시기가 지난뒤 중국 대륙에는 1966년부터  문화혁명의 광풍이 휘몰아친다. 대약진 처럼 좌경화 운동이 거세지고 지식인 관료 학자 자본가는 반동으로 숙청되고  농민 노동자가 지상 최고의 계급으로 우대를 받는다. 푸구이는 인민군 부역 영수증을 벽에 소중이 붙여놓고 부적과 같은 효험을 기원한다.
 
문혁기중에도 1966~1969년은 마오의 좌경화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다. 거리는 온통 혁명가와 플로레타리아를 옹호하는 구호로 가득하고, 푸구이 같은 소시민의 집에까지 온통 마오쩌둥 뺏지와 마오 사진, 마오 어록을 담은 붉은 표지 소책자가 넘쳐난다. 집 밖은 마오의 충직한 로봇인 빨간 완장을 찬 홍위병들의 세상이다.  이들 호위병 앞에서는 전통문화와 낡은 세대, 스승, 심지어 부모조차 모두 청산과 타도의 대상일뿐이다.  

푸구이는 자기 인생의 궤적을 담은 그림자극 소품을 간직하려 하지만 혁명앞에 이는 불순한 사물일뿐이다. 40년대 푸구이는 그림자극 공연이 분위기를 돋우는 호화 도박장에서 놀음을 즐겼고, 이어 그림자극으로 삶을 연명하다 국민당과 공산군에 끌려가 역시 그림자극 공연 부역을 했다. 그러나  문혁이라는 또다른 세상에서 그림자극은 반동적 유산으로 전락했다.
 
아들 요우칭의 죽음이 잊혀져갈 떼쯤 딸 펑샤가 결혼을 한다.  푸구이와 쟈진 집안에 정말 드믈게 찾아온 행복한 순간이다. 푸구이는 마오쩌둥 포스터속에 마오 어록의 소책자를 들고 공산당을 칭송하며 건배를 하며 기쁨을 나눈다.  

원수사이가 된 춘성이 어느날 푸구이 집을 찾는다. 그동안 춘성은 본의아니게  친형같은 푸구이의 외아들을 죽게 한 자괴감으로 하루도 편한 날을 보내지 못했다. 그는 문혁의 광풍속에서 홍위병들에게 주자파로 몰려 탄핵을 받기에 이르렀다. 늦은밤 푸구이 집을 찾은 춘성은 마당으로 나온 푸구이에게 자신이 모아온 통장을 내놓으며 “훠저 뿌 룽이(活着 不容易,  인생 정말 힘드네요)”라고 울먹인다. 

친한 이웃의 아들을 죽게한 뒤 겪었을 심적 괴로움과 시대의 아픔을 털어놓은 것이다. 푸구이는 작별인사차 찾아온 춘성의 이 말에서 그가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챈다. 방안에서 푸구이와 춘성의 대화를 엿듯던 쟈진도 춘성의 처지를 이해하고 비로소 춘성을 용서한다. 그녀는 급히 신발을 끌고 나오며 어두운 골목길로 멀어져가는  춘성에게 “니지저,니하이쳰워먼쟈이탸오밍너 니더하오하오훠저(你记着,你还欠我们家一条命呢 你的好好活着)라고 말한다.  “당신은 아직 우리집에 한명의 목숨 빚이 있음을 기억해야한다”  쟈진의 이 말은 (이제 당신을 모두 용서했으니)죽지말고 꼭 살아남아야 한다는 당부의 소리다.   

원작자 위화가 소설의 제목을 왜 '훠저'라고 붙였을지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소설과 영화 훠저는 감당하기 힘든 삶의 시련속에서도 풀뿌리 처럼 모진 삶을 견디고 살아내는 인간의 강인한 모습을 표현하려는 게 아니었을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우리 속담의 의미를 되짚어 보게 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아직 푸구이 집안의 시련이 모두 다 끝난게 아니다.  홍위병들의 발호속에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푸꾸이와 쟈진의 유일한 혈육 펑샤는 아들 만터우를 난산한 뒤 생을 마감한다. 쟈진은 비통함속에 몸져 눕는다. 하지만 펑샤의 이 비통한 죽음과 동시에 찾아오는 만터우의 출생에서는 왠지 구시대와 새 세상이 오버랩된다. 아들 만터우의 탄생이 마치 현대중국의 불행을 뒤로하고 덩샤오핑이 주도하는 개혁개방의 새 날을 예고하는 것 처럼 느껴진다. 

지긋지긋한 대약진 정치운동과 문혁을 뒤로하고 개혁개방, 경제발전, 세끼밥 굶지않는 소시민적 행복,  이런 바램을 안고 태어난 아이가 만터우(饅頭)가 아닐까.   푸구이는 외손자 만터우가 살아나갈 삶은 자신이 헤쳐나온 인생과  다른, 새로운 세상이기를 염원하고 축복한다.  “만터우, 너는 참 좋은 때 태어난 아이야. 이제부터는 모든게 점점 다 좋아질 거란다”  그러면서 푸구이는 “병아리를 키워 거위를 사고, 거위가 양으로 바뀌고, 양이 다시 소가 되서 집안이 부자가 되는 꿈”을 아이와 함께 노래한다. 

[뉴스핌 Newspim]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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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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