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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어디로?] '1조' 기술수출이 자율 공시?…제도 허점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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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거래소 승인 절차로 공시 지연"
업계 "포괄적 공시제도 보완 필요"

[뉴스핌=이보람 기자] 한미약품의 공시 논란이 사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증권가 안팎에서 공시 제도의 허점이 지적되고 있다. 1조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이 현행 규정상 '자율공시'로 분류되면서 이번 사태의 장본인인 한미약품은 법적 책임을 피해갈 수 있게 돼 있다.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올무티닙 기술수출 취소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 손지웅 연구개발 총괄 부사장, 김재식 최고재무책임자 <사진=뉴시스>

지난달 30일 오전 9시 30분경 한미약품은 독일 제약회사 베링거인겔하임과 지난해 맺은 '올무티닙(HM61713)'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이 종료됐다고 공시했다. 회사측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전일 오후 7시경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이메일을 통해 계약 파기를 통보받았다. 통보부터 실제 공시까지 시간차는 14시간인 것.

문제는 회사측이 전날 호재성 공시를 먼저 내보냈다는 데 있다. 앞서 한미약품은 미국 제넨텍과 경구용 표적항암제 'HM95573'에 대한 기술이전계약(L/O)을 체결했다고 같은 달 29일 장 마감 뒤인 오후 4시 30분경 공시했다.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 발표를 호재로 해석, 30일 장 초반 한미약품을 집중 매수한 투자자의 손실은 누가봐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 한미약품은 이날 개장 직후 5% 넘게 상승, 장중 최고가 65만4000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30분 뒤 악재 발표로 하루 동안 주가는 18% 가량 급락했다. 변동폭이 24%p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늑장' 공시로 인한 투자자들의 손실에 대해 한미약품에 책임을 물을 수가 없다. 현행 제도상 기술이전 등과 관련된 공시는 '자율공시'로 분류돼 있는 데다 중요 공시사항을 24시간내에 공시해야 한다는 법적 의무는 지켜졌기 때문. 결국 제도의 허점은 금융당국과 기업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은 셈이다.

한미약품측은 지난 2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의도적으로 지연 공시를 한 것은 아니고 절차에 따라 승인을 받느라 시간이 걸렸다"며 "규정대로 24시간 내에 공시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기술 도입·이전·제휴 등과 관련한 사항'은 지난 5월 도입된 포괄적 공시제도 도입에 따라 '자율공시'로 분류된다. 이 제도는 54개 의무공시 항목 이외에 기업이 투자자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중요한 정보라고 판단했을 때 24시간 내 자율적으로 공시하게끔 한 것이다.

지난 2012년 거래소의 공시 사전 확인 절차가 완화된 데 이어 올해 확인 절차가 아예 폐지되는 등 공시 관련 제도가 꾸준히 완화되면서 해당 제도도 도입됐다. 당시 금융당국과 거래소 등은 기업의 편의와 공시의 신속성 등을 제고하기 위해 해당 제도를 도입했다.

결국 한미약품측 주장과는 반대로 거래소의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공시가 늦어진 데 대한 한미약품의 책임도 물을 수 없는 상황이다. 거래소측 관계자는 "30일 개장 전 공시를 권고했으나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고 답했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제도적 허점을 이용하는 사례가 나타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추가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미약품에 투자한 한 전업투자자는 "1조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이 왜 자율공시로 분류되는 지 모르겠다"며 "이번 건은 기업의 영업이나 실적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경영사항' 공시로 분류, 사유 발생 당일까지 공시토록 제도를 손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포괄적공시는 중요한 공시사항을 기업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공시하게 만든 제도로 24시간 내에 공시토록 한 내용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치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이번 사태는 공시 시점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괄적공시제도가 도입 취지대로 활용되기 위해선 법원 등에서 해당 제도를 지지하는 판례 등을 만들어 줘야 할 것"이라며 "기업이 제대로 공시를 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소송 등이 제기되면 기업이 아닌 투자자 쪽에 손을 들어줘 기업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걸 인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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