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설문조사 결과…47%는 자녀에 금품 송금
[뉴스핌=이영태 기자] 경기도에 거주하는 북한 이탈여성 중 북한에 자녀가 있는 여성의 57.5%가 북한 자녀와 연락을 하고 있으며, 47%는 북한 자녀에게 돈이나 물건 등 금품을 보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북한이탈여성 정착실태연구' 보고서 <이미지=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
경기도 산하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원장 한옥자) 안태윤 연구위원과 정요한 위촉연구원은 도내 북한 이탈여성 정착실태 연구를 위해 지난 8월12일부터 9월3일까지 도내 거주 탈북여성 4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16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조사를 실시했다. 연구원들은 28일 '경기도 북한이탈여성 정착실태연구'란 보고서에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결혼 및 가족(부부)관계, 자녀양육 및 교육, 경제활동, 신체적 ․ 정신적 건강, 사회문화적 적응, 정책요구의 측면에서 생활실태를 기술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들이 탈북한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목적이며, 중국(제3국)에서 남한으로 온 가장 주된 이유는 중국 등 제3국에서 불법체류자로 살면서 신변은 불안하나 북한으로는 돌아갈 수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심층면접 대상자 16명 중 5명은 중국 거주 시 중국 공안에 잡혀 북송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교화소에서의 심한 노동과 영양결핍, 체벌과 구타로 심신의 병을 얻어 남한에 와서도 건강상태가 매우 나빠 정상적인 노동을 하지 못하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 시기로 불린 1995~1999년 탈북한 여성(104명) 중 66.3%(69명)가 미혼으로 탈북했는데 이들 중 67.3%(70명)는 중국(제3국)에서 8년 이상 거주한 것으로 조사돼 이후 탈북한 여성들과 비교해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연구자들은 "이는 고난의 행군 시기 탈북한 여성들이 남한 입국이 본격화되기까지 중국(제3국)에 장기간 거주하였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39.3%는 북한에서 자녀를 낳았으며, 이 가운데 42.0%는 북한에 자녀가 있다고 답했다. 북한에 자녀가 있다는 응답자의 경우 57.5%가 자녀와 연락을 취하고 있다며, 이들 중 62.1%는 자녀를 데려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북한에 자녀가 있는 여성 중 47.0%는 지난 3년간 돈을 보낸 적이 있다고 했으며, 지난 3년간 보낸 금액의 총액은 60만원~3000만원, 3년간 총액의 평균은 512만6000원으로 나타났다. 월 평균 송금액은 월 평균 개인근로소득의 10.0%, 월 평균 가구소득의 8.7%를 차지했다. 응답자 가운데 71%는 북한의 자녀에게 돈을 보내는 일이 매우 힘들다고 응답했다.
설문응답자의 31.0%는 중국에서 자녀를 낳았으며, 그 중 42.7%는 중국에 자녀를 두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남한에서 자녀를 낳은 응답자는 24.3%였으며 자녀양육의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 곤란이라고 밝혔다.
설문대상자들은 남한에 오기 전 북한에서는 55%가 미혼이었으나, 중국과 남한에서 결혼, 이혼, 재혼을 경험해 현재 미혼인 경우는 14.8%에 그쳤다. 재혼율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남편의 국적은 북한, 중국(중국인, 조선족), 남한으로 다양했다.
응답자의 59.8%는 현재 무직으로 근로소득이 없다고 답했다. 이 중 24.0%는 남한에 와서 한 번도 일한 적이 없으며, 59.9%는 월평균 가구소득(지원금 포함)이 200만원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일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몸이 아프고 힘들어서'가 48.1%로 가장 많았다.
탈북여성들의 취업형태로는 비정규 계약직이 39.8%로 가장 많았고, 일용직도 16.1%를 차지했다. 근무지는 80.1%가 경기도내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취업자의 월 평균 근로소득은 144만9000이다.
구직경로는 무가지의 광고. 벽보, 현수막이 가장 많았고, 북한이탈주민 소개가 뒤를 이었다.
◆ 탈북여성에게 가장 힘든 점과 원하는 정책은?
일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일하면서 아이를 돌보기 어려운 점 ▲몸이 약해서 힘들다 ▲임금이 너무 적다 등의 답변이 제시됐다.
가장 필요한 취업지원책을 묻는 질문에는 '나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아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탈북여성들은 남한생활에서 가장 힘든 것은 경제적 어려움이라며, 곤경에 처했을 때 가장 의지하는 사람은 남편(남자친구)이고, 그 다음으로 북한출신 친구라고 답했다. 남한친구(이웃, 동료)를 꼽은 응답은 2.0%에 불과했는데 정착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비중이 더 낮아졌다.
아울러 응답자의 79.3%는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으로 남한사람보다 북한사람을 꼽았으나, 79.0%의 응답자는 자신이 처음보다 점점 더 남한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84.6%가 북한보다 남한에서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38.5%가 경기도 북한이탈주민 지원 정책에 대해 만족한다고 답했다.
탈북여성에게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는 신체적 질병치료와 건강증진프로그램을 꼽았다. 특히 무직으로 근로소득이 없는 경우와 월평균 가구소득 100만원 미만인 경우 취업지원보다 신체적 질병치료·건강증진 프로그램을 가장 필요한 정책이라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