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혁 대변인 "유엔 인권이사회·미국서 북한 인권문제 관심 독려"
[뉴스핌=이영태 기자] 외교부는 21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을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북한 정권의 잔혹성과 반인륜성을 공론화하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는 테러지원국 재지정 등을 협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여러 차원에서 외교적인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대변인은 "오는 27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되는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에 안총기 2차관이 참석할 예정"이라며 "이 계기에 정부는 북한 인권침해의 책임규명 필요성을 강조하고, 심각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독려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해서도 이번 제네바에서의 인권 논의 계기에 북한 정권의 잔혹성과 반인륜성을 공론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정부는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6일(현지시각) 독일 본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첫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있다.<사진=외교부 제공> |
조 대변인은 "미국 의회 차원에서 테러지원국 재지정 문제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피살 사건과 관련해 미국 측도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상당한 관심을 표명했고, 정부도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미국 정부 측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남의 장남 김한솔이 마카오를 벗어나려는 정황 등이 포착됐느냐는 질문에는 "어제 이어서 오늘에도 많은 언론의 관심이 있었지만 현재로서 확인된 것은 없다"고 답했다.
일본 TBS방송은 이날 "김정남 부검 결과는 조만간 발표될 예정으로, 김한솔이 말레이시아로 입국해 DNA 감정이 진행되면 시신은 가족 측에 인도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TV아사히는 "김한솔의 모습이 보도진에게 포착되지는 않았지만, 아버지 김정남의 시신을 확인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김한솔이 전날 밤 마카오에서 쿠알라룸푸르의 공항에 도착했다는 보도가 있다고 전했으나 아직 김한솔의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말레이시아에서 김정남이 피살되는 등 대북 관련 동향이 급변하고 있다"며 "외교안보 부처에서는 북한이 이번 테러행위에 응분의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황 권한대행은 "말레이시아 당국에서 이번 사건에 북한의 용의자가 연루되어 있다고 공식발표하는 등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볼 때, 북한 정권이 사건의 배후라는 점이 확실해 보인다"면서 "국제적인 이목이 집중된 공공장소에서의 살인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테러행위이며, 김정은 정권의 반인륜적 잔학성과 무모함에 온 국민과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김정남의 시신이 안치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립병원은 이날 오후 2시30분(한국시간 오후 3시30분)께 자국과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사인을 밝힐 예정이다. 기자회견에는 이 병원 법의학연구소(IPFN) 관계자가 나와 김정남 부검 결과에 대해 브리핑할 예정이어서 그의 피살에 사용된 독극물 성분과 직접적인 사인 등이 밝혀질지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