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회의 전후로 좁은 박스권에 갇혔던 뉴욕증시가 아래로 방향을 잡았다.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주가 상승 랠리에 불을 당겼던 정책 기대가 힘을 다했다는 분석이다. 친성장 정책에 대한 기대만으로는 추가 상승이 어렵다는 것.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뉴욕증시의 ‘허니문’이 종료됐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 |
21일(현지시각) 다우존스 지수가 237.85포인트(1.14%) 하락한 2만668.01에 거래를 마쳤고, S&P500 지수도 29.45포인트(1.24%) 떨어지며 2344.02를 나타냈다. 나스닥 지수는 107.70포인트(1.83%) 급락한 5793.83에 마감했다.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1% 이상 조정을 받은 것은 지난해 10월11일 이후 처음이다.
최고치에 오른 주가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는 모멘텀이 나타나지 않자 투자자들이 ‘팔자’에 나섰다는 것이 이날 증시 하락에 대한 월가의 의견이다.
트럼프 랠리의 주도 섹터인 금융주가 전반적인 지수 하락을 이끌어 지난 수개월간 지속됐던 대선 효과가 힘을 다했다는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비관적인 의견이 쏟아졌다. 이날 UBS는 뉴욕증시가 앞으로 5~10%의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화당이 헬스케어 개혁안을 이번주에 의회에서 통과시킬 가능성이 지극히 낮고, 투자자들의 정책 기대감이 이제 불확실성으로 변질됐다는 주장이다.
금융 섹터 애널리스트 딕 보브도 보고서를 통해 은행주의 트럼프 랠리가 종료됐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월가 투자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데다 연준의 금리인상이 예상보다 온건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금융주가 당분간 하락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찰스 슈왑의 랜디 프레드릭 트레이딩 및 파생상품 부대표는 CNBC와 인터뷰에서 “주가를 현 수준에서 끌어올릴 수 있는 촉매제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와 동시에 추세적인 주가 하락을 유발할 만한 강한 악재 또한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BMO 프라이빗 뱅크의 잭 애블린 최고투자책임자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의 조속한 이행 가능성을 깎아 내리기 시작했다”며 “이날 주가 하락을 공격적인 투매에 따른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투자자들은 정책 기대감을 다시 저울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웨드부시 증권의 이안 위너 주식 헤드는 “모든 투자자들이 대선 이후 동일한 재료와 방향으로 포지션을 설정한 데 따른 파장이 주가 낙폭을 확대했다”며 “주가 회복을 위해서는 우선 헬스케어 개혁안의 통과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종목별로는 금융섹터 지수가 2% 이상 급락한 가운데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키코프가 특히 각각 5% 이상 내리 꽂혔다.
소매 섹터 역시 약세 흐름이 뚜렷했다. 미국 하원의 세입세출위원회 소속 케빈 브래디 의원이 CNBC와 인터뷰에서 소위 국경세가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 개혁 최종안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소매 업체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SPDR S&P 소매 상장지수펀드(ETF)가1% 이상 하락했고, 메이시스와 타겟이 각각 3%와 2% 가량 떨어졌다. 애플은 아이폰7 신형과 새로운 아이패드를 내놓은 가운데 1% 이상 하락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