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범준 기자]‘복(伏)’날 중 가장 덥다는 말복인 11일, 서울·경기 등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가운데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강원도 동해 등 일부 지역에는 이날 오전 10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져 피해가 속출했다.
전날 밤 경기도 과천엔 호우주의보가 발령될 만큼, 시간당 30mm의 강한 비가 내리기도 했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아이러니’하게 폭염과 폭우가 공존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11일 오전 11시 이후 특보 발효현황 [자료=기상청] |
이는 지형적·기후적 여러 복합 요인이 있겠지만, 학계와 전문가들은 대체로 '지구 온난화'라는 모태의 '이란성 쌍둥이' 현상격으로 본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 제2실무자그룹(IPCC WGⅡ) 5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0년 동안 한반도 지표면 기온은 약 1.3도, 해면수온은 약 1.0도 상승했다.
바닷물의 온도가 0.5도 상승하면 태풍·폭우의 강도와 빈도수는 2배로 증대된다는 분석에 비추어 볼 때, 1970년대에 비해 폭우의 세기와 횟수가 약 4배 가량 많아진 셈이 된다.
'북태평양고기압 장벽'도 폭염과 폭우의 원인으로 본다. 최근 지구 온난화와 더불어 힘이 강해진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남부지방에 장기간 머물며 거대한 고기압 장벽을 만든다.
결국 비구름 띠가 고기압 장벽에 막혀 예전처럼 전국적으로 넓게 퍼지지 못하고 대체로 북한과 중북부 지방 사이만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국지성 폭우를 내리게 된다.
고기압 장벽은 또 몽골·중국 등지 사막에서 발생해 편서풍을 타고 넘어오는 '열적 고기압'을 가둬버리기도 한다. 여기에 도시의 인공열의 방출과 온실 효과에 따른 '열섬'(heat island)현상이 더해져 더욱 강한 폭염을 초래한다.
우리나라 주변해역의 계절별 해수면온도 시계열 [자료=IPCC 5차 평가보고서] |
그런데 강한 일사와 기온 상승으로 대기가 더욱 팽창하고 한번에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량이 많아지면서, 비구름은 대기 상층 10km까지 두텁게 발달하게 된다.
이때 도시에 많은 에어로졸(aerosol, 대기 중에 부유하는 0.001∼1.0㎛ 크기의 작은 고체 또는 액체상태 입자)이 수증기 응결을 촉진시키면서 강력한 물폭탄을 만드는 것이다.
뜨거운 햇살에 푹푹 찌는 날씨였다가도 스콜(squall, 열대 지방의 강한 일사로 대기가 상승하면서 내리는 소낙비)처럼 갑자기 비를 퍼붓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여름철에는 해가 쨍쨍하더라도 갑자기 비가 쏟아질 수 있으니 우산을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는 한편 "국가와 지지체는 도심 속 공원 등 자연녹지를 늘려 열섬 현상과 폭우 피해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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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