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조세핀(홍서영)과 로맨스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지나치게 귀엽고, 유머러스한 그의 또 다른 면도 만날 수 있다. 그 당시 신분상승을 한 나폴레옹이라면 그런 식으로 향락을 즐겼을 거란 한지상의 해석이었다. 또 조세핀을 잃고 광기로 미쳐버린 나폴레옹을 볼 땐 측은함이 절로 배어나왔다. '이러려고 여기까지 왔나'라며 한탄을 할 법한 그의 안타까운 말로에 한지상은 깊이 몰입했고 그 감정을 객석에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홍서영은 시원한 몸매, 아름다운 외모와 어울리는 깔끔한 보컬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조금 벅차지 않을까 싶을 무렵에 터져나오는 깨끗한 고음은 홍서영의 잠재력을 객석에 각인시키기 충분했다. 나폴레옹과 사랑할 때, 조세핀은 그 어느 남자라도 홀릴 정도로 매혹적이었고, 냉랭해진 나폴레옹을 보며 절망하는 감정 연기 역시 훌륭했다.
![]() |
강홍석의 나레이션(?)과 능청스러운 애드립은 어딘지 허전한 '나폴레옹'의 구성을 조금이나마 탄탄하게 하는 유일한 장치였다. 절름발이 연기를 하면서, 탈레랑의 캐릭터를 생생하게 살리면서, 동시에 극의 흐름까지 도맡아 이끈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터. 강홍석은 극한의 카리스마와 인간적인 공감대를 오가는 자신과, 나폴레옹의 이야기로 객석을 울리고 웃겼다.
◆ 아시아 초연의 아쉬움? 개인사로 축소된 나폴레옹의 영웅기
나폴레옹은 수 차례의 전투를 겪고 바닥에서부터 장군을 거쳐 황제까지 오르게 되는 '인생역전'의 캐릭터다. 단 몇 장면이나 단 몇 개의 무대 세트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웅장하고 굴곡많은 역경의 인물. 앞서 언급했 듯 무대에서 어떤 세트, 어떤 구성을 보여주더라도 빈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 |
무엇보다도 뮤지컬 '나폴레옹'에서는 영웅 서사나 역사적 사실에 치중하기보다 로맨스적인 면이 더 조명된 것이 사실. 그러다보니 극중 나폴레옹은 일종의 사랑꾼(?)으로 남게 된 느낌이 든다. 조세핀과 로맨스는 나폴레옹의 행동을 결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결국 그를 광기에 휩싸이게 하고 파멸시키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닐 터. 뮤지컬 '나폴레옹'에서 전하고자 하는 또 다른 의미와 메시지가 있다면 로맨스의 강도나 비중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더, '나폴레옹' 속 화려한 의상과 비주얼적 요소가 훌륭했기에, 더 거시적인 연출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단편적으로 정면으로만 보이는 무대와 세트를 조금 더 효율적으로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약간의 아쉬움이 든다. 또 나폴레옹과 조세핀의 로맨스와 유머러스한 장면들, 탈레랑과 함께 등장하는 2인 기쁨조(?)의 호흡 등이 파편적으로 느껴지지 않게끔 하나로 모으는 힘이 있다면 더 짜임새있는 '나폴레옹'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사진=쇼미디어그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