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달러 가치 하락에 대해 "전혀 우려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달러 약세 흐름이 한층 심화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달러 가치는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2022년 초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약세를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직후 가속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이오와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달러 가치 하락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아니다. 나는 그게 훌륭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하고 있는 사업을 보라. 달러는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 이후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는 장중 한때 1.2%까지 급락하며 이날의 저점을 다시 썼고, 달러는 주요 통화 전반에 대해 약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달러 매도에 사실상 '신호'를 준 것으로 받아들여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달러 약세가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행정부가 공유하고 있다는 메시지로 읽혔다는 것이다.
이번 달러 하락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시장을 흔들었던 지난해 이후 가장 큰 폭의 조정으로 평가된다.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 행보가 해외 투자자들의 미국 자산 이탈 우려를 키운 바 있다.
뱅크오브나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윈 띤은 "트럼프 대통령이 또 한 차례의 달러 매도세를 부추겼다"며 "행정부 내부에는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약달러를 선호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계산된 위험으로, 통화 약세는 질서가 유지될 때까지만 긍정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달러 약세의 배경에는 엔화 강세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에 대한 경계로 엔화가 지난주부터 급반등하면서, 달러 하락 압력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이 달러 약세의 근본 요인이라는 지적이 더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장악 발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한 압박, 재정적자를 키운 감세 정책,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리더십 스타일 등이 해외 동맹국과 투자자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눈에 띄는 점은 이번 달러 약세가 미 국채 금리 상승과 연준의 금리 인하 중단 전망 속에서도 나타났다는 점이다. 통상 이런 환경은 달러에 우호적으로 작용하지만, 투자자들은 대신 금과 같은 대체 가치 저장 수단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 실제로 금값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이른바 '통화 가치 디베이스먼트(debasement) 트레이드(가치 희석에 베팅하는 투자 전략)'가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년간 강달러와 약달러를 오가는 상반된 입장을 보여왔다. 그는 양자 협상에서는 강달러를 미국의 지렛대로 활용해 왔지만, 제조업 측면에서는 약달러의 이점을 강조해 왔다. 지난해에는 "나는 강달러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약달러는 훨씬 더 많은 돈을 벌게 해준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달러 가치를 요요처럼 오르락내리락하게 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통화 가치에 개입할 수 있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다만 그는 이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며, 과거 중국과 일본이 통화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추려 했다고 비판했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