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수정 기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본인의 이름보다 'OO엄마'로 불리는 현실. 남편과 아이를 뒷바라지하면서 정작 본인의 삶은 뒤로 미루는게 당연한 현실. 이제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엄마'들이 희생을 감내하고 있다. 연극 '에덴 미용실'은 자기 자신을 잊은 이들의 정체성을 찾가가는 이야기다.
소극장 창작 뮤지컬의 역사를 새롭게 쓴 '빨래'의 제작진이 모여 만든 연극 '에덴 미용실'(작·연출 추민주). 변두리 동네 미용실을 배경으로 치열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갱년기 아줌마들의 걸쭉한 입담은 물론, 사춘기 소년의 고민까지 공감과 위로, 소통과 성장을 모두 담으며 따뜻함을 전한다.
미용 경력 20년 베테랑 '성원장'(이정은)과 그의 아들이자 미용실 최고의 스타 '이쁜이'(안승균)가 주인공으로, 두 사람은 각각의 위치에서 고민하고 헤매는 인물이다. 성원장은 아들을 위해 바람 피고 밖으로 나도는 남편을 참고, 아들은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며 힘들어한다. 두 사람은 사회적 편견 때문에, 서로를 위한다는 마음에 끊임없이 망설인다.
미용실의 단골 손님이자 성원장의 절친 '반장 아줌마'(이경미), '통닭 아줌마'(김가영), '만물상 아줌마'(김지혜) 또한 각자의 사연이 있다. 일찍 폐경을 맞이하고 유방암을 겪거나, 갱년기로 힘들어하고, 더이상 남편과 성관계를 하지 않는 등 여자로서의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다.
이들의 숨겨진 속마음과 다르게 극은 시작부터 화끈하고 유쾌하다. 왜 19금 연극인지 깨닫게 만드는 아줌마들의 입담은 매우 노골적이고 도발적이다. 여기에 미용실 직원 '경미'(김사울)의 과감한 언행, 이쁜이의 새침한 매력이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내며 극의 재미를 높인다. 그러나 '성(性)'이 단순히 웃음을 위한 소재로 활용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자아성찰과 정체성으로 확장되며 생각할거리를 던진다.
작품을 보며 마냥 웃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이 거침없이 솔직하게 드러내는 욕망을 통해 중장년층 여성들에게는 공감과 회한을, 젊은 세대에게는 그동안 몰랐던 엄마의 삶, 그 이면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웃음 뒤에는 아픔이, 미소 뒤에는 슬픔이 계속 따라붙으며 흡사 롤러코스터를 타듯 감정 기복의 폭도 크고, 이야기의 진행이 빠르다. 그럼에도 높은 몰입도로 시간이 순식간에 흐른다.
성원장과 아들은 크고 작은 사건을 겪는다. 남편과 '목사'(정평), 목사의 아들 '반석'(장원혁)은 사건을 만들거나, 일종의 터닝포인트를 제공한다.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성원장과 아줌마들, 이쁜이는 서로를 더욱 이해하고 무엇보다 용기를 얻는다. 작지만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 그동안 감내해야 했던 시간들, 힘들었지만 결국 극복해낸 그들의 모습을 통해 관객 또한 힘을 얻는다.
무엇보다 싱크로율 100% 배우들의 차진 연기가 감동을 배가시킨다. 연기가 아닌 것 같은 자연스럽고 태연한 모습은 물론, 찰떡 케미와 호흡은 관객들이 더욱 집중하고 공감하게 만든다. 배우들 모두 한달 여간 미용기술을 연마한 보람도 있다. 연극 '에덴 미용실'은 오는 12월 31일까지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공연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주)씨에이치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