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수정 기자] 2년 간의 준비 과정이 헛되지 않았다. 여러 번 뒤엎으며 새롭게 탄생한 '멘탈 트래블러'.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기 충분하다.
우란문화재단(이사장 최기원)과 프로젝트 만물상(연출 이대웅, 음악 옴브레, 조연출 한아름)이 지난해부터 개발한 환상음악극 '멘탈 트래블러'가 서울 용산구 프로젝트박스 시야에서 공연 중이다.
'멘탈 트래블러'는 미국의 소설가 존 가드너의 소설 '그렌델'에서 보티브를 따온 작품이다. '그렌델'은 최초의 영웅서사시 '베오울프'에 등장하는 괴물로, 존 가드너는 영웅에게 죽임을 당하기 전 그렌델의 내면에 집중한다. 여기에서 한 단계 나아가 '멘탈 트래블러'는 제3자의 시선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작품은 영화 예고편을 만드는 회사를 배경으로 노팀장(김유리), 우PD(이성환), 박PD(김도완), 윤PD(배보람), 구인턴(김상보)이 등장한다. '그렌델' 예고편을 만든 박PD가 자신의 예고편에 지나치게 몰입하며 자살한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팀장을 비롯한 선배들은 박PD가 자살이 아닌 출장을 갔다고 말하고, 구인턴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이 과정에서 오는 혼란은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는데, 특히 뒤통수를 치는 커다란 반전은 그 순간부터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스포일러 때문에 말할 수는 없지만, 비틀고 뒤집고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현대인의 삶이 너무나 공감돼 씁쓸하고 슬프다. 물론, 극을 보는 관객이 처한 상황에 따라 느끼는 감정은 다를 테다.
박PD는 죽기 전 '최후의 이야기는 구인턴에게 남긴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다. '최후의 이야기'는 극중 인물들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이자 복선이 되는 장치로, 누군가에게는 매우 보잘 것 없지만,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의 목표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최후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관객들 역시 자연스레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삶과 죽음, 존재의 가치와 이유 등을 다루기 때문에 얼핏 심각한 공연 같지만 의외로 극은 유쾌하게 진행된다. 스피디한 전개는 물론, 곳곳에서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장면이 첨가돼 극의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또 움직이는 무대를 통해 다양한 분위기, 다양한 이미지를 선사하는데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다.
배우들의 열연은 말할 것도 없다. 노래를 부르고, 안무를 하는 것은 물론, 2층으로 구성된 무대를 뛰어다니며 미친듯이 연기한다. 막장드라마 같은 전개가 펼쳐질 때도, 비현실적인 상황이 이어질 때도, 배우들의 몰입과 연기가 관객들을 설득시킨다.
또 무대 양 쪽에 기타와 바이올린, 타악기 등을 배치해 공연 중간 라이브로 음악이 연주되고 직접 노래도 부른다. 작품의 주제를 관통하는 노래는 감정을 점점 극으로 치닫게 만든다. 이들은 단순히 배경으로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일부, 예술 퍼포먼스로 참여하면서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환상음악극 '멘탈 트래블러'는 오는 18일까지 서울 용산구 프로젝트박스 시야에서 공연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우란문화재단, 프로젝트 만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