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7월1일부터 본격 적용되는 '주52시간 근무'는 해외영업 근로자들에게도 뜨거운 감자다. 시차때문에 밤낮을 바꿔 근무하는 일이 다반사지만 정작 정확한 지침도 없는 실정이어서 답답함만 쌓인다는 하소연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한 중견기업 해외영업 파트에서 근무하는 이모씨는 시차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이씨는 “한국은 평일인데 현지는 휴일일 때도 있고 반대 경우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중동 국가 중 대부분은 한국 기준으로 금요일, 토요일이 휴일이다. 한 대기업 해외영업 부서에서 중동 파트를 담당한다는 A씨는 “중동 담당자는 사실상 주 6일을 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귀띔했다. 이어 “중동과 시차가 6시간이 나서 주로 밤에 일한다”면서 “집에서도 일을 하는데 일과 일상이 구분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기업에 근무하는 B씨 또한 “오늘도 경영진 보고 회의가 있어 새벽 4시 30분에 기상해 새벽 6시에 출근했다”며 “이런 일이 한 달에 2~3번 정도 있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상사에서 유럽 권역을 맡고 있는 C씨는 “시차가 있는 관계로 업무 관련 통화나 메일이 보통 퇴근 시간 이후인 5~6시 이후로 활발하게 이뤄진다”며 “주 52시간 근무가 시행된다고 해도 몸만 사무실에 없을 뿐, 마음 편하게 사무실에서 작업 하는 게 낫다”고 했다.
이어 C씨는 “야근을 무조건 지양하자는 움직임과 함께 오히려 불편하게 업무는 그대로 지속될 것 같아 우려가 크다”며 “진정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인지 아직은 확신이 없다”고 덧붙였다.
근무유연제 도입도 ‘무용지물’이라는 평가도 많다. C씨는 “근무 유연제와 관련해 인사팀에서 여러 가지 시범 운영을 하고 있지만 각 국가에 따라 변수가 많아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상사에서 미주와 유럽 등을 담당한 D씨도 “담당 지역에 따라 업무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제도가 있지만 실질적으로 상사 눈치로 사용하는 사람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이들은 더 중요한 문제는 해외 출장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해외 출장이 잦은 부서인 만큼 해외 출장을 근로 시간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합리적인 수준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C씨는 “원거리 해외 출장의 경우도 보통 주말에 출발해 월요일부터 미팅을 시작하고 한국에 주말에 입국한다”며 “이를 주 52시간 근무제와 어떻게 연결하고 방법을 마련할지도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선 이씨도 “주말에 비행기 타고 30시간 이동한다. 일주일 동안 출장을 끝내고 주말에 한국에 도착한다."며 "다음날 바로 출근해 대체 휴가를 하루 정도 받는데 대체로 못 쉬는 회사도 많다”고 했다.
해외 출장 시 비행, 출입국 수속, 이동 등에 걸리는 시간 기준은 노사 합의로 마련해야 한다. 이에 대해 이씨는 “비행시간 인정 기준도 회사별로 정하게 돼 있어 현실적이지 않다”며 “비행시간도 모두 노동 시간으로 인정해야 된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주 52시간을 정해놓으면 해외 영업을 못 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의견도 있다. D씨는 “해외 영업을 하는 사람이 저녁에 일 하는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관리해야 하는 해외 고객사는 업무 시간도 다르고 휴일도 다르기 때문에 고려대상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영업 이외에 업무로 발생하는 야근이나 주말 출근 등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상사가 퇴근 하지 않아 눈치 보고 덩달아 퇴근하지 못 하거나 고객사 접대를 위한 회식이 아닌 내부 부서끼리 불필요한 회식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7월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근로기준법은 주52시간 근무의 본격실시를 규정하고 있다.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은 주당 최장 근무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든다. 52시간은 법정 근로 시간 40시간과 연장 근로 12시간으로 구성된다.
주 52시간을 초과한 근무는 불법으로 간주된다. 다만 정부는 현장에서의 혼란이 지속되자 단속과 처벌을 6개월 유예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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