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피로누적으로 몸살감기...일정 취소
대통령, 국회의원도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적용
연차소진 눈치보기는 공직도 마찬가지
[서울=뉴스핌] 오채윤 기자 = "우리는 쉬어야 합니다. 휴식이 몸과 마음을 충전하고, 충전이 일의 효율성과 창의력을 높입니다. 4차산업혁명의 시대는 창의력이 경쟁력입니다. 삶의 여유야말로 주변을 돌아보고 서로를 걱정하게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노동절을 맞아 했던 말이다.
그러나 이토록 휴가를 강조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잇단 강행군으로 피로가 누적돼 몸살감기로 앓아누웠다. 결국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28일, 29일에 예정돼 있던 공개일정을 통째로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 등 과도한 일정과 누적된 피로로 인해서 몸살감기에 걸렸다"며 "주치의가 주말까지 휴식을 취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고 발표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올해 초부터 문 대통령이 제대로 쉴 틈 없이 바쁘게 지낸 탓에 몸에 무리가 왔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달 초 하루 휴가를 쓰기도 했으나 그간의 피로를 털어내기에는 충분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공무원의 연차휴가 소진을 독려해왔다. '휴가 예찬론'의 문 대통령의 뜻에 따라 이낙연 국무총리도 작년 휴가철에 연차 4일을 소진해 약 일주일 간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이 총리는 각 부처 장관과 기관장 등의 여름 휴가계획서를 인사혁신처로부터 넘겨받아 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대통령, 국회의원도 법으로 규정된 연차 제도(연가 제도)가 있을까. 쓸 수 있는 연차는 얼마나 될까.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 |
인사혁신처 윤리복무국 관계자는 "대통령의 연차휴가 일수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지만,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15조(연가일수)를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공무원으로 재직한 기간에 따라 연차가 적용된다. 6년 이상 재직한 공무원은 최대 21일의 연차를 사용할 수 있다. 병가‧공가‧특별휴가도 있지만 연차가 가장 기본이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재직기간별 연가 일수. |
이 기준에 따라 재직 기간별 연차 일수는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은 3일 ▲6개월 이상 1년 미만 6일 ▲1년 이상 2년 미만 9일 ▲2년 이상 3년 미만 12일 ▲3년 이상 4년 미만 14일 ▲4년 이상 5년 미만 17일 ▲5년 이상 6년 미만 20일 ▲6년 이상 21일이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공무원이기 때문에 위 규정대로 연차를 사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공무원은 연차일수 산정의 근거가 되는 재직기간을 '누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민간기업의 경우에는 퇴직 후 새로운 업종으로 이직하는 경우 이전 회사에서의 근무기간이 인정되지 않고 '초기화' 된다.
국회의원, 청와대 비서관‧행정관 활동 등도 공무원 재직기간에 포함된다. 보좌관이나 비서관도 마찬가지다. 이와 함께 군 복무 기간, 사법 연수원 교육 기간도 공무원 재직 기간을 계산할 때 적용된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국회의원 4년과 참여정부 청와대 근무를 합산하면 공무원으로서 일한 기간이 6년이 넘는다. 문 대통령은 군복무기간을 제외해도 21일이라는 최대치 연차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공무원의 경우 보직이 바뀌더라도 '국가'라는 하나의 기관으로 일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재직기간 누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차를 전부 소진하지 못했을 경우 사용하지 못한 일수만큼 금액으로 보상 받는 '연가 보상비' 제도에 대해선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다"고 전했다.
여름휴가철을 맞아 인천공항 출국장이 여행객으로 붐비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하지만 이미 주어진 연차휴가를 전부 소진할 수 없는 분위기는 여전했다.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휴가 일정과 관련 "지금은 하반기 원구성 문제 등 직면한 현안들 때문에 의원님이 매일같이 굉장히 바쁘다"면서 "휴가 계획을 세우기는커녕 주말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그는 "(의원이) 휴가를 가실지 안 가실지 잘 모르겠다"며 "작년에도 그렇고 의원을 비롯해 보좌진들이 휴가를 계획해서 쓴적이 없는 것 같다. 상황에 맞게, 여유가 생기면 쉴 것"이라고 전했다.
cha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