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훼손" vs "김지운 다움" 엇갈린 평가에 대한 감독의 생각은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누군가는 “원작을 훼손한 로맨스 영화”라고 평했고, 누군가는 “‘충무로 스타일리스트’ 김지운다운 작품”이라고 칭했다. 지난 25일 개봉한 ‘인랑’에 관한 이야기다.
‘인랑’은 2029년 경찰조직 특기대와 정보기관인 공안부를 중심으로 한 절대 권력기관 간의 숨 막히는 대결 속 늑대로 불리는 인간병기 인랑의 활약을 그린 작품이다. 1999년 제작된 오시이 마모루(押井守) 감독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작품으로 김지운 감독(54)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뉴스핌이 만난 김지운 감독은 ‘인랑’을 스크린에 옮기기까지의 과정부터 다양한 관객들에 평가들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
“사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1995)가 하고 싶었어요. 한국 시장에서는 불가능할 듯해서 할리우드 가서 만들어보자 싶었죠. 근데 그사이 판권이 넘어갔고 ‘인랑’이 눈에 들어온 거죠. 어렸을 때부터 로보캅, 베트맨 시리즈에서 본 강화복 액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한국에서도 이런 수트가 나오는 캐릭터, 스펙터클 영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컸죠.”
김 감독은 원작을 스크린에 옮겨오면서 크고 작은 변화를 줬다. 가장 큰 차별점은 시공간. 세계대전에서 패한 1960년대 일본이라는 원작 설정을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 속에 불완전한 통일을 앞둔 한국으로 바꿨다.
“원작처럼 과거로 할까 생각도 했죠. 4.19나 5.18이요. 그런데 조금 더 현실감을 부여하면 좋을 듯했어요.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불안 요소를 생각했고 그 안에 통일 이슈가 있었죠. 나라가 들끓을 수 있는 사안이기도 했고요. 경제 악화, 통일 이슈를 가지고 오면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원작의 암투와 투쟁도 쉽게 가지고 올 수 있을 거라 판단했죠. 주제를 다르게 간 건 의도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거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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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듯 ‘인랑’은 언론시사회부터 개봉한 지금까지 극과 극의 평가를 받고 있다. 김 감독 역시 이런 반응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단점으로 언급하는 게 멜로 라인 부각이죠. 아마 원작 팬들은 허무주의적이고 염세적인 세계관, 그 아우라를 기대했을 거예요. 하지만 여름 시장에 내놓으려면 대중적인 화법과 접근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오독이 생겼죠. 주인공이 친구, 여자, 아버지 같은 스승을 거치며 뭔가 깨우치고 자각하는 내용을 담고자 했는데 메시지가 잘못 전달됐어요. 로맨스 장르가 아닌데 그런 부분이 부각된다는 게 그렇죠. 두 번째는 보통 한국 영화들이 ‘사람’을 쫓아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그 감정을 따라 전모가 드러나는데 우리 영화는 개인의 감정이나 생각보다 어떤 프로세스를 드러나게 했다는 점이에요. 저의 전작 ‘장화, 홍련’(2003), ‘달콤한 인생’(2005) 역시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는 이야기지만, 이번에는 체계와 체제를 보여주고 싶었죠. 감정을 감추고 전체적 동선이 보이도록 만드는 과정에서 오독을 불러일으킨 거예요.”
반면 장점으로 꼽히는 건 미쟝센이다. ‘충무로 스타일리스트’답게 김 감독은 훌륭한 비주얼을 과시했다. 초반부 보여주는 근미래 서울의 모습, 완벽하게 재현해 낸 지하 수로는 물론 맨몸, 추격, 총기 등 다채로운 액션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영화 마니아들의 경우에는 박진감 있고 박력 있는 액션과 총격신에 좋은 평가를 해줬어요. 특히 MG42 기관총으로 총격적은 최초니까. 강화복을 입은 인랑의 존재감도 마찬가지고요. 또 영화적 영상미를 좋아하는 분들은 조명, 공간, 음악에 만족해줬죠. 어쨌든 그런 의미에서 장단점이 뚜렷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 더 쉽고 확실하게 취사선택할 수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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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김 감독은 국내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시야를 넓혔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인랑’ 속 또 다른 재미와 숨은 코드를 찾을 수 있기를 소망했다.
“국내 관객들은 어떤 코드를 찾는 데 인색해요. 영화는 종합예술이죠. 시나리오부터 음악, 미술, 카메라 다 의도돼 있어요. 그냥 가는 건 없죠. 인물이 표현하지 않아도 어떤 공간, 색감이 대신 말해 줄 때가 있어요. 그렇기에 면밀한 관찰이나 해독 행위 없이 초·중·고등학생들도 알 수 있는 드러나는 대사, 스토리로 작품을 평가하는 게 아쉽죠. 사람도 드러나는 행위 보다 감추거나 흐리는 행위에 방점을 두고 의미를 두는 게 더 많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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