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과 야망으로 가득 찬 오수연 연기
"여성성 최소화하고자 의상도 무채색 선택"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자신은 관장직에 오르고 남편은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것. 그리하여 상류사회에 입성하는 것, 그것이 인생의 유일한 목표다. 수단과 방법은 아무래도 좋다. 과거의 남자와 뜨거운 밤을 보낼 수도 있고 새파랗게 어린 후배한테 무릎도 꿇을 수 있다. 진짜 역겨운 건, 정말 참을 수 없는 건 영원한 2등의 삶일 테니까.
배우 수애(39)가 영화 ‘상류사회’로 극장가에 돌아왔다. 변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는 각자의 욕망으로 얼룩진 부부가 상류사회로 들어가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수애는 능력과 야망으로 가득 찬 미술관 부관장 오수연을 연기했다.
수애를 만난 건 영화 개봉을 앞둔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뉴스핌과 마주한 그는 “배우들의 숙명은 평가받는 거다. 수연의 옷을 입은 수애의 평가가 만들어지는 시점이라 지금이 가장 긴장되고 두렵다”고 떨리는 마음을 전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배우 수애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길 인근의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8.24 leehs@newspim.com |
“시나리오 읽고 수연의 당당함에 끌렸어요. 욕망을 좇으면서도 당당하게 자기의 민낯을 드러낸다는 게 좋았죠.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싶기도 했고요. 그동안 전 욕망을 부끄러워하고 회피하면서 살았는데 수연은 당당히 속내를, 욕구를 표출하니 매력적이었어요. 그래서 감독님을 만났고 ‘상류사회’, 수연, 나아가 수애에 대한 애정을 느끼면서 (출연을) 확신했죠.”
이후 크랭크인까지 약 6개월 동안 수애는 변 감독을 만났다. 대화 주제는 당연히 작품과 캐릭터. 다소 낯선 이야기, 낯선 수애의 모습이 관객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생각하고 연구했다.
“민낯을 드러내는, 2등이 1등이 되는 이야기가 낯설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감독님이 ‘학교에서 우는 건 꼴등이 아닌 2, 3등이다. 조금만 하면 1등이 될 듯한 안타까움 때문’이라고 하셨죠. 이해가 됐어요. 제가 청불(청소년관람불가등급) 설정으로 욕망을 좇는 것 모습도 거리감이 느껴질 수 있어서 고민이 많았죠. 더욱이 민감한 부분이라 많은 대화를 하면서 수정해 갔어요.”
쉽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보이는 이미지도 중요했다. 변 감독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긴 머리를 싹둑 잘랐고 의상 하나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긴 머리는 여성성이 부각돼서 단발로 자르겠다고 했어요. 감독님이 처음에는 의구심을 가지셨는데 막상 자르니 마음에 들어 하셨죠. 의상은 지양했던 게 분명했어요. 목선이 여리여리한 느낌을 준다고 감추길 원했어요. 전부 터틀넥을 입었죠. 그러면서도 둔탁한 느낌을 빼려고 소재감으로 분위기를 잡았어요. 여성성을 최소화하고자 색상도 무채색을 택했고요.”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배우 수애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길 인근의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8.24 leehs@newspim.com |
세심한 노력의 결과일까. 영화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수애는 이번 작품에서 강렬하면서도 새로운 인상을 남겼다. 수애는 “작품의 다양성이 중요하듯 배우도 다양성을 가져야 한다. 그렇기에 언제나 다양한 장르에 응했고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데뷔 초에 우울하다는 이미지가 커서 ‘9회말 2아웃’을 했어요. 이후에는 여리여리한 이미지래서 ‘아테네’를 선택했고요. 늘 틀 안에 갇힌다는 생각이 들면 도전했어요. 이번에도 그렇죠. 외적인 것부터 내면 연기까지 변화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물론 특정 이미지를 깨서 없애겠다는 마음은 아니에요. 오히려 확장해서 다 가져가고 싶죠. 특히 ‘드레수애’는 절대 잃고 싶지 않거든요(웃음).”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하루빨리 좋은 작품을 찾아 대중과 만나고 싶은 마음이다. 물론 그 전에 ‘상류사회’가 흥행한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지금 저를 들끓게 하는 욕망은 연기에요. 사실 신인 때는 부끄럽지 않은 게 가장 큰 욕망이었어요. 연기를 전공하지 않았는데 처음부터, 그것도 대타로 주연을 맡아서 부담스러웠거든요. 반면 지금은 연기적으로 관객들에게 ‘수애스럽다’, ‘굉장히 잘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게 가장 큰 욕망이죠. 물론 ‘상류사회’ 출발점에 서 있으니 영화 흥행이 첫 번째 욕망이고요(웃음).”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