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아프가니스탄에서 전례가 없는 극심한 가뭄으로 가족들을 먹여 살릴 수 없게 되자 6살 난 딸을 팔아야 했던 한 어머니의 사연이 미국 CNN을 통해 공개됐다.
아프가니스탄 중서부 헤라트주의 한 난민캠프에서 마을을 떠나 갈 곳을 잃은 한 아이가 카메라를 보고 있다. 2018.10.14.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아프가니스탄 중서부 헤라트주(州) 서부 도시 주변의 여러 가정들을 취재한 내용을 보도했다. 이들은 가뭄으로 인해 강제로 집과 마을을 떠나 난민캠프를 찾았다.
유엔에 따르면 폭력으로 인한 피란민들 보다 올해 가뭄으로 인한 유랑민들이 더 많았다. 가뭄으로 인해 약 27만5000명의 사람들이 마을을 떠났고 도시에만 8만4000명, 바드기스주에서는 18만2000명의 유랑민들이 정착할 곳을 찾고 있다.
4년 간의 가뭄은 아프간 서부 지역 농업을 망가뜨렸다. 심지어 지난해 최고 생산량을 기록했던 아편도 올해 양귀비 작황이 좋지 않아 3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극심한 날씨 여건 때문에 세계 기후 변화가 수십 년간의 전쟁으로 경제와 사회가 흙먼지가 된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나라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헤라트 밖 난민 수용소에서 CNN 카메라맨은 전쟁에서 남편을 잃고, 살 곳도 잃은 마마린(Mamareen)씨를 만났다. 그는 6살난 딸 아킬라(Akila)를 3000달러(338만5500원)를 받고 이웃 남성 나즈무딘(Najmuddin)에게 보냈다. 10살 난 그의 아들에 시집보냈다는 것이다. 사실상 돈을 받고 딸을 판 것이다.
마미린 씨는 "나는 심한 가뭄 때문에 세 명의 아이들과 함께 마을을 떠났다. 나는 이곳에 와 도움을 받을까 생각해지만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다. 나는 아이들이 굶게 하지 않기 위해 아이를 3000달러를 받고 남성에게 팔았지만 아직 받은 것은 70달러가 전부다. 나는 돈이 없었고, 음식과 생계비를 책임지는 가장이 없다. 남편은 죽었다"고 말했다.
아킬라가 자신의 운명에 대해 아느냐고 묻는 질문에 그는 "아이는 내가 자신을 판 것을 모른다. 그가 어떻게 알겠나? 고작 아이다. 하지만 나에게 별다른 선택이 없었다. 눈물로든, 웃음으로든 나는 그를 놔줘야 했다"고 말했다.
가뭄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주장하는 마미린 씨. 아프간에서는 지참금을 내고 일찍이 딸을 시집보내는 것이 하나의 문화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즈무딘 씨에게 이것은 자선의 행위였다.
그는 "마마린의 가족은 먹을 것이 없었다. 그들은 배가 고팠다. 나도 가난하다는 건 알지만, 천천히 갚을 수 있을 것이다. 2년이나 3년 안에"라며 3000달러를 일시불로 지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CNN 카메라맨은 "그러나 아이들이지 않나?"란 질문을 던졌고 그는 "상관없다. 이러한 일은 여기서 일어난다. 심지어 늙은 남성이 어린 아이와 결혼하기도 한다. 그냥 일어나는 일이다"라고 단언했다.
나즈무딘 씨도 아프간 서부를 강타한 가뭄의 피해자다. 그는 "밀 수확은 실패했고 멜론을 재배할 수 없었다. 모든 다른 작물도 가뭄 때문에 실패했다. 우리는 가축을 잃었다. 양, 소, 염소 모두 배고픔에 죽었다"고 설명했다.
자식을 팔 수 밖에 없는 사연은 마미린 씨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의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한 남성은 4살 딸을 팔았다. 그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돈도 없었고 수입도 없었다. 나에게 온 그 남자는 나에게 두 가지 선택권을 주었다. 돈을 갚거나 내 딸을 주거나. 나는 후자를 택했다"고 말했다.
여러 가정의 비극은 전쟁과 가뭄 등 여러 악재가 얽히고 섥힌 아프간의 현실을 반영한다. 현지에 투입된 미국의 조사관에 따르면 영토 45%가 탈레반 통제 하에 있거나 영향권에 있고 무고한 시민들의 사망률은 높다. 정확한 사망자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최소 수백명에서 수천명에 이를 수 도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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