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가족호칭에 대한 국민생각 조사' 설문조사
참여자 대부분 "문제 있다" 개선 의지 높은 것으로 집계
"얼굴에 철판 깔아야"…이번 명절부터 바뀔 지 관심사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정부가 성별에 따라 비대칭적인 가족 호칭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다가오는 설 명절 풍경도 바뀔 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번 달 22일까지 ‘가족호칭에 대한 국민생각 조사’를 시행 중인 여가부는 참여자들의 개선 의지가 높다는 설명이지만, 오랫동안 사용한 호칭이 쉽게 바뀔 지 의문이라는 시선도 있다.
[포스터=여성가족부 제공] |
이번 조사는 여가부가 추진하는 제3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16~2020)의 2019년 시행과제 중 하나인 ‘성 비대칭적 가족호칭 개선’의 일환이다.
이날 오전까지 총 2만7000여명 이상이 설문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다수의 참여자들은 현재의 가족 호칭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결혼한 여성은 배우자의 부모님 댁을 ‘시댁’이라고 부르는 반면, 결혼한 남성은 배우자의 부모님 댁을 ‘처가’라고 부른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문제가 있다’는 답변이 97.6%에 달했다. 이를 ‘시가’와 ‘처가’로 개선해야 한다는 답변이 53.1%로 가장 높았고 ‘시댁’과 ‘처댁’으로 부르자는 의견(22.5%)도 많았다.
남편의 동생을 ‘도련님’이나 ‘아가씨’라고 부르는 반면, 아내의 동생은 ‘처남’혹은 ‘처제’로 부르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는 답변이 98.8%였다. 이를 ‘이름+씨’로 통일하자는 답변이 절반 이상(52.8%)이었다.
이밖에도 ‘장인어른·장모님과 아버님·어머님’ ‘할머니·할아버지와 외할머니·외할아버지’ ‘손자·손녀와 외손자·외손녀’ ‘형님과 처형’ 등 호칭에 대해 참여자 대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가족 내에서 부르거나 가리키는 말이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하겠나’라는 질문에 ‘현실을 반영하도록 고친다’는 답변이 81.9%에 달해 실제 개선 의지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
이에 따라 온 가족이 모이는 이번 설 명절을 앞두고 호칭 변화 바람이 불 지 관심이 높다.
맘카페 등 여성 관련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관측됐다. 다만 실제로 정착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들은 “시댁 어른들 눈치가 보여서 먼저 말을 꺼내지 못 하겠다” “아예 법제화되지 않는 이상 얼굴에 철판 깔고 바꾸는 것은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이번 설에 바로 호칭을 바꾸겠다”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이야기를 꺼내 보겠다” “지금 우리 세대에 정착해야 아이들 세대가 변한다” 등 적극적으로 개선 의지를 밝힌 경우도 있었다.
결혼 6년차 여성 A(38)씨는 “가족마다 분위기가 다르지만 당장 호칭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정부에서 설문조사도 진행하고 있는 만큼 남편이랑은 이 문제를 상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족 문화는 위계가 있어 가족 내에서 토론을 통해 호칭을 개선하기란 쉽지 않다”며 “다만 요즘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저항감이 많은 만큼 점차 변할 수 있을 것이며 정부에서도 이번 설을 이용해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여가부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청회 등 의견수렴을 거쳐 올해 상반기 안에 가족 호칭 개선 권고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iamky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