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정책브레인 '징검다리 포럼' 발족...1300명 인파
I노믹스, 평화이니셔티브로 등 김병준식 시장경제 역설
한국당 지지율 25% 선까지 끌어올려...차기 행보 주목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7개월여의 비대위 생활을 마치고 야인으로 돌아간다.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책사였지만, 탄핵 정국 이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참패한 한국당의 구원투수로 나섰던 그다.
김 위원장은 4%에 불과했던 당 지지율을 20%대 중반까지 끌어올렸다. 목표치였던 30%에 가깝게 달성했다고 자평할 만큼 보수진영의 재기에 단단히 한 몫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자신감의 발로일까. 김 위원장은 퇴임 기자회견을 가진 25일 지지자들과 함께 곧바로 포럼을 발족시키며 다음 행보를 예고했다. 예컨대 앞으로 김병준식 '마이웨이 정치'를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국회에서 가진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02.25 yooksa@newspim.com |
◆ "두세달 있다가 쫓겨날 거라 했지만 여기까지 왔다"
김 위원장은 전날 마지막 비대위 회의에서 “시작할 때만 해도 저보고 누가 ‘한 두세 달 있다가 쫓겨날 거 아니냐’ 이렇게 이야기하신 분들도 있고 했는데 여기까지 왔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회의 후 나경원 원내대표는 그에게 이례적으로 감사패를 전하기도 했다.
비대위 회의 후 가진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은 당분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악화된 건강을 회복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은 이미 미래에 대한 구상으로 가득 차 있다.
퇴임 간담회 날 오후, 서울 마포의 한 컨벤션홀에서는 ‘징검다리 포럼’ 창립식이 열렸다. 이 모임은 김 위원장과 뜻을 함께 하는 지지모임이다. 공동대표에는 하원 전 백석대 총장, 정상용 동국대 법학과 교수와 함께 김병준 비대위에서 활동한 최병길 비대위원, 정현호 비대위원 등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징검다리 ‘멘토’를 자처한 김 위원장은 포럼에서 특정 직책을 맡지 않고 일반회원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창립식에는 주최측 추산으로 1300여명이 참석했다. 홀 1, 2층이 꽉 찼고 자리가 없어 서있는 사람까지 적지 않았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포럼 공동대표를 맡은 정현호 비대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세대별로 징검다리를 연결하고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 키우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자는 의미”라며 “청년활동 생태계를 활발하게 키워주는 허브가 별로 없다. 시너지가 나게 판을 열어주는 계기가 많지 않다. 징검다리 포럼은 네트워크 등 지원 역할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과 대담을 가진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7개월간 한국당을 이끌며 국가가 시장과 시민사회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국가주의’ 논쟁을 제기했고, 상당부분 영향력을 발휘했다.
대담에서 김 위원장은 참여정부 정책실장 때를 떠올리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본인의) 생각이 굉장히 강하지만 누가 설득하면 따라갈 줄 안다”고 평가했지만, 문 대통령에게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념을 쫓는 정서가 있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나경원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2019.02.25 yooksa@newspim.com |
◆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조강특위 만들 때 그만둘 생각도 했다"
김 위원장은 “현 정권은 지금까지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대한민국 국가, 대한민국 국민이 만들어 놓은 문명과 시설들을 파괴해왔다”며 “민노총과 결탁해서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고 우리 산업의 근간도 흔들고 있다”고 현 정부에 대해 확실히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한국당의 구원투수 역할을 했던 비대위원장으로서의 고충도 털어놨다. 그는 소속 의원과 당원, 국민들과 자신이 생각했던 스케줄(일정)의 속도 차이가 매우 큰 고민이었다고 회고했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들어오며 가치 정립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국민들은 인적쇄신이 먼저여서 마음 고생했다. 힘들었던 것은 조강위 구성할 때”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전원책 변호사 논란은 큰 일이 아니었다. 내가 인사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행사하면 그만이었고, 조강위 구성할 때 어떤 분을 모실지 당내 의견을 모으는 게 힘들었다”며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비대위원장을 그만둘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숨은 이야기를 전했다.
정쟁에 휘말린 정치권의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김 위원장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보수의 근간으로 굳건히 하는 ‘아이(I)노믹스’, ‘평화이니셔티브’ 등 경제와 안보 기조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당내 현안에 대해서도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기보다는 대체로 분명한 의견을 밝혀왔다. 27일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과 한국당 전당대회 날짜가 겹치자, 전당대회 일정을 미루지 않으면 선거를 보이콧(거부)하겠다는 당내 중진 후보들의 압박에도 흔들림 없이 선거 일정을 지켜냈다.
다만 책임지지 못할 말을 즉시 내뱉기 보다는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 시간을 들여 판단하는 스타일 탓에, 5.18 망언 논란 등에 '늦장 대응'이라는 쓴 소리를 듣기도 했다.
7개월이라는 적지 않은 기간, 김 위원장은 한국당이라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큰 조직을 대체로 안정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긋지긋한 계파 갈등도 극단적으로 드러나지 않았고, 권력을 이양할 전당대회도 별탈 없이 준비했다.
일각에선 한국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부정 등 우경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김 위원장의 합리적 신보수가 주목받을 수 있다는 기대의 목소리도 들린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