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용, 위헌법률심판제청 기각 후 24일 직접 헌법소원 제기
헌재, 2005년 5대4로 합헌 결정…“시대변화 반영해 재심사해야”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검경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일부 조항이 2005년 합헌 결정된 지 14년 만에 다시 헌법재판소에서 논의된다.
대법원 내부 문건을 외부 유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해용(53·사법연수원19기)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은 24일 “형사소송법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 여부 심판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유 변호사가 문제 삼는 조항은 형사소송법 제200조(피의자의 출석요구), 제312조 제1항 및 제2항(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인정요건)이다.
앞서 유 변호사는 지난 4월 열린 1차 공판준비기일 당시 “검사의 피신조서가 몇 십 년 동안 증거로 당연하게 다뤄져온 것은 사실”이라면서 “세계 선진국 어디에도 이렇게 검사 조서에 의해 재판이 이뤄지는 나라는 없다”며 위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지난 4일 이를 기각했고, 유 변호사 측이 직접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한 것이다.
유 변호사는 “현재 피의자조사 제도와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관련 규정은 공판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공판중심주의, 직접심리주의, 당사자대등주의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2005년 헌재 결정 이후 국민참여재판 제도의 도입, 피고인신문 제도의 획기적 개선 등 여러 가지 상황변화가 있었고 최근 검찰과 경찰 사이의 수사권 조정, 검찰개혁 등이 화두가 되는 만큼 변화된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여 헌재가 이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심사할 필요가 있다”고 심판 제기 이유를 밝혔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의 모습. /김학선 기자 yooksa@ |
당시 헌재는 형사소송법 312조에 대해 5대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으나, 위헌 소지가 있다며 입법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린 바 있다.
유 변호사 측은 “형소법 200조는 피의자 출석 요구에 대해 지나치게 막연하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피의자는 언제든지, 몇 번이든 검사가 부르면 조사에 응해야 하고 불응하면 수사에 협력하지 않았다고 해서 체포나 구속의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며 “현행 피의자신문 제도와 그 결과물인 피신조서에 대한 광범위한 증거능력 인정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결정적으로 제약하고 있고 헌법이 보장하는 진술거부권을 침해하고, 자기부죄금지의 원칙과도 배치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판에 가면 무기대등의 원칙에 입각해 공방을 벌어야 할 피의자를 검사가 일방적·비공개적으로 반복 조사해, 그 결과를 수백 페이지가 넘은 서류로 만들어 재판에서 결정적인 증거로 사용하는 선진 법치국가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이는 자백 중심 수사와 조서 중심 재판이 지속되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번이라도 검찰 조사를 받아본 사람이라면 ‘조사 내용 전부’가 기재되지 않고, ‘조사 내용 그대로’ 기재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대번에 알 수 있다”며 “경찰 피신조서에 대한 내용 부인과 달리 검찰 피신조서에 대한 실질적 진정성립 부인은 아무런 부담 없이 주장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자백은 증거의 왕’이라는 표현이 상징하듯, 피의자신문조서는 일단 진정 성립이 인정되면 유죄의 결정적 증거로 사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피신조서 증거능력 인정요건이 강화되면 마치 범죄자에 대한 형벌권 행사에 공백이 생기거나, 형사재판의 심리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이는 과장되거나 실증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며 “진술거부권이 피의자·피고인의 헌법적 권리인 이상 수사기관은 피의자·피고인의 진술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을 상정해 객관적·과학적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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