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간부 "한국기업에 수출한 에칭가스, 북한으로 간 듯"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와 관련해, 향후 한국에 개선 움직임이 없다면 규제 강화 품목이 확대될 수 있다고 8일 NHK가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일 한국을 '화이트국'에서 제외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화이트국은 첨단부품 수출 시 수출허가 신청을 면제하는 국가를 말한다. 또 4일부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레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3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경우 포괄수출 허가 제도 대상에서 제외했다.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수출물량제한'에 해당된다며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 반면 일본 측은 한국에서 수출품 관리에 부적절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군사 전용이 가능한 품목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는 건 안보 상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NHK는 "일본 정부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한국 측에 원재료를 적절히 관리하도록 요구할 것"이라며 "개선 움직임이 없을 경우 수출관리 우대조치를 부여하는 나라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규제 강화 대상을 일부 기계류나 탄소섬유 등 다른 품목에도 확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G20 정상 환영 및 기념촬영 식순 중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아베 측근, 수출조치 이유로 북한 언급
일본 정부는 수출규제 강화의 이유로 한국에서 '수출 관리 상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규제 강화의 근거가 된 부적절한 사안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일본 내부에선 북한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시각은 아베 신조(安倍信三) 총리 측근의 발언으로 힘을 얻고 있다. 자민당의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간사장 대행은 지난 4일 BS후지 프라임뉴스에 출연해 "(한국에 수출한 화학물질이) 어디 갔는지 알 수 없는 사안이 발견됐기 때문에 이런 조치를 취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후지계열 통신사인 FNN은 한 자민당 간부를 인용해 "어떤 시기에 (규제강화 대상인) 불소 관련 물품(에칭가스)의 대량발주가 급히 들어왔는데 (수출 뒤) 한국 기업에서 물품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됐다"며 "에칭가스는 독가스나 화학병기 생산에도 사용되는 것으로 행선지는 북한이다"라고 보도했다.
한 경제산업성 관계자도 "지금까지 화학물질 관리에 관련된 한일 대화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1~2년간 진행되지 않았다"며 "일본 내에서 우려가 퍼졌다"고 말해, 수출 규제가 안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북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7일 후지테레비 방송에 출연해 "한국에 수출 관련 부적절한 사안이 있었다"고 말하면서도, 한국에서 북한으로 수출품이 유출된다는 견해에는 "개별 사안에 대해 말하는 건 삼가겠다"고 말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도 "신뢰관계가 훼손됐다면 정부가 하는 일은 타당하다"며 일본 정부의 입장을 지지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