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보, KB지주 편입되며 '안정 추구형' 전환
삼성화재, '1위 수성' 사활…설계사 '자기계약'도 허용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의 비슷한 시기, 엇갈린 전략이 세간의 관심을 끈다. 업계에선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펼치는 삼성화재와 KB금융지주 편입후 안정 추구형으로 바뀐 KB손보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CEO 거취와 맞물린 전략으로 풀이하고 있다.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수익성 위주의 안정적인 영업을 하는 반면 삼성화재는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 KB손보는 지난 1일부터 △간편심사보험 △치아 보험 △운전자보험에 대해 설계사 본인이 계약자로 가입하는 '자기계약'을 막았다. 이와는 달리 삼성화재는 지난 26일부터 이날까지 한시적으로 '유병장수플러스 건강보험'과 '새시대건강파트너'에 대한 인수심사(언더라이팅)를 대폭 완화하는 한편 설계사의 자기계약이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KB손보는 안정적인 유지율 관리를 위해 자기계약을 막은 반면 삼성화재는 설계사의 자기계약을 통해서라도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겠다는 의미다. 사실 자기계약이 불법은 아니지만 유지율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데다 설계사가 수수료 수익만 챙기기 위한 '가짜(작성) 계약' 가능성도 있어 보험사의 엄격한 관리 대상이다.
두 손보사가 비슷한 시기에 이렇듯 다른 전략을 내놓으면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는 두 손보사의 입지와 함께 CEO의 거취가 이 같이 상반된 전략으로 이어졌다고 풀이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KB손보 전신인 LIG손보가 KB금융지주에 편입되면서 이를테면 '사고 치지 않는' 안정형을 추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메리츠화재에 바짝 추격당하고 있는 삼성화재는 최영무 사장의 실적을 위해서라도 인보험 시장에서 1위를 수성하고 싶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KB손보는 지속해서 내재가치(EV) 지표를 공개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내실경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V는 보험사가 더 이상 보험가입자를 받지 않는다고 가정해 평가하는 기업가치다. 다른 지표보다 현재 상태에 대해 보다 면밀한 진단이 가능한 지표다. KB손보의 올해 6월 말 기준 EV는 6조2350억원으로 지난해 말(4조9130억원) 대비 26.9% 올랐다. KB손보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662억원으로 전년 동기(1881억원)와 비교해 11.6%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반면 삼성화재는 공격적인 영업으로 올 1분기부터 이미 인보험 신계약 보험료는 늘어난 반면 사업비도 덩달아 증가했다. 올 1분기 삼성화재의 인보험 신계약 보험료는 지난해 1분기 20억8000만원에서 22억원으로 5.8% 늘었고 사업비 역시 213억원에서 229억원으로 7.5% 증가했다. 인보험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사업비를 쓰면서 영업을 했다는 의미다.
업계는 상반된 전략을 펼치고 있는 KB손보와 삼성화재가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 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내재가치 중심의 경영과 공격 영업이 이들 보험사의 미래가치에 대한 가늠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올해 임기가 마무리되는 양종희 KB손보 사장은 임기동안 내재가치를 높였다는 게 가장 큰 공"이라며 "반면 지난해 세대교체에 성공한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은 메리츠에 자리를 위협받다보니 어떻게 해서라도 1위를 수성하려는 행보"라고 전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당장 실적에 급급하기보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전략을 끌고가야 하는데 업황이 악화되면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 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등 불확실성이 점차 확대되면서 무리한 전략은 향후 잠재 리스크를 확대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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