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란 편집위원= '고요한 울림'을 전해주는 지금의 작업이 나오기까지 정상화 화백(1932~)의 실험과 모색을 살필 수 있는 작업이 뉴욕 맨하탄에서 소개되고 있다.
뉴욕의 명문 화랑 레비고비(Lévy Gorvy)갤러리는 한국 추상화의 거장 정상화 화백의 초기 작업을 모은 '정상화 발굴 1964-78'전을 개막했다. 내년 1월 25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국내에서도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작가의 1960~1970년대 작품 10여 점이 한 자리에 모였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 = 여주 작업실의 정상화 화백 [사진=갤러리현대] 2019.11.18 art29@newspim.com |
작가는 이 시기에 프랑스 파리와 일본의 고베를 오가며 유럽과 미국, 아시아의 국제 아방가르드운동으로부터 큰 영감을 받았다. 레비고비 화랑과 한국의 갤러리현대가 협력해 펼친 전시에는 정 화백의 초기에 해당되는 1960~1970년대 주요 작품들이 '발굴'돼 내걸렸다.
출품작들은 정 화백이 50여년간 펼친 창작활동의 개념적, 기법적 전개과정을 집약하며, 그가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전개한 독창적이고 정교한 '들어내고 메우는' 작업방식을 예고하고 있다. 이로써 전시는 정상화 작가의 독자적인 작품세계에 관한 보다 심도있는 사유와 담론의 기회를 제시하고 있다
정 화백의 1960년대 작업은 미국의 추상표현주의와 유럽의 앵포르멜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한국 앵포르멜 운동의 작품 경향을 대표한다. 출품작 중 가장 초기작인 'Work 64-13'(1964)은 어두운 색감과 화면에 두드러진 조형적 요소와 재료의 물성 등이 특징으로 당시 화법을 잘 드러내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 = 정상화 work K_3 [사진=갤러리현대] 2019.11.18 art29@newspim.com |
정상화는 1963년 한국의 젊은 추상화가들을 파리에 소개하는 갤러리 람베르(Galerie Lambert)의 기획전 '젊은 한국작가'에 초대돼 작품을 선보였고, 4년 후 파리로 이주했다. 파리에 거주하며 자유로운 예술환경에서 자신만의 비전통적인 작업방식을 탐색하기 시작한 그는 1969년에는 일본 고베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일본에서 정 화백은 요시하라 지로, 시라가 카즈오 등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결성한 구타이(具体)그룹 아티스트들과 활발히 교류했다. 'Work K-3'(1970)와 'Work 70-9-15'(1970) 등은 이 시기에 제작한 작품으로, 직관에 의해 완성된 듯한 추상적 구성이다. 하지만 작품의 표면을 반복적으로 들어내고 메우는 작가만의 엄격한 프로세스를 거쳐 화면의 형태를 전략적으로 드러내거나 감추며 치밀하게 완성한 작업이기도 하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 = 정상화의 work 70_9_15 [사진=갤러리현대] 2019.11.18 art29@newspim.com |
1977년 다시 파리로 돌아간 정 화백은 이 무렵부터 자신만의 고유한 작업방식을 더욱 체계적으로 발전시켰고, 1992년 귀국해 현재까지 경기도 여주에서 '예술적 수행'에 버금가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정 화백은 "나의 1970년대 작품들은 들어내고 메우는 표현의 반복을 통해 회화의 캔버스를 본격적으로 의식하기 시작하며 작업한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갤러리현대 도형태 대표는 "정상화 화백의 이번 전시는 '단색화' 거장의 초기 작품을 '발굴'해 재조명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그의 초기 작품에는 작가가 전위적 예술을 향한 열정을 품고 프랑스와 일본으로 떠나 펼친 기나긴 여정은 물론, 한국미술사와 현대사의 주요 흐름이 거울처럼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한국 추상미술 거장들의 폭넓은 작품이 국제무대에 체계적으로 잘 알려졌으면 한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정상화 화백의 레비고비 갤러리에서의 전시는 이번이 세 번째로, 2016년 뉴욕에서, 2017년에는 런던에서 개인전을 가진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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