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다음 작품에서 어떤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나, 직업적으로 어떻게 만족감을 채울 수 있을까. 이게 연기자로서 20년째 하는 고민이죠."
배우 인교진이 JTBC '나의 나라'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고려 말 조선 초, 서로에 칼끝을 겨눈 이들의 권력욕을 그린 이 작품에서 인교진은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염장이 출신 박문복으로 분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인교진 [사진=키이스트] 2019.11.28 alice09@newspim.com |
"이번 작품은 정말 오래 촬영했어요. 긴 시간 많은 노력이 들어간 만큼 조금은 아쉬워요. 한편으로는 작업이 길었기에 후련하고요. 시원섭섭한 느낌이 없지 않아요(웃음). 박문복을 연기하면서 보여줄 게 더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배역을 맡을 때, 또 다른 작가가 돼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거든요. 어떻게 보면 욕심인데 그런 생각을 해서 그런지 아쉬움이 조금은 남네요."
박문복은 앞서 설명한대로 무거운 극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환기시켜주는 코믹한 캐릭터다. 각 주인공들이 '나의 나라'를 만들어가며 전쟁에서 살아남는 치열한 이야기를 그린 만큼, 인교진 역시 진지함을 갖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정말 재밌고 장난스러운 모습이 대부분이었어요. 생사를 오가는 전쟁터에서 한 번쯤은 진지한 연기를 하고 싶더라고요. 장혁 선배처럼요. 그런데 욕심이었죠. 하하. 촬영장이 급박하게 돌아가서 그런 걸 어필하기엔 조금 무리기도 했고요. 그저 주어진 걸 잘 표현하려고 했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인교진은 엄청난 변신을 했다. '전국 곳곳의 전장에서 굴러먹은 지 10년이 된 인물'이라는 캐릭터 설명답게 박문복으로 분한 인교진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캐릭터의 외형적인 모습은 인교진의 아이디어로 채워졌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인교진 [사진=키이스트] 2019.11.28 alice09@newspim.com |
"제가 평소에 치아로 장난치는 걸 좋아해요. 하하. 평소처럼 집에서 아내랑 아이들과 장난치다가 처절하고 지저분한 곳에서 생활한, 오래 집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다 치아를 떠올렸죠. 모습은 꾀죄죄한데 치아만 새하야면 이상하잖아요. 그래서 작가, 감독님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런 얘길 했는데 좋아해주셔서 치아 분장을 했어요. 제 모습을 보고 못 알아봤다는 반응이 많더라고요. 신기했어요. 당연히 알아보실 줄 알았거든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홀로 밝은 톤을 유지하는 것은 배우에게 쉽지 않은 연기. 인교진 역시 자신의 '연기 톤'에 대해 고민했지만, 해답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바로 드라마가 가진 '주제'였다.
"무거운 장면에서 저 혼자 방방 뜨지 않을까 걱정했죠. 그래도 이번 작품이 역사적으로는 슬프지만, 캐릭터마다 나의 나라가 달라요. 누군가에게는 내 사람을 지키고 살아가는 게 '나의 나라'이고, 박문복은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하는 게 '나의 나라'에요. 그런 의미로 다가가니까 중심을 잃지 않고 그저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교진은 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 '저글러스', 그리고 '나의 나라'까지 코믹한 감초 역할을 선보였다. 이미지가 코믹으로 굳어지는 것에 대해 나름의 고충이 있을법도 한데, 인교진의 생각은 달랐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인교진 [사진=키이스트] 2019.11.28 alice09@newspim.com |
"전 코믹이랑 맞는 것 같아요. 제 역량이 부족해서 그런 걸 수도 있어요. 처음부터 발끝까지 특정 캐릭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맞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저만이 할 수 있는 코드가 있는 거죠. 그간 해왔던 코믹 캐릭터에 인교진의 정서가 다 녹아 있어요. 그래서 '그 나물의 그 밥이지'라고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조금씩 다르게 표현하려고 애썼고요. 저는 제 모습을 연기하는 게 더 편해요."
2000년 MBC 29기 공채탤런트로 데뷔해 20년차를 맞은 인교진. 배우 생활의 절반은 무명으로 보낸 그는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변하지 않는 고민을 안고 있다. 더불어, 꾸준한 활동을 하고 싶다는 목표도 뚜렷하다.
"제가 진짜 신인이라는 얘기를 10년간 들었어요. 그 시간이 인생에서 제일 길었죠. 그때마다 제 가치를 알아주고 높이 평가해주는 아내 소이현 씨가 있어 정말 다행이었어요. 그로 인해 역량을 늦게나마 펼칠 수 있었던 것 같거든요. 앞으로도 예전 생각을 하면서 역할의 크고 작음이 아니라 제가 잘할 수 있는 걸 꾸준히, 오래 하고 싶어요. 작품도 오래 쉬는 걸 안 좋아해서, 어느 정도 타이밍 좋은 시기에 좋은 작품으로 또 인사드리고 싶고요. 멋진 역할도 보여드리고 싶은데, 그게 될까요? 저는 지금도 너무 행복하고 좋아요. 많이 사랑받고 있을 때, 이걸 유지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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