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이하 '홍콩 인권법안')에 서명한 가운데 이 법이 발동되면 홍콩과 중국뿐 아니라 미국 경제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홍콩 인권법안은 미 국무부가 매해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경제 특별지위 부여를 결정한다는 내용이다. 만일 국무부가 그 해 홍콩의 자치 수준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할 경우,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아래 금융·시장·투자 분야에서 중국과 다른 대우를 받아 온 홍콩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관세 대상이 된다.
미국 상하원은 이 법안이 중국의 홍콩 내정에 대한 간섭과 개입을 억지할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각각 만장일치 및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미국 경제 전문매체 CNBC의 2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 법안이 실제로 가동되면 미국, 중국, 홍콩 모두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상징적' 의미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우)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뉴스핌DB] |
◆ 특별 지위 잃는 홍콩
홍콩은 일국양제에 따라 중국과는 상당히 동 떨어진 법적, 경제적 체제를 갖추고 있다. 또한 홍콩 시민들은 다른 민주주의 국가보다는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선거권 등 중국 본토 시민들보다는 다양한 자유를 누리고 있다.
홍콩은 중국과 국제 시장 간 중간자 역할을 함으로써 글로벌 금융 및 비즈니스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었다. 또한 중국으로부터 자치 권한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미국은 다른 중국 도시들과 홍콩을 차별적으로 대우했다. 최근 무역전쟁 와중에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관세도 홍콩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특별 지위를 잃으면 홍콩 경제는 큰 피해를 입고 그 파장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으로 확산될 수 있다.
◆ 미국 금융기관 대부분 홍콩 진출
미국은 홍콩과 긴밀한 무역 및 금융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홍콩의 특별 지위를 철회하기가 쉽지 않다.
미 국무부 웹사이트에 따르면, 1300개 이상의 미국 기업이 홍콩에서 사업을 하고 있으며 이 중 300개는 아시아 지역 본부를 홍콩에 배치하고 있다. 또한 미국 주요 금융기관들 대부분 또한 홍콩에 해외지사를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홍콩은 미국 법률 및 회계 서비스의 주요 수입국이다. 지난해 미국의 상품 무역흑자가 가장 컸던 곳도 홍콩(311억달러)이다.
미국과의 이러한 관계는 중국에 접근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라는 홍콩의 신뢰할 만한 지위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홍콩 주재 미 상공회의소는 "홍콩의 특별 지위가 바뀌면 미국의 홍콩에 대한 무역과 투자에 '심각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홍콩, 중국 금융시장으로 통하는 관문
최근 수년 간 중국의 경제성장에 홍콩이 기여하는 비중은 줄었지만, 홍콩은 여전히 본토 기업들에게 중요한 금융 중심지로 작용한다.
홍콩은 외국 투자자들에게 개방적인 곳이기 때문에 중국 본토 기업들은 홍콩 금융시장에서의 기업공개 및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외국 자본을 끌어 모을 수 있다.
역으로 홍콩은 중국 상하이 증시와 연계한 후강퉁 덕분에 외국 투자자들이 중국 금융자산을 매입할 수 있는 관문 역할도 한다. 또한 홍콩은 본토 외에서 중국 위안화가 거래되는 몇 안 되는 곳이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는 "중국은 홍콩 덕분에 글로벌 시장으로부터 고립되는 데서 발생하는 부정적 영향 없이 보호받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중국의 대부분 해외 투자는 홍콩을 거친다"며 "중국과 외국 기업들이 홍콩의 금융 시스템을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톈레이 황 애널리스트는 "중국 경제에 홍콩의 의미는 매우 크다"며 "중국은 홍콩의 독특한 경제 구조를 지키기 위해서는 자유 기업 체제를 허용하는 것뿐 아니라 홍콩의 경제적 성공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
홍콩 시위대가 에딘버러 광장에서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2019.11.28 [사진=로이터 뉴스핌] |
g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