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2005년 콘클라베(가톨릭의 교황을 선출하는 선거 시스템으로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단의 선거회). 아르헨티나의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후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미 출신 추기경 역사상 가장 많은 표를 받으며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하지만 교회는 끝내 전통적인 길을 선택하며 라칭거 추기경을 다음 교황 베네딕토 16세로 추대한다.
그로부터 7년 후, 아르헨티나로 돌아간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여러 사건으로 교회에 연이어 실망감을 느낀다. 이에 사직서를 제출하지만 단 한 번도 회신이 오지 않는다. 결국 그는 직접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때마침 베네딕토 16세에게서 연락이 오고 두 사람은 바티리크스(바티칸과 위키리크스의 합성어로 2012년 불거진 바티칸 관련 파문)로 논쟁이 들끓던 시기 다시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상충되는 철학으로 날카로운 언쟁을 벌인다.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두 교황' 스틸 [사진=넷플릭스] 2019.12.09 jjy333jjy@newspim.com |
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은 자진 사임으로 바티칸을 뒤흔든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실화를 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편견을 깨부순 작품이다. 대개 특정 종교를 소재로, 그것도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무겁기 마련이다. 하지만 '두 교황'은 다르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126분)을 두 사람의 대화로만 채우는데 무료한 순간이 없다.
이것이 가능한 건 감동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물론 두 교황이 나란히 선 역사적 순간 자체도 감동적이지만, 두 사람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자신의 결점을 받아들이고 인간이 오류를 범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과정이 꽤 인상적이다. 신앙과 상관없이 모두에게 유의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울러 전통과 개혁, 상충하는 양측이 합의점을 찾는 토론이 현 사회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
더욱이 이 과정은 유쾌하기까지 하다. 심지어 몇몇 장면에서는 웃음을 참을 수 없다. 베네딕토 16세 역의 안소니 홉킨스와 프란치스코 역의 조나단 프라이스의 예상치 못한 티키타카(합이 잘 맞아 빠르게 주고받는 대화)가 대단하다. 특별한 장치나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속절없이 빨려 들어간다. 앤서니 매카튼의 재치 있는 글, 그걸 말로 살려낸 두 베테랑 배우의 열연, 이를 놓치지 않은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센스있는 연출까지 완벽한 삼합이다. 에필로그까지 더할 나위 없다.
플래시백 장면과 현재 장면을 구분 짓는 방식도 인상적이다. 시각적으로 달리 보이게 하기 위해 '두 교황'은 과거와 현재를 상이한 기법으로 촬영했다. 1950년대와 1970년대는 줌 렌즈 촬영, 2012년 장면은 핸드헬드 방식으로 촬영해 차별점을 뒀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두 교황이 만나는 장면에서는 실제 영상을 넣어 감동을 더했다. 오는 11일 일부 극장에서 개봉하며, 넷플릭스에서는 20일 공개된다.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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