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김재규. 한국의 군인이자 행정관료. 중앙정보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1979년 10월 26일 밤, 궁정동 만찬회장에서 대통령 박정희와 경호실장 차지철 등을 권총으로 사살한다. 이 일로 김재규는 체포돼 사형당한다.
배우 이병헌(51)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근현대사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그의 신작은 오는 22일 개봉하는 '남산의 부장들'이다. 10·26사태를 다룬 이번 작품에서 이병헌은 김규평을 열연했다. 김재규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인물이다.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남산의 부장들'로 설 연휴 극장가를 찾은 배우 이병헌 [사진=㈜쇼박스] 2020.01.20 jjy333jjy@newspim.com |
"어떤 정권을 떠나서 전 정치색이 강한 영화를 좋아하지 않아요. 대개 이런 소재로 뭘 만들면 영화적 상상력, 감독의 생각이 들어간 작품이 많죠. 전 그런 게 조금이라도 있으면 하기 싫다고 했어요. 다행히 그런 부분에 있어서 (우민호)감독님과 생각이 같았고요. 정치적 시선을 빼고 보면 이야기의 힘이 있고 인물의 심리적 묘사가 매력적인 작품이죠."
연기할 때도 그의 목표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거였다. 이병헌은 김규평의 내면을 표현하는 것에만 오롯이 집중했다. 물론 실존 인물인 만큼 관련 자료도 많이 찾아보고 당시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겪은 이들을 만나기도 했다.
"다른 작품보다 참고할 게 많아서 좋았어요. 근데 한편으론 상상에 의존하지 못하고 틀 안에서 감정만 조절해야 해서 어려웠죠. 실존 인물과 외적 싱크로율을 놓고도 고민이 많았어요. 근데 어차피 이름도 다르고 심리가 중요한 작품이니 외적인 건 생각하지 말자는 결론을 내렸죠. 그래서 상징적인 헤어스타일과 안경만 가지고 갔어요."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 김규평을 열연한 배우 이병헌 [사진=㈜쇼박스] 2020.01.20 jjy333jjy@newspim.com |
'남산의 부장들'은 유난히 이병헌의 얼굴 클로즈업 샷(등장인물의 일부를 화면에 크게 나타내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의 미세한 눈 떨림과 얼굴 근육의 움직임 등은 수만 가지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담아낸다.
"무표정 속에 자신을 억누르는 연기가 많이 필요했어요. 그때마다 감독님이 클로즈업 샷을 찍고 싶어 하셨죠. 부담은 없었어요. 전 제 감정이 충만하면 객석에도 고스란히 전해질 거라 생각했죠. 개인적으로는 일반적이지 않은 화가 느껴지길 바랐어요. 약간 다혈질적인 느낌들요. 눌렀다 뭔가 폭발하는 걸 표현하고 싶었죠."
이병헌은 '남산의 부장들'에 앞서 '백두산'으로도 관객을 만났다. 지난달 개봉한 '백두산'은 82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겨울 극장가 대전의 승자가 됐다. 그는 "유난히 이번 연말연시는 정신이 없었다. 개봉이 배우 뜻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우려도 있다"고 털어놨다.
"물론 좋은 점도 있어요. 근데 한 캐릭터가 인상 깊게 남았던 영화 팬들에게는 예의가 아닌 느낌이죠. 제 입장에서도 그래요. 아무래도 감정으로 하는 일이니 소모될까 걱정이죠. 이상적인 건 에너지가 다 차고 다음 작품을 하는 거예요. 근데 또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지 않죠. 그 사이 시나리오를 읽다 보면 이 감정을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든요(웃음)."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남산의 부장들' 개봉을 앞둔 배우 이병헌 [사진=㈜쇼박스] 2020.01.20 jjy333jjy@newspim.com |
차기작은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이다. 항공 재난을 소재로 한 영화로 '공동경비구역 JSA'(20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밀정'(2016)에 함께 출연한 송강호와 또 한 번 호흡을 맞춘다. 연말에는 노희경 작가의 새 드라마 '히어'(가제)로 시청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올해는 '비상선언'과 '히어', 두 작품으로 뵐 듯해요. 그래도 계속 일이 들어오는 건 작품에서 절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단 거니까 감사하죠. 올해는 잊지 않고 아카데미시상식(이병헌은 시상식 투표권이 있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 올해 아카데미상에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 등 6개 부문 후보로 올라있다) 투표도 할 거예요. 한 번도 안했는데 이번엔 꼭 해야죠. 봉 감독님과 협업이요? 어떻게 성사시켜줘 보세요(웃음)."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