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행정심판위원회 상대 소송서 패소
법원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한 직업병 판단과 관련된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안종화 부장판사)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반올림)'이 중앙행정심판위원회를 상대로 "작업환경 보고서 일부 비공개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작업환경 보고서는 사업주가 작업장 내 유해물질 종류·농도 등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노동자의 노출 정도 등을 측정하고 평가한 내용이 담겨있다. 해당 보고서는 6개월마다 지방고용노동청에 제출된다.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
재판부는 "보고서 정보는 공정·설비의 배치, 해당 공정에 최적화된 화학물질 및 신기술·신제품의 특화 공정 등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는 삼성이 경쟁 업체에 대해 비밀로 유지해야 할 기술적 노하우, 즉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공개될 경우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 정보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반올림 측은 보고서 정보가 정보공개법상 '사업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위해로부터 사람의 생명·신체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업주가 법령에 따라 사업장 게시판이나 사보 게재 등의 방법으로 작업환경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있어 별도로 공개할 필요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반올림 측은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 백혈병 등에 걸려 숨진 근로자들의 산업재해를 입증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작업환경 보고서를 공개해달라고 청구했다.
고용노동부는 보고서를 공개하라고 결정했으나 삼성전자는 영업기밀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개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삼성전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반올림 측은 다시 비공개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