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억제할수록 경제는 침체
"총수요 절벽 타개할 바주카 필요"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코로나19(COVID-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미국의 경제 활동이 봉쇄(lockdown) 수준으로 제한되고 있는 가운데 강력한 봉쇄로 바이러스 확산을 막으려고 할수록 경제는 더 침체되는 '봉쇄의 역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몇 주 전만 해도 2008년 금융위기와 2001년 9/11 테러 당시를 회상하던 경제 전문가들은 이제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대공황(Great Depression)을 떠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 책임자들이 총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한 유례없는 조처에 적극적이고 빠르게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8일(현지시간) 투자전문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구겐하임 인베스트먼트의 스콧 마이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전날 투자 노트에서 "우리는 1930년대 이후 처음으로 세계 침체와 유사한 하강 소용돌이에 빠질 가능성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정책 책임자들이 빠르게 행동하지 않으면 그러한 길에 들어설 확률이 최소 10~20%"라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가 침체를 넘어 불황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경고는 이미 여러 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로빈 브룩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P통신에 "우리는 이미 침체 상태에 있다"면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분기(1~3월) 연간 기준 0.2% 감소하고 2분기 3.6% 후퇴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COVID-19) 확산 사태로 텅 빈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사진=로이터 뉴스핌] |
◆ "美 경제, 2분기 10%대 침체 가능"
한국과 중국 등에 비해 뒤늦게 코로나 확산 사태에 대처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통행금지와 외식 금지, 식당 및 술집의 영업중단과 같은 극단적인 조치가 내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활동도 급격히 위축됐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그레고리 데이코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바이러스를 더 빠르게 억제하기를 원할수록 더 강한 봉쇄 조치가 취해져야 하며 경제 활동에는 더 심각한 타격이 생긴다"면서 "바랄 수 있는 것은 강한 봉쇄 후 더 가파른 반등을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코 이코노미스트는 이것을 '봉쇄의 역설'이라고 불렀다.
데이코 이코노미스트는 최소 단기간 미국 경제가 커다란 고통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 경제가 2분기(4~6월) 연간 기준 12%나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 같은 경제 침체는 1947년 이후 가장 큰 폭이다. 다만 데이코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하반기 반등해 올해 제로(0)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침체가 불황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전미경제조사국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1854년 이후 33번의 경기 침체를 경험했다. 그러나 이보다 강도가 더 심한 불황은 1929~1938년 대공황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침체는 경제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는 상황을 의미하지만, 불황은 이 같은 침체가 수년간 지속하는 것을 뜻한다.
불황은 미국에 끔찍한 기억을 남겼다. 대공황기였던 지난 1930년부터 3년간 미국 경제는 차례로 8.5%, 6.4%, 12.9%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4년간 지속한 불황은 1933년 미국 경제 규모를 1929년의 절반 수준으로 위축시켰다.
이 같은 불황은 물가와 임금, 집값, 세계 교역을 급격히 후퇴시켰고 이는 수많은 기업의 도산과 대규모 실업 사태로 이어졌다. 미 노동통계국은 1933년 미국의 실업률을 약 25%로 추정한다.
◆ "소비자·기업 즉각·지원 대책 필요"
전문가들은 이미 침체에 빠진 미국 경제가 불황으로 가는 것을 막으려면 정책 결정자들이 더 빠르고 강한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것과 같이 소비자들에게 당장 현금을 쥐여줄 수 있는 과감한 정책으로 총수요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시간대의 저스틴 울퍼스 교수는 시드니 모닝 헤럴드와 인터뷰에서 현 상황이 이 같은 대공황 수준과 비슷하다고 경고하고 급여세율 인하와 같은 정책은 효과를 발휘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충분치 않으며 사람들의 손에 현금을 건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수요가 절벽으로 떨어지고 있는 만큼 이를 들어 받칠 바주카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구겐하임의 마이너드 CIO는 미국 경제가 불황을 필요하기 위해 2008년 금융위기보다 훨씬 큰 2조 달러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은행 등 금융기관 중심으로 문제가 불거졌던 금융위기에 비해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피해는 항공업, 여행업, 소매업 등으로 훨씬 더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 편집위원회는 연방준비제도(Fed)가 대출기구를 만들어 경제 활동이 정상화될 때까지 기업들이 영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