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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의 체험기] '이웃 사람', 그들을 인터뷰했다

기사입력 : 2020년03월20일 11:37

최종수정 : 2021년04월29일 15:28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4·15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후보들은 기자회견에서 "주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를 하겠다"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외치는 '주인'의 이야기에 대해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기삿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다뤄지지 않는다. 예컨대 문재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뉴스 속보'로 나올 정도로 뉴스가 되지만 옆집 아저씨의 말 한마디는 뉴스가 안된다. 이런 것에 조금 갈증을 느꼈다. 기업의 회장, 저명인사가 아닌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웃 사람'들을 인터뷰 해 보기로 했다. 세상은 절대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로 인해 돌아가는 것이니까.

◆ "취업에 성공했어요"

이지호(29)씨는 꿈에 그리던 은행에 취업했다. 자신을 뽑아준 은행에 고맙다며 인형뽑기방에서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3.20 kh10890@newspim.com

"최연소 임원이 됐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신입사원인데 인터뷰를 해도 돼요?"

인터뷰를 시작할 무렵이었다. 지난 13일 오후 광주 서구에서 만난 이지호(29)씨는 수줍게 웃었다. "제가 뭐라고… 기삿거리가 될지 걱정이네요"고 몇 번을 망설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이씨는 지난해 광주의 모 은행으로 취업에 성공했다. 그는 은행에 취업하기 위해 경제학과로 편입했고, 졸업 후 은행 인턴 경험도 쌓았다. 하지만 높은 경쟁률과 더 높은 스펙의 경쟁자들과의 '취업 전쟁'에서 취업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은행 취업의 꿈을 포기하려고도 했다.

하지만 다른 직종의 이력서를 쓰면 쓸수록 '은행원'이 되기 위해 부푼 꿈을 안고 밤을 지새우던 기억이 맴돌았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마음으로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보기로 했다. 6개월 동안  자격증도 따고 토익 시험도 봤다. 노력의 결실을 은행에서도 알아준 것일까. 덕분에 이씨는  꿈을 이루기 위한 첫 발걸음에 내딛었다. 그는 좋아하는 일. 하고 싶었던 일을 더 오래할 수 있도록 더 공부하겠다고 했다. 언젠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인재가 되고 싶다며.

◆ "포기하는게 맞는건지 눈물이 나네요"

김모(32)씨는 3번째 떨어진 공무원 시험에 좌절감을 느끼고 공시생 생활을 이어가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사진은 노량진 학원에서 공시생들의 모습이라고 했다.[사진=김모씨 제공] 2020.03.20 kh10890@newspim.com

지난 11일 오후 2시 전남대 후문. 학원가에서 서성이던 김모(32)씨를 만났다. 김씨의 손에는 '시험점수'가 적힌 종이가 있었다.

"시험 결과가 어떻냐"는 물음에 김씨는 한숨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면서 "벌써 3년 째 떨어졌더니 이제 나이도 들었고, 포기하는게 맞는건지 모르겠네요"

김씨는 대학교 졸업 후 불안한 취업시장이 아닌 안정적인 '공무원'의 길을 택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 만큼 공무원 시험이 쉽지는 않았다.

그의 첫 번째 공무원 시험 공부는 '인터넷 강의(인강)'였다. 한번에 합격하고 말겠다는 의지로 매일 독서실에서 공부를 했다고 했다. 밥 먹을 시간에 기출 문제 한 문제라도 더 풀겠다며 굶어가면서까지 최선을 다했다.

노력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시험은 합격 점수와는 조금 거리가 멀게 떨어졌다. 그래도 괜찮았다. 두 번째 시험에라도 붙으면 늦은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김씨는 떨어졌던 자신의 모습을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서울 노량진으로 갔다.

타지역에서 공부하다 보니 친구들과 만남도 없었고, 명절에도 가족들과의 만남 대신 공부를 택했다. 그는 혹시 자신이 나태해질까봐 비좁은 고시원에서 머물렀다. 이 곳을 하루빨리 탈출하고 말겠다며.

김씨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서 빨리 고시원을 떠나겠다고 다짐하며 1년을 또 다시 준비했지만 아쉽게 떨어졌다고 했다. 2년 동안 최선을 다 했지만 "난 안되나보다" 라고 자책하며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 생활을 접으려고 했다.

하지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것 외에는 달리 취업시장에 준비한 것도 없다보니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1년을 또 준비했지만 올해도 떨어졌다고 했다.

김씨는 "3년을 노력해도 떨어진 탓에 가족들에게도 눈치가 보여서 내년 시험에 또 다시 도전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인터뷰니까 그래도 희망찬 이야기를 드리고 싶은데 눈물만 난다"고 했다. 그러고는 "진짜 이 길이 맞는건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며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자전거 타고 떠난 1400일 간의 세계여행

5·18 민주광장 앞에서 만난 세계여행가 박정웅(31)씨에게 포즈를 취해달라고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3.20 kh10890@newspim.com

지난 15일 오후 1시 옛 전남도청 앞 5·18 민주광장에서 만난 박정웅(31)씨는 한 눈에 보기에도 '평범'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그래서 더욱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박씨는 자신을 자전거를 타고 1400일(약 4년) 동안 23개국을 다녀온 세계여행가라고 소개했다. 19살때부터 공장에서 수년 간 일을 했던 그는 '걸어서 세계속으로-베네치아 편' 방송을 보고 세계여행을 결심했다고 했다.

박씨는 26살에 여행을 준비하면서 남들이 다 떠나는 관광지가 아닌 오지 여행을 결심했다. 처음 여행을 떠난 곳은 중국의 '잉커우' 였다. 관광지가 아닌 탓에 언어장벽으로 인해 의사표현이 힘들었다고 지난 날을 회상했다. 낯선 외국인이 중국어 단어장을 들고 다니며 의사소통에 노력하는 모습 때문인지 그들은 자신들도 한국어 못하니까 의사소통 안된다고 미안해 하지마라고 다독여줬다고 했다.

외국인들이 배려해준 덕분에 세계여행은 순조로운 듯 했다. 하지만 도로가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곳으로 여행을 다닌 탓에 건강은 나빠져만 갔다.

박정웅씨는 해발 5360m나 되는 인도의 타그랑 라(Taglang la)를 자전거 타고 올라갔다고 했다.[사진=박정웅씨 제공] 2020.03.20 kh10890@newspim.com

특히 해발 5360m나 되는 인도의 타그랑 라(Taglang la)를 비롯해 수 많은 곳을 자전거로 타고 다니다 보니 무릎이 상할대로 상해서 여행을 중도포기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4년만에 한국으로 귀국한 이후에는 "강연해라", "책 써라", "유튜브 해라" 등 문의가 쏟아졌지만 자신의 여행 취지와는 맞지 않아 거절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여행은 이제 힘들어졌지만 박씨는 새로운 곳에 또 다른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고 했다. "그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홀로 여행하며 외로울 때 힘이 됐던 '음악'이라고 했다. 열정으로 가득찬 박씨에게 꿈을 물었다. 그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다가 노년이 되면 캠핑카 타고 국내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고 했다.

◆ "받은만큼 돌려줘야죠"

기아자동차에 근무하는 허만신(58)씨는 '어머니의 산' 무등산을 후손에게 그대로 돌려줘야한다며 1주일에도 몇 번씩 무등산 등산로의 쓰레기를 줍는 봉사활동을 하고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3.20 kh10890@newspim.com

지난 17일 오후 5시 광주 서구 기아자동차 앞에서 허만신(58)씨를 만났다. 그는 기아자동차에 근무하면서도 틈틈이 무등산 쓰레기를 줍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무등산을 갈때마다 쓰레기가 넘쳐서 한 번, 두 번 줍다보니 어느새 4년째 매주 무등산으로 향하고 있다. 허씨는 이날도 오전 9시에 무등산에서 쓰레기를 줍고 출근했다.  

허씨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은 무등산은 광주시내 어디서 봐도 보인다"며 "찾아오기도 쉽고 이렇게 아름다운 산을 후손들에게도 똑같이 돌려주기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봉사활동을 하다보니 허씨는 단순 봉사에 그치지 않고, 올해는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봉사와 접목 시키기 위해 레크레이션을 배웠고, 식생물 공부도 하고 있다. 그는 무등산의 희귀식물 등에 대해서도 잘 알고 싶다고 했다. 알아야 지켜야 할 것을 지킬 수 있다며.

◆ '사람 냄새' 풍기는 편의점을 꿈꾼다

"물건만 사고 파는 편의점이 싫었어요" 여현민(29)씨는 물건을 구매 하지 않아도 동네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 꽃을 피우는 그런 가게가 됐으면 하는 로망을 갖고 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3.20 kh10890@newspim.com

"물건만 사고 파는 편의점 말고,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고 싶어요"

편의점 점주 여현민(29)씨는 올해 '사장님'이 됐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사장님'이 되고 말겠다는 로망을 올해 이뤘다. 여씨는 편의점 오픈 전부터 "물건을 구매하지 않아도 부담없이 동네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최근엔 코로나19 확산 속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하는 동네사람들이 많아지자 약국에서 구입한 공적마스크를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고 했다. "마스크 5부제를 한다고 해도 1주일에 2장만 구매가 가능한데 아깝지 않느냐"고 물었다. 여씨는 "이웃들이 건강해야 이 곳을 찾는 사람도 많지 않겠냐"면서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삶이 목표

그 자리에 안주하면 안된다며 늘 새로운 것을 도전한다는 박장훈(29)씨는 올해 소방설비기사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100세 시대인 만큼 미리 준비를 해야한다"고 했다.[사진=박장훈씨 제공] 2020.03.20 kh10890@newspim.com

직장인 박장훈(29)씨는 지난해 전기기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응시자는 연간 4만명 수준으로 적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국가기술자격증이다. 남들은 짧게는 6개월에서 많게는 몇 년에 걸쳐서 합격하는 자격증이다. 그러나 박씨는 4~5개월만에 비교적 빨리 취득했다. 덕분에 취준생(취업 준비생) 기간도 길지 않았다고 했다.

박씨는 대학 시절 휴학을 많이 했다고 했다. 그래서 같은 학번 동기들 보다 졸업이 늦었다. 그는 "남들보다 졸업이 늦었으니 더 노력을 해야만 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래서 취업 후에도 배움을 게을리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박씨는 "지난해에는 전기기사 자격증을 땄으니 올해에는 소방설비기사를 따는게 목표"라면서 "100세 시대인만큼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사소한 것이라도 일단 도전할 것"을 권했다. 사소한 것 하나 하나가 더해져 큰 일도 도전할 수 있는 것이라고.

◆ 500원을 벌더라도 같이 살아야죠

선모(72)씨는 '손수레' 대신 '자전거'를 끌고 다니면서 폐지를 줍는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이 '손수레'를 끌고 다니면 자신보다 나이가 있는 어르신들이 주울 것이 없어진다고. 한살이라도 젊은 사람이 양보하는 것이라고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3.20 kh10890@newspim.com

지난 18일 오후 3시 고물상 근처. 선모(73)씨는 자전거를 손수레 삼아 '폐지'를 팔기 위해 고물상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지난달 폐지를 주워서 팔아본 경험이 있어서 선씨가 가져온 폐지 가격이 얼마 정도 나올지 대략 알고있었다. "왜 손수레를 안끌고 자전거를 이용하시냐"는 물음에 "아이고.. 그럼 나이든 노인들은 어떻게 온다요. 나는 젊어서 괜찮아요"라고 했다.

선씨는 '자전거'를 끌고 하루에도 수십번을 고물상에 간다. 73세의 나이지만 자신보다 더 거동이 불편한 윗사람을 위해 '손수레' 대신 '자전거'를 이용한다고 했다. 그는 "아무리 세상이 힘들어도 다 베풀면 돌아오는 법"이라며 "하루에 50원, 500원을 벌더라도 같이 행복을 나누는 세상이 좋은 세상 아니겠냐"고 했다.

◆ 행복을 전하는 간호사가 '꿈'

간호학과 3학년 조현아(23)씨는 자신이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웃음을 줬던 간호사들처럼. 자신도 행복을 전하는 간호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사진은 간호학과 실습 당시 모습이라고 했다.[사진=조현아씨 제공] 2020.03.20 kh10890@newspim.com

전남과학대 간호학과 조현아(23)씨는 어느덧 3학년이 됐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렇듯 조씨도 '적성'보다는 '취업'이 잘되는 학과를 생각하다보니 간호학과로 전공을 선택했다.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해도 '공무원' 준비하고 있을 모습을 상상하기 싫었단다.

하지만 의외(?)로 조씨는 간호학과가 적성에 맞았다고 했다. 실습 시간은 마치 진짜 간호사가 된 것 처럼 꽤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어릴적 잦은 병치레로 병원에 자주 입원했지만 자신의 '딸', '동생' 같이 여겨주던 간호사들 덕분에 웃음을 잃지 않았었다. 그래서 한동안 잊고 있었던 '꿈'을 되찾은 것 같다고 했다.

조씨는 자신이 어릴적 간호사들에게 받았던 행복을 나누는 간호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그래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국민들의 심리적 불안과 우울감을 이겨내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 인근에서 시민들이 꽃샘추위를 피해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다.이들처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사진=백인혁 기자] 2020.03.20 kh10890@newspim.com

에필로그(epilogue). 수습기자 시절 "개가 사람을 무는 것은 기사가 안된다. 그러나 사람이 개를 물면 기사가 된다"고 배웠다. '기삿거리'란 흥미 있는 이야기, 새로운 소식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특별하지 않아도 직장·학교를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준비하는 수 많은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 카페에서 친구들과 나눌 법한 그런 사소한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 평범하지만 우리들의 '이웃' 한명 한명이 모두 특별한 사람들이니까.  

kh108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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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윗집 발망치 소리, 내년부터 끝" [세종=뉴스핌]김정태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지난 2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HERI). 세종시에 위치한 이곳에는 주택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여러 시험동이 있지만, 5층짜리 실제 아파트 건물 한 동이 눈에 들어왔다. 출입구 한켠에는 'db35lab(데시벨 35 랩)'이란 영문과 숫자 표기가 부착돼 있었다. 아파트 1층 내부에 들어가야 이 표기의 의미를 알게 됐다. 이는 LH가 층간소음 1등급 기준인 37데시벨보다 낮은, 도서관처럼 조용한 집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은 층간소음기술연구소의 시험동 이름이다. 층간소음 등급별 시연 모습 [사진=국토부기자단 공동] 거실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 화면에는 2층의 층간소음을 일으킬 수 있는 런닝머신, 책상과 의자, 공 등의 도구들이 보였다. 우선 화면을 통해 윗층에서 아래층에 전달되는 성인의 발걸음 소리를 들려줬다. 말 그대로 '발망치' 소리였다. 들려오는 소음은 49데시벨로 4등급 수준이다. 층간소음의 기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2005년 전에 지어진 공동주택의 경우 일부에서 이러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중량충격음이다. 이번에는 실제로 윗층에서 걷는 소리를 듣는 순서였는데, 귀를 쫑긋 세우지 않고서는 소음을 느끼기 어려웠다. 미세한 진동음이 들리긴 했지만, 불편한 수준은 아니었다. 이어 1m 높이에서 3kg 무게의 공을 떨어뜨리는 실험도 시연됐다. 이는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중량충격음으로, 역시 4등급 수준에서는 참기 어려운 소음과 진동이 느껴지지만, 이곳의 실제 시연에서는 역시 진동음이 확 줄었다. 의자 끄는 소리는 비교적 가볍고 딱딱한 충격음이어서 경량충격음이라고 하는데 4등급 수준에서는 참기 어려울 정도로 불편했지만, 실제 시연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충격음이 전달되지 않았다. 이처럼 층간소음이 획기적으로 줄어든 데는 1등급 기준인 37데시벨에 맞춘 성능으로 시공된 바닥 때문이었다. 기존 슬래브 두께보다 두꺼운 250mm로 시공하고, 그 위에 40mm 복합완충재와 30mm 고밀도몰탈 및 와이어 메쉬 등을 함께 깔아 놓은 바닥재다. 공동주택 층간소음 저감기술은 2023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했으나, 슬래브 두께는 210mm로 상대적으로 얇고 낮은 등급의 완충재와 일반 몰탈을 적용해 3등급 수준에 머물렀으나, 이를 매년 개선해 온 결과 올해 1등급 기준을 충족하게 됐다. LH는 이러한 기술 개발을 실험동 연구에 그치지 않고, LH 공동주택 각 현장에 실증 시공을 하면서 실증 결과 데이터를 쌓아왔다. LH가 층간소음 저감기술을 처음으로 적용한 단지는 양주회천 A15블록으로, 당시 3등급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평택고덕 ab57-2블록에 2등급 수준으로 끌어 올려 적용했다. LH 연구원 관계자는 "이 같은 1등급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 2022년부터 지속적으로 관련 기술과 공법을 연구해 왔다"면서 "47개의 기술 모델 개발과 총 1347회에 걸친 실증을 거쳐 자체 1등급 기술 모델을 정립해 내년부터 주택 설계에 본격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1등급 기준 설계로 분양가 상승의 요인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기존 공동주택 24평형(전용면적 59㎡) 기준으로 가구당 300만~400만 원의 공사비가 더 소요되는 것으로 LH는 추정하고 있다. 정운섭 LH 스마트건설본부장은 "층간소음 1등급 설계 적용 때문에 수분양자의 분양가 상승 부담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자체 원가절감과 함께 정부 재정 지원을 요청한 상태"라면서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공사비 상승의 주요인인 슬래브 두께를 슬림화하면서도 1등급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층간소음감지기를 통해 경고 알람이 뜨는 월패드 시연 장면 [사진=국토교통부기자단 공동] 층간소음 1등급 설계는 새로 짓는 공동주택에서만 가능하다. 때문에 구축에서는 이러한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 LH는 이를 보완하는 방안으로 층간소음 감지기를 IT업체와 협력해 개발 중이다. 바닥에 여러 차례 충격을 줄 경우, 층간소음 감지기의 센서가 작동해 해당 세대 월패드를 통해 주의를 당부하는 알람이 뜨도록 하는 장치다. 정승호 LH 스마트주택기술처 팀장은 "구조적으로 층간소음을 줄일 수는 없겠지만, 층간소음을 일으키는 기준을 해당 세대에게 알림으로써 아래층 이웃과의 분쟁을 줄일 수 있도록 고안한 장치"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시연은 기존 공동주택에 적은 비용으로도 층간소음을 저감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팸투어에 참여한 국토교통부 기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층간소음 1등급 바닥구조 [사진=뉴스핌DB] LH는 바닥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에 국한하지 않고, 옆 세대와의 벽간소음, 화장실 배관 소음 등 공동주택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생활소음 저감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벽간소음을 저감하는 소음 차단 성능 1등급 벽체 구조는 2019년 11월부터 이미 설계에 반영한 바 있다. 내년부터는 화장실 배관이 아래층을 통하지 않고 각 세대 내에서 설치되는 자체 배관을 적용해 배관을 통해 전달되는 소음도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내구성이 좋은 장수명 주택, 수요자의 취향에 맞게 가변형 평면 구성이 가능한 라멘 구조 주택, 레고처럼 조립·건설하는 모듈러 주택 등 주택 건설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는 주택 유형에도 층간소음 1등급 접목 방안을 모색해 적용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LH는 층간소음 저감 기술 저변을 민간으로 확산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우선, 민간의 고성능 신기술을 발굴하고, 다양한 1등급 기술 요소의 시장화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올해에는 층간소음 기술 마켓을 통해 6개의 고성능 기술을 발굴했으며 LH 공공주택 현장에서 그 성능을 검증해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LH는 층간소음 1등급 적용 확산을 위해 db35lab을 내년 3월부터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 자체 층간소음 시험 시설이 없는 중소기업에 데시벨 35랩을 테스트베드로 제공해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LH는 또 그간 개발해 온 층간소음 저감 기술 요소와 시공법, 실증 결과를 중소 민간 건설사들과 공유할 계획이다. 더불어 자체 기술 개발과 층간소음 저감 시공·품질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에 대한 기술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이한준 LH 사장은 "2년 전 취임 당시 제일 먼저 강조한 게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약속한 것이었다"면서 "내년부터는 LH가 짓는 모든 아파트에 1등급 기준을 적용해 국민 일상의 생활 고통을 덜어주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벽식 구조의 공동주택에서 벗어나 라멘(기둥식) 구조와 모듈러에도 층간소음 1등급 기준을 적용해 100년 이상 가는 장수명 주택의 근간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dbman7@newspim.com 2024-11-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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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동행카드, 고양·과천도 30일부터 [서울=뉴스핌] 이경화 기자 =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가 오는 11월 30일 첫 차부터 고양시와 과천시까지 서비스를 확장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로써 서울~고양~과천을 오가는 시민들도 월 5만~6만원대로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난 1월 27일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출발한 기후동행카드는 3월 30일 김포골드라인, 8월 10일 진접선·별내선까지 확대됐다. 서울 공동생활권인 인구 100만의 대규모 도시 고양시와 지리적으로 서울시와 경기남부의 길목에 위치한 과천시까지 연결됨에 따라 수도권으로 본격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시는 기대한다.  서울 외 지역 기후동행카드 이용 가능 도시철도 구간 [이미지=서울시] 서울시와 고양시, 과천시는 지난해 2~3월 기후동행카드 참여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후속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하고 11월 30일 고양시(3호선·경의중앙선·서해선), 과천시(4호선)의 기후동행카드 참여를 확정지었다. 관계기관들과 함께 시스템 개발·최종 점검을 완료했다. 이번 확대로 3호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역에서 서울시 송파구 오금역까지 모든 역사(44개)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경의중앙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역에서 구리시 구리역까지 34개 역사, 서해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역에서 서울시 강서구 김포공항역까지 7개 역사, 4호선은 남양주시 진접역에서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역사까지 34개 역사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현재 기후동행카드 서비스 범위에 이미 고양시를 경유하는 서울 시내버스 28개 노선과 과천시를 경유하는 6개 노선이 포함돼 있음을 고려하면 서울과 고양·과천을 통근·통학하는 약 17만 시민의 이동 편의가 더욱 증진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용범위가 대폭 확대되면서 과천·고양 등 시민들도 기후동행카드의 다양한 문화 혜택을 동일하게 누릴 수 있다. 과천시 4호선 확대로 대공원역도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방문 시 서울대공원 50% 할인 등 혜택을 참고하면 된다.  기후동행카드는 올해 1월 23일 서비스 시작 이후 70일 만에 100만 장이 팔리는 등 시범사업 단계부터 큰 호응이 확인된 바 있다. 7월부터 본사업에 들어가면서 청년할인권·관광객을 위한 단기권 등 다양한 혜택이 더해졌다. 평일 최대 이용자가 65만명이 넘어가는 등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시는 고양·과천 지하철 적용을 시작으로 수도권 시민들에게도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협의·시스템 개발 검토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향후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확장을 위한 타 경기도 지자체와의 논의 역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고 시는 덧붙였다.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하려면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전화에서 '모바일티머니' 앱을 무료로 다운받아 충전하면 된다. 실물카드는 서울교통공사 1~8호선 고객안전실, 지하철 인근 편의점 등에서 구매한 후 서울교통공사 1~8호선, 9호선, 신림선·우이신설선 역사 내 충전기에서 권종을 선택·충전 후 사용할 수 있다.  기후동행카드의 고양시, 과천시 확대 등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고양시(031-909-9000), 과천시(02-3677-2285), 서울시 120 다산콜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윤종장 서울시 교통실장은 "김포·남양주·구리에 이어 고양·과천 확대로 경기도 동서남북 주요 시군까지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대중교통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며 "교통비 절감·생활 편의·친환경 동참 등 일상 혁명을 수도권 시민들까지 누릴 수 있도록 수도권 지역 서비스 확대·편의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kh99@newspim.com 2024-11-2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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