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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의 체험기] '코로나 블루' 우울증 자가진단 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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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코로나19가 두달 넘게 지속되면서 밖에 돌아다니는 것 대신 '집콕'(집에만 콕 박혀있다는 뜻)으로 일상이 바뀌었다. 회사에 출근하는 대신 재택근무를 하고, 식당 대신 집에서 식사를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어쩌다 밖이라도 나가려면 마스크를 꼭 쓰고 나간다. 포근한 날씨에 길거리에는 분홍빛 진달래꽃과 벚꽃이 활짝 폈지만 예년처럼 꽃 구경도 편히 할 수 없는 일상이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 심리지원단에서 우울증 자가진단을 해봤다. 답답한 내 마음을 진단해보기 위해서.[사진=전경훈 기자]

◆ '코로나 집콕' 두달 째, 우울했다

여느 때와 같이 잠깐 스쳐지나가는 질병쯤으로 생각했다. 며칠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 속에서 사라질 그런 존재쯤으로 말이다. 하지만 WHO(세계보건기구)가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함과 동시에 내 삶도 우울해졌다. 팬데믹 선언은 여름휴가만을 바라보는 직장인에게는 사실상 '휴가 취소' 선언과 마찬가지였다. 물론 여름까지 멀었지만 코로나 사태가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해외여행을 꿈꾸던 내 여름휴가 계획은 잠정 보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항공권 위약금을 조금이라도 덜 내기 위해서 눈물을 머금고 취소했다.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동네조차 마음 편히 다닐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무기력하고 답답했다. 이래서 '코로나 바이러스'와 우울감을 뜻하는 '블루(blue)'의 합성어인 '코로나 블루'라는 말도 생겨난 것이 아닌가 싶다. 우울한 내 마음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기로 했다.

광주시에서 운영중인 '코로나19 심리지원단'에 연락해봤다. 정신건강 전문상담사는 '우울 척도' 20가지 항목을 체크해보라고 했다. 자가진단은 최근 일주일 동안 겪은 경험이 기준이었다. 진단 항목에는 평소보다 말수가 줄어들었거나, 식욕이 없었다 등이 질문 항목에 있었다. 결과는 총 19점이 나왔다. '정상'이었다. 21점 이상은 '경미한 수준의 우울증세', 41점 이상은 '심한 수준'이었다. 누구나 상담은 가능하지만 21점 이상이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단계라고 했다.

'코로나19 심리지원단'에서는 기자라고 밝혀서인지 우울증 정상범위 점수여서인지 특별한 상담은 없었기에 다른 진단검사도 있는지 알아봤다.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5가지 자가진단 항목이 있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 우울증상, 불안증상, 신체증상, 자살위험성을 진단할 수 있었다.

국가트라우마센터 우울증 자가진단에서는 총 8점이 나왔다. 9점까지가 정상 범위였고, 10~14점이 경미한 수준이었다. 코로나19 심리지원단에서도 정상범위의 점수는 맞았지만 '경미한 우울증세'의 범주에 가까운 점수였다. 그래서 마냥 내 마음 속 스트레스를 방치해둘 순 없었기에 우울감을 없앨 방법을 고민해봤다.

◆ 회사 출근 대신 재택근무를 해봤다

재택근무가 솔직히 이렇게 편할줄 몰랐다. 그저 장소만 바꼈을 뿐인데 [사진=전경훈 기자]

다음 날 아침이 피곤할 것을 알면서도 '유튜브', 'TV'등을 보느라 저녁에 잠을 늦게 자는 편이었다. 양질의 숙면을 포기하며 시청한 TV 때문에 아침잠을 깨우는 휴대폰 알람소리는 늘 곤욕이었다. 5분만 더 자고 싶어도 회사에 출근하려면 서둘러야 했다. 늘 분노로 가득 찬 아침이었다. 그래서 코로나19를 핑계삼아 회사 출근 대신 재택근무를 해봤다. 재택근무의 효과는 대단했다. '저녁이 있는 삶'과 '아침이 있는 삶' 두가지를 다 경험할 수 있었다. 늦은 시간에 방영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을 시청해도 아침에 서두르지 않아도 됐다. 잠자는 시간이 길어지니 몸은 개운했고, 마음은 편했다. 아침밥을 여유롭게 식사할 시간이 있었고,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자연스레 일의 능률도 올랐다. 불편한 셔츠 대신 포근한 수면바지를 입고 일하는 직장인의 삶을 즐겨보니 "이런게 행복이구나" 절로 웃음이 나왔다.

◆ 계란 흰자 1000번 저어 '수플레 계란말이' 만들었다

팔이 빠지는 고통 속에 정말 고생 또 고생 해서 만든거다. 보기엔 이래도 맛있었다. 정말이다.[사진=전경훈 기자]

재택근무로 집에 있다보니 실내에서 즐길거리가 필요했다. 요즘 SNS에서 신종 먹거리 놀이로 유행하고 있는 '달고나 커피', '수플레 계란말이' 만들기에 도전해봤다. 요즘은 이 음식들을 한번쯤 만들어봐야 '인싸' 소리를 듣는단다. 커피 가루와 설탕, 물을 각각 1대1대1의 비율을 넣은 뒤 거품기를 이용해 400번쯤 휘저어야 만들어진다는 '달고나 커피' 대신 '수플레 계란말이' 만들기에 도전해봤다. 인기 유튜버의 영상을 보니 열심히 휘저으면 끝나는 요리였다. 이정도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평소 집에서 요리할때면 "뭐든 많이 넣으면 맛있어"라고 이것저것 넣다가 음식을 망치기 일쑤였다. 하지만 계란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한 뒤 흰자에 설탕을 넣고 거품기로 1000번 가량 저어주기만 하면 완성되는 꽤 그럴싸한 디저트였다. 첫 시작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한 150번쯤 저었을까 팔이 조금 저려왔다. 그래서 팔을 바꾸고 저었더니 양쪽 팔이 빠질 것 같았다. 달달한 디저트 하나를 먹기 위해 지옥을 경험하는 노동이 필요했다. 물론 만들기에 실패했다. 1000번을 저으면 흰자가 걸쭉해진다고 했는데 10번 저었을때랑 차이가 없었다. 스트레스 풀기 위해 시작했다가 분노가 더 쌓였다. 그래서 전동거품기를 사서 만들었더니 비교적 성공했다. 문명의 힘은 대단했다. 괜히 고생만 했다.

◆ '불금'을 친구 집에서 보냈다

친구 집에서 불금을 보낸건 처음이었다. "남자끼리 무슨 와인이냐"고 해놓고 자기가 다 마셨다.[사진=전경훈 기자]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 중인 만큼 친구들과 만남도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술도 좋아하고 수다 떠는 것도 좋아하지만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말을 되새기며 한동안 약속도 잡지 않았다. 그런 일상이 지속되다 보니 금요일 퇴근 후에 친구들과 당연스레 마시던 맥주 한잔이 그리웠다. 단골 술집에 확진자가 다녀간적도 없지만 왠지 찜찜했다. 지금까진 없었지만 앞으로도 없으리란 보장은 없으니까. 그래서 혼술(혼자 술마시기)도 해보고 친구들과 '영상통화'로 건배를 해보기도 했다. 오히려 갈증만 더 심해졌다. '코로나 블루'를 극복할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마스크 단단히 쓰고 친구 집으로 향했다. 술집이 아닌 친구집에서 음주는 처음이라 색다른 기분도 내볼 겸 와인을 가져갔다. 친구는 "남자끼리 무슨 와인이냐"고 했다. 와인도 있겠다. 어울리는 요리를 해주겠다며 쉬고 있으라더니 '감바스(올리브오일에 새우와 마늘을 익혀 빵이나 면 등을 곁들여 먹는 스페인의 전채요리)', '스테이크'를 만들어 왔다. 이렇게 요리 솜씨가 좋은줄 알았더라면 맨날 친구 집에 갈걸 그랬다. 연락은 매일 했지만 마주보고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 스트레스가 풀렸다. 맛있는 음식과 와인이 있으니 새삼 '유럽여행'이 부럽지 않았다.

◆ 핑크빛으로 물든 '벚꽃길', 마음이 편했다

핑크빛으로 물든 이 벚꽃길을 보니 행복했다. 내년에는 마음 편하게 즐겨야겠다.[사진=전경훈 기자]

광주에서 벚꽃 명소를 꼽으면 단연 서구에 위치한 '운천저수지'가 아닐까 싶다. 매년 봄이면 오케스트라 공연을 연상케하는 음악분수 쇼와 함께 벚꽃 구경을 했었지만 올해는 가지 않으려고 했었다. 지자체마다 축제를 취소하고 있고, 오죽하면 "꽃 구경오지 마세요"라고 광고까지 하고 있었으니까. 특히 '나의 안전을 위해서'도 맞지만 '내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사람이 몰리는 곳에는 가지 않으려고 했다. 무엇보다 벚꽃은 내년에도 피는 것이니까. 하지만 취재 때문에 가야만 했다. 본업이 있는거니까. 그럼에도 마음 한켠에는 불안한 마음이 있었기에 최대한 사람들을 피해 평일 오전 시간을 이용했다. 막상 가보니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과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핑크빛 벚꽃. 어느 하나 빠질 것 없는 최고의 날씨였다. 답답한 내 마음에 위로가 됐다. 코로나19만 없었다면 더욱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아쉬워하지 않기로 했다. 스트레스 극복 방법이었다. "만약 이랬다면"을 떠올리다 보면 아쉬움만 남기 마련이었다. 현재 상황을 인정하고, 만족하니 조금 마음이 편했다.

◆ 확진자가 다녀간 식당을 찾아가봤다

바삭바삭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다. 이래서 내가 살이 '확찐자'가 됐다.[사진=전경훈 기자]

나는 자가격리 대상도 아니었고, 확진자도 아니었지만 막연한 공포감에 밖을 나가는 것을 꺼렸다. 그러다 문득 나처럼 '재택근무'하는 직장인이 많아지면 '자영업자'들은 손해가 막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식당이라도 되면 손님이 없을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그래서 이날 하루는 집에서 식사하는 대신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식당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일부러라도 찾아왔다고 하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까 싶어서.

"돈가스 하나 주세요" 바삭바삭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푸짐한 양, 깔끔한 청결 상태, 친절한 사장님의 응대까지 모든게 완벽했다. 답답했던 마음까지 풀리는 것 같았다. 모든게 완벽한 식당이었다. 하지만 평일 점심임에도 손님은 텅 비어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확진자가 다녀갔던 식당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나도 출입문을 열고 마스크를 벗기까지 두려운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일거다. 확진자는 이미 완치 판정까지 받았는데도 조금은 찜찜하고 두려운 마음에 쉽사리 식당 방문이 꺼려졌을거란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요즘 장사는 좀 어떠시냐는 물음에 사장님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가게들도 장사가 안되는건 마찬가지겠지만 확진자가 다녀간지 벌써 꽤 오랜시간이 흘렀음에도 단골손님을 제외하곤 손님이 뚝 끊겼다고 했다. 확진자가 다녀가기 전과 비교해보면 손님이 60~70% 줄었다고 했다. 저녁에는 아예 손님이 오지 않아서 막막하다고 했다. "그래도 버티다 보면 좋은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라며 담담하게 답했다.

이름은 국밥집이지만 이 식당에서 판매하는 막창전골은 정말 일품이었다. 나만 알고 싶은 집이지만 장사가 잘 됐으면 좋겠다.[사진=전경훈 기자]

에필로그(epilogue). 혼자 식사하는 것만으로는 매출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국밥' 집에 갔다. 확진자가 방문한지 어느덧 한달이 넘는 시간이 흐른 탓일까. 줄을 서서 먹어야 할 정도로 붐볐던 것과 비교하면 손님이 줄어든 편이지만 그래도 꽤 많은 손님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국밥집을 비롯해 돈가스 식당도 예전처럼 장사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또 다시 가게 상호명을 언급하면 또 다른 '주홍글씨'가 되진 않을까 싶어서 가게 이름과 장소는 익명에 부친다. "이제 괜찮다"라고 안심시키는 말보다 잊히는게 더 위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kh108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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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출구조사 "유권자 65% '인플레 트럼프 탓'"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 출구조사에서 유권자의 절대다수가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고물가와 경제 난국의 책임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BC, CNN, CBS 등 미국 주요 방송사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SSRS가 실시해 이날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5%가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있는 윌리엄 C. 가우디 기술 아카데미의 중간선거 투표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특히 유권자의 65%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경제를 더 악화시켰다"고 응답했으며, 62%는 고물가의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목했다. 유권자의 44%는 "2년 전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시보다 가계 재정 상태가 악화됐다"고 답한 반면, 좋아졌다는 응답은 18%에 그쳤다. 이번 출구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8%에 그쳐, 1기 임기 당시 치러진 2018년 중간선거 지지율(45%)보다 7%포인트(P) 하락했다. 유권자 10명 중 4명 이상인 43%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심판표를 던지기 위해 투표소에 나왔다"고 답했다. 이는 상원 승패를 결정지을 4대 핵심 경합주(조지아, 오하이오, 미시간, 텍사스)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과반을 넘어서며 공화당 후보들에게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권자들이 꼽은 가장 중요한 선거 이슈는 경제(39%)였으며, 민주주의 수호(32%)가 뒤를 이었다. 체감 물가 상승률과 관련해서는 ▲유가 및 경유 가격(87%) ▲식료품 가격(88%) ▲공공요금(86%) ▲의료비(85%) 등 삶의 질과 직결된 전 분야에서 80%가 넘는 유권자가 불안감과 생활고를 호소했다. 지난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핵심 유권자층의 이탈 징후도 포착됐다. 히스패닉(라틴계) 유권자 중 민주당 지지층 비율은 2024년 39%에서 올해 43%로 반등했다. 이로써 민주당의 라티노 우위 격차는 2024년 10%P에서 이번에 16%P로 크게 확대되며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흥미롭게도, 유권자들은 양당 모두에 대해 높은 불만을 드러냈다. 민주당에 대한 비호감도는 54%(호감 46%), 공화당에 대한 비호감도는 59%(호감 41%)로 양당 모두 과거 두 차례 중간선거 대비 비호감도가 크게 상승했다. '양당 모두 비호감'이라고 답한 유권자 비율도 2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이슈별 정당 신뢰도 조사에서는 민주당이 경제, 외교 정책, 의료, 공직 부패 등 다수 분야에서 공화당보다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공화당은 이민 문제에서만 유일하게 우위를 점했으며, 인공지능(AI) 정책과 세금 이슈에서는 양당이 팽팽히 맞섰다. wonjc6@newspim.com   2026-11-04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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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제2금융·증권사 등 보안 모두 뚫렸다 은행을 시작으로 증권사와 카드사 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까지 해킹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금융사 보안 체계는 외부 공격과 내부 관리 부실 앞에서 허점을 드러냈고 사고를 사전에 탐지하거나 피해를 신속히 차단하는 대응 역량도 도마 위에 올랐다. 뉴스핌은 총 4편의 기획을 통해 업권별 사고 원인과 보안 실태를 규명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보안체계 구축과 망분리 규제 개선 및 실질적인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모색한다. [서울=뉴스핌] 김양섭·김가희 기자 = 국내 금융권이 한 달 넘게 이어진 연쇄 해킹에 업권을 가리지 않고 뚫렸다. 지난달 1일 신한은행의 고객정보 유출 공개 이후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탈사, 새마을금고중앙회로 번진 침해사고는 지난달 말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 빗썸으로 이어졌고 한양증권에서도 유출이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14일 집계한 침해 금융사만 16곳, 유출 정보는 약 10만건이었다. 뚫린 곳은 대부분 핵심 뱅킹망이 아닌 외곽 시스템이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사고를 세 유형으로 나눴다. 본인확인 없이 대출신청 내역 등을 조회할 수 있던 정보조회 서비스, 기기 접근통제가 빠졌거나 웹 취약점이 있던 프라이빗뱅커(PB)·기업금융 담당자(RM) 등 직원 업무지원 서비스, 이미 알려진 취약점으로 악성코드가 심어져 고객정보가 담긴 로그파일이 빠져나간 홈페이지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555곳의 자체 보안점검 결과를 공개한 지 2주 만에 증권·보험업권에서 추가 사고가 나오면서 체크리스트 방식 점검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모집인 조회서비스 뚫리자 고객 정보까지…신한 2만5729명·국민 2210명 유출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연쇄 해킹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 신한은행 사고는 모바일 홈페이지 'M신한'의 대출모집인용 조회 서비스에서 시작됐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서비스였다. 신한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공격자는 9월 28일 저녁부터 고객번호 등 입력값을 무작위로 바꿔 넣으며 조회를 반복했고 휴대전화 인증 우회도 시도했다. 8개국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바꿔가며 들어왔고, 은행은 15시간26분 뒤에야 이상을 알아챘다. 유출 고객은 2만5729명이다. 이름·전화번호와 연소득, 산출 대출한도 등이 빠져나갔고 주민등록번호 66건과 연계정보(CI) 97건도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은행 4곳과 예가람·웰컴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등 7개사 사고 가운데 여러 곳에서 동일 공격자로 추정되는 IP가 발견됐고 인공지능(AI) 도구를 활용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접근 시도를 받은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는 유출이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대출모집인이 지정 태블릿에서 별도 인증서와 생체인증을 거쳐야 업무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고, 농협은행은 모집인에게 내부망 접속 권한이나 별도 업무시스템을 주지 않는다. KB국민은행은 직원용 모바일 업무지원 시스템 'RM 에이전트'와 'PB 에이전트'가 뚫렸다. 지난달 2일 고객 119명 유출을 밝혔다가 26일 재조사에서 고객 1631명과 임직원 460명을 추가로 확인해 피해가 2210명으로 늘었다. 하나은행은 영업지원시스템(ODS)에서 고객 89명의 주민등록번호·주소·직장명 등이 유출됐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AI연구원 교수는 이번 사고를 개별 회사가 아닌 금융권 전반의 구조적 취약점 문제로 봤다. 그는 "이번 사고는 본사가 아닌 외곽 조직이 털린 것이어서 망분리와는 관계가 없다"며 "외곽 조직은 업무 편리성이나 직원 복지, 매출 때문에 보안 등급을 의도적으로 낮춰온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인간 해커는 목표를 정해 오래 준비했지만 AI 에이전트는 수천 개가 금융권 전체를 실시간으로 훑다가 취약점을 찾으면 바로 공격한다"며 "관행처럼 해오던 부분을 AI 에이전트가 간파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자체점검 '적정' 대신증권도 뚫려…협력사 연계서버서 3만8490명 유출 대신증권은 지난달 17일 투자일임 비대면 계좌개설 연계서버에서 비정상 접근을 포착했다. 고객 3만8490명의 이름·이메일·주소와 암호화된 계좌번호 등 8개 항목이 유출됐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대신증권은 당국의 12개 항목 자체점검에서 미흡사항이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뚫린 연계서버는 당시 점검 대상에 들어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업무용 웹 시스템에 외부 IP가 비정상 접근해 일부 업무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고객정보 유출은 없었다고 했다. 한양증권도 지난달 29일 외부 그룹웨어에 대한 비정상 접근으로 고객정보 15건을 포함한 개인정보 31건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건은 3건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업계는 개인 고객 정보를 직접 다루는 일이 적어 그동안 보안 투자 우선순위가 은행·증권·카드보다 낮았던 게 사실"이라며 "중소형사는 자체 보안 인력을 꾸리기 어려워 전산을 외주에 의존하는 곳이 많은데, 외주업체가 뚫리면 같이 피해를 입는 구조적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사고가 알려진 뒤 점검 수위가 한 단계 더 올라갔다"며 "외부에 노출된 시스템을 전수 파악해 접근통제를 다시 확인하고 점검 범위를 외주·연계 구간까지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빗썸은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가 뚫려 고객 6444명과 임직원·협력사 직원 715명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고객 844명분은 암호화되지 않은 채 노출됐고 주민등록번호·신분증 사본 등이 포함됐다. 빗썸은 당국 자체점검 때 최신 보안패치 적용이 미흡하다고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사 가운데 처음 해킹 유출을 신고한 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 25일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 홈페이지와 청약시스템 일부가 침해돼 이름·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 등 홈페이지 서비스 관련 정보가 빠져나갔다. 유출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10년 된 데이터베이스 쓰던 예가람 4만3246명 유출…웰컴·현대캐피탈은 닷새 뒤 인지 예가람저축은행에서는 고객 4만3246명의 정보가 유출됐다. 규모가 공개된 사례 가운데 가장 많고 상반기 말 거래자(16만2731명)의 4분의 1이 넘는다. 이 중 320명은 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거래내역 등 다른 항목까지 빠져나갔다. 해커는 9월 16일 고객정보 서버에 접근했지만 은행은 14일 뒤에야 이를 알아챘다. 국정감사에서는 침해 관련 시스템에 2016년 출시된 구버전 데이터베이스(DB) '레디스(Redis) 3.0.7'이 쓰였고 1년 전 공개된 취약점도 패치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가람저축은행은 사고 당시 금융보안원 회원사도 아니었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11일 대출신청 웹페이지, 15일 모바일 수신서비스 홈페이지가 잇따라 뚫려 고객 250명의 연소득·대출금액 등과 268명의 계좌번호·잔액 등이 유출됐다. 웰컴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은 9월 27일 공격을 받고도 닷새 뒤 금융보안원이 공유한 공격 IP로 접속 기록을 살피다 침해를 확인했다. 웰컴저축은행에서는 법인 인터넷뱅킹 아이디·대표자 이름 등 2370건(중복 포함)이 유출됐다. 현대캐피탈은 주택대출 모집인 조회페이지가 공격받아 모집인 146명의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공제 홈페이지에서도 회원 400여명의 정보가 빠져나갔고, 중앙회는 약 60시간 뒤 금융보안원이 전달한 의심 IP를 분석하고서야 이를 알았다.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AISI) 소장은 최 교수와 달리 뚫리지 않은 회사도 있는 만큼 개별 회사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업마다 부가서비스로 했거나 보안을 등한시했던 부분이 계속 뚫리고 있다"며 "금융권도 보안을 비용으로 보기 때문에 사고가 안 나면 아까운 돈이다 보니 몇 년씩 사고가 없자 늘려야 할 투자를 계속 줄이다가 이번에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권 정보보호 인력 비중은 수년째 10%를 밑돈다.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말 7개 업권의 정보기술(IT) 인력 2만7508명 가운데 정보보호 인력은 2654명(9.6%)으로, 은행(8.8%)과 증권(9.5%)은 평균에도 못 미쳤다. ◆ 555곳 중 130곳 '미흡'…패치·인증·관제 기본 항목서 구멍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4일 공개한 긴급 자체점검에서 금융회사 555곳 가운데 130곳(23.4%)이 보안패치 미적용, 기술지원이 끝난 노후 시스템 관리 미흡, 24시간 보안관제 미구축, 대외시스템 인증·인가 누락, 다중인증(MFA) 미도입 등 미흡사항을 보고했다. 나머지 425곳은 '적정'으로 보고했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달 14일 "수 차례에 걸쳐 전수점검과 관리 강화를 주문했음에도 금융회사에서 기본적인 부분이 잘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발견된 것은 매우 뼈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금융권의 이행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사고 전부터 기본 보안 통제 보완과 외부 접점 악용 주의 등을 전파했고, 긴급 체크리스트 점검 때 필수적인 경우를 빼고 외부 접근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도록 했지만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사고 회사가 유의사항과 자체점검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살피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보험사 등 대형 금융회사도 은행권과 같이 CEO 등 경영진 책임까지 엄중하게 물으라"고 지시했다. 대부업·가상자산업·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등 전자금융거래법 미적용사를 포함한 전 금융권의 외부 접점을 전수 점검하고, 형식적 점검에 그친 곳은 엄중 조치하라고도 했다. 오는 5일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5대 시중은행장·금융협회장 등과 간담회를 열고 AI 해킹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최 교수는 미국·유럽처럼 외부 공격을 가정해 취약점을 찾는 '레드팀' 점검을 상시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은 체크리스트로 점검하거나 자기 보고에 의존해 보고할 때는 문제가 없다고 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보안 품질을 평가하거나 보안 성과를 공시해 주가에 반영되도록 하면 기업이 돈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보안을 투자로 보는 인식과 CEO가 책임지는 구조를 개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지금은 CEO가 아니라 개인정보·정보보호 담당자가 책임을 지고, 사고가 나면 그 사람을 잘라버리면 끝"이라며 "갈수록 AI를 쓴 공격이 늘어날 텐데 이전 보안 시스템으로는 막을 수 없는 만큼 은행도 AI 시스템을 갖춰 미리 방어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금융위원회] ssup825@newspim.com 2026-1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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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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