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신조서 작성 객관의무 위반에 국가배상 책임 첫 인정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성폭력범죄 가해자로 지목돼 구속 수사를 받은 미성년자들의 진술을 경찰이 조작했다가 검찰이 모두 무혐의 석방한 사건 관련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피의자신문조서 작성시 있었던 직무위반과 관련해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은 29일 김모씨 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는 김씨 등에게 각 100만~3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김씨 등은 미성년자이던 2010년 7월 경기도 수원에서 장애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성폭력범죄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진술 등을 단서로 김씨 등 당시 14~17세 청소년 4명을 구속 수사했다.
구체적인 범행 과정이나 세부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이 장문으로 질문을 하면 피의자들이 단답형 답변을 한 것이 대다수인데도, 경찰은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면서 문답을 바꿔 피의자들이 자발적으로 구체적 진술을 한 것처럼 단문장답 형식으로 기재했다.
이들 중 일부는 경찰 수사단계에서 범행을 자백하기도 했지만 이후 진술이 뒤집혔다. 검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이듬해 전원 무혐의 처분했다.
이에 김씨와 부모 등 10명이 2013년 국가배상을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이들은 "위법하고 부실한 수사를 거쳐 미성년 피의자들을 상대로 허위 자백을 받아내거나 유도심문으로 불리한 진술증거를 조작했고, 이같은 수사기록을 근거로 구속까지 돼 재산적, 정신적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1, 2심은 원고 일부 승소를 선고하면서 국가가 이들에게 각 300만원씩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장문단답의 실제 신문내용을 단문장답으로 바꿔 기재한 것은 조서의 객관성을 유지하지 못한 직무상 과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은 수사 등 직무를 수행할 때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고 공정하게 해야 한다"며 "특히 피의자가 소년 등 사회적 약자인 경우 수사과정에서 방어권행사에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세심하게 배려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경찰관은 피의자의 진술을 조서화하는 과정에서 조서의 객관성을 유지해야 하고, 고의 또는 과실로 직무상 의무를 위반해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함으로써 피의자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됐다고 인정되면 국가는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