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전 사회적 대타협, 비정규직 대량 양산하고 정리해고 급증"
전문가 "비정규직 편에 선 유일한 민주노총, 비난 여론 안타까워"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비정규직 노조가 노사정 합의안은 해고금지 등 취약계층이 요구하는 핵심 내용이 빠져있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노사정 합의안을 통과시키려 한다고도 지적했다.
8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주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비정규직 노조원들과 학계 및 종교계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노사정 합의안이 통과될 경우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정규직까지 대량해고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노사정 합의안 추인이 무산되고 있는 사태를 유일하게 비정규직 입장을 대변하는 민주노총으로 화살을 돌리고 있는 것에 안타까워했다.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9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비정규직 노조. [사진=김유림 기자] 2020.07.09 urim@newspim.com |
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22년 전 사회적 대타협 당시 연구자로서 연구하고 관련 책도 만들었다. 당시 대타협이 엄청난 성과인 것처럼 언론에 보도되고 있지만, 비정규직을 대량생산하게 만들었고 노동자들이 엄청나게 정리해고를 당했다"며 "이번 노사정 합의안은 우리사회 미래 젊은 세대들의 문제이며, 22년 전과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노 교수는 "일부 강경파가 반대하고 있다고 잘못 알려지고 있으나,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중집) 42명 중 32명이 반대하고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이나 지금까지 우리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대응한 조직이 민주노총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수억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공동소집권자는 "코로나19 긴급상황에서 한시적으로라도 모든 해고금지, 전국민 고용보험 적용 등 노동자가 요구하는 절박한 생계대책은 이번 노사정 합의안에는 전혀없다"며 "중집에서 절대다수 70% 이상이 기업만 살리는 노사정 합의안에 핵심 내용이 빠졌다고 폐기를 요구했지만, 김명환 위원장의 집권으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일방적 강행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남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아시아나케이오지부장은 "코로나19 사태 때만이라도 한시적으로 해고를 금지시켜달라고 고용노동부와 청와대 등 목소리를 냈지만 결국 부당해고를 막지 못했다"며 "2개월째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에서 복직 투쟁을 하면서 민주노총을 믿고 끝까지 투쟁을 결연했는데, 민주노총이 우리(비정규직)를 버리는 노사정 합의를 하겠다고 한다. 이제 누구를 믿어야 하며,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라고 호소했다.
조현철 천주교예수회사회사도직 신부는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 정부가 사용자(기업)에 40조원을 투입하고 있다. 국민의 세금을 사기업에 지원하는데,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경우는 오직 하나 고용유지밖에 없다"며 "40조원은 110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세금에서도 차출된 막대한 예산이다. 정부 관료들과 공개적인 토론회를 열고, 민주노총 대다수가 노사정 합의안을 반대하는 게 문제라고 주장하는 이유를 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 2일부터 3일 새벽까지 중집을 열고 노사정 합의안 추인 여부를 논의했지만, 강한 반대여론에 합의가 무산됐다. 이에 김명환 위원장은 직권으로 "민주노총 규약상 위원장 권한 행사로 소집할 수 있는 임시 대의원대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시 대의원대회는 오는 21일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만 대의원대회가 개최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수억 공동소집권자는 "대의원대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방식과 관련된 민주노총에 규정이 없기 때문에 개최하지 못하거나 열린다고 해도 투표를 어떻게 할지도 정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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