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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돈 없다" 정부는 "대학 책임" 학생은 "책임 떠넘기나"…등록금 '네탓공방'

기사입력 : 2020년07월11일 05:00

최종수정 : 2020년07월11일 05:00

국회 본회의 통과한 예산은 1000억에 불과
등록금 환불 노력 평가해 돈 주겠다는 교육부
'저승사자' 격 대학혁신지원사업 연계에 대학들 '발끈'
학생들 3500여명, 법원에 등록금 반환 소장 접수

[세종=뉴스핌] 김범주·이정화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대학 등록금 반환 논쟁이 뜨겁다. 적정 반환 수준을 두고 정부와 대학, 학생들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 가운데 등록금 반환 관련 예산은 1000억원이다. 학생 1명당 3만~4만원씩 돌려줄 수 있는 수준이다.

정부는 이 돈도 '대학이 어떤 자구안을 내놓는지'를 평가한 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학들은 정부가 재정지원 카드로 '대학을 콘트롤 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등록금 반환을 주장하는 대학생들은 이같은 대학과 정부의 갈등을 '책임 떠넘기기'로 보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 얼키고 설킨 '등록금' 환불 문제를 정부와 대학, 대학생의 관점에서 짚어봤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Post-코로나 교육대전환을 위한 총장과의 대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2020.07.02 alwaysame@newspim.com

◆정부 "학생 직접 지원 안 돼…등록금 받은 대학 책임"

처음부터 등록금 반환 문제에 대해 교육부는 대학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등록금 등 학교 운영에 대한 책임은 각 대학에 있으며, 학생과 대학 측이 협의를 통해 풀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학 등록금 반환 여론이 커지고 지난 6월 정치권까지 나서면서 대책 마련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다만 교육부는 학생 개인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형태의 '직접 지원' 보다는 장학금 등 형태로 대학생에게 등록금을 환불하는 대학에 재정 지원을 하는 '간접적 형태'라는 방향도 정했다.

문제는 예산 확보 과정에서 발생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중 대학 등록금 반환을 위한 간접 지원 예산은 1000억원에 그쳤다. 애초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한 2718억보다 1700여억원이 삭감됐다. 1000억원은 전체 대학생에게 약 4만원 가량을 줄 수 있는 돈이다.

대학 '비대면 교육 긴급 지원사업 지원' 명목으로 편성된 추경 예산에는 부대의견도 붙었다. 대학의 특별 장학금 등 지급 실적, 각 대학의 실질적 자구노력 정도, 각 대학의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재정당국의 주장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교육부는 대학이 강하게 반발하는 대학혁신지원사업에 '제4유형'을 신설해 대학의 등록금 환불 노력 등을 평가하기로 했다. 대학혁신지원사업 명목으로 4년제 일반대학은 760억원, 전문대학은 240억원이 각각 책정됐다.

현재 대학혁신지원사업은 자율개선대학으로 분류된 대학에 지원하는 1유형에 6540억원, 역량강화대학으로 분류된 대학에 지원하는 2유형에 362억원, 지자체와 대학의 지역혁신플랫폼에 지원하는 3유형에 1074억원을 각각 지원하는 사업이다. 대학은 정부가 재정 지원을 빌미로 '간섭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더구나 교육부가 추경을 앞둔 시점에 전국 대학을 상대로 등록금을 어떤 방식으로 반환할 것인지에 대해 조사를 하면서 각 대학에 등록금 반환을 압박하는 모양새로 비치고 있다. 교육부 측은 '각 대학마다 환경이 다른데 이 같은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대학이 쌓아둔 적립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월 기준 적립금이 1000억원 이상인 대학은 모두 20곳으로 홍익대가 7570억원으로 가장 많다. 연세대가 6371억원, 이화여대 6368억원, 수원대 3612억원, 고려대 3312억원, 성균관대 2477억원 등이다.

대학별 상황이 다르니 지원 규모도 달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 정치권과 정부의 목소리다. 국회 교육위 여당 간사인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대학마다 재정 상황이 다르고, 여유가 있는 대학까지 모두 (등록금 환불을) 지원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학생을 위해 적극적인 행동을 취한 대학에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자구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는 대학은 (정부가) 한정된 재원이긴 하지만 대학의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데 더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등록금 동결 12년째…재정만 고갈된다"

등록금 환불 문제에 대해 대학들이 내세운 공통된 주장은 '12년째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이다. 대학들은 법정 인상률 범위내에서의 등록금 자율 책정권을 행사하겠다고 교육부에 해마다 요구해 오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국가장학금'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내년도 국가장학금 사업 규모는 4000억원이다. 사립대 등록금이 사회문제로 제기되면서 정부는 2011년부터 재정 지원 사업과 연계해 사실상 등록금 동결을 유도해 왔다.

대학들은 10여년간 동결된 등록금 때문에 재정이 악화됐으며,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내로 유입된 유학생이 줄면서 재정이 더 악화됐으며, 학내 시설을 이용하는 학생이 거의 없어 학교 시설에 입주한 업체들도 문을 닫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 총장협의회 사무처장은 "학교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고정적으로 투입되는 돈은 없지만, 수익은 대폭 감소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 강의를 위해 투자한 자금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등록금이라는 것은 과거-현재-미래가 연결된 것으로, 현재 학생들이 이용 중인 강의실은 과거의 선배들이 낸 등록금이 반영된 것"이라며 "언택트가 뉴노멀이 되는 미래에 (등록금이) 양질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도입하는 데 투입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대학은 학생들과 등록금 환불 논의에 착수했다. 사립대에서는 처음으로 건국대가 등록금 8.3%를, 국립대에서는 전북대가 납부액의 10%를 장학금 형태로 환불키로 했다. 전북대의 평균 납부액(196만원)을 기준으로 상한액을 19만6000원으로 합의했다. 전북대 사례는 국립대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건국대는 전체 44억원의 재원을 '특별장학' 형식으로 재학생들에게 지원키로 했다. 이미 납부한 수업료에서 8.3%를 감면하거나 지원해주는 방식이며 재학생 1인당 29만~39만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동국대, 성균관대, 한성대 등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선별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성균관대는 200명을 선정해 1인당 200만원, 동국대는 1인당 50만원을 2000명에게 장학금을 줄 예정이다.

다만 학생들에게 '어떤 지원'을 해야 교육부의 지원 대상에 선정될 수 있을지에 대한 기준 설정 여부는 대부분의 대학이 혼란스러워하는 부분이다. 3차 추경에서 등록금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됐고, 정부가 내세운 '대학의 자구 노력'이라는 개념도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예산과 학생들에게 돌려주는 등록금 규모 등을 평가해 비용이 적게 드는 쪽으로 선택하는 학교가 나올 수 있다"며 "그럴 경우 등록금 환불을 받는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으로 나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지방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등록금 의존률이 높은 대학은 정부 지원을 받기도 전에 파산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며 "돌려주고 싶어도 그렇지 못한 대학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재정지원 사업이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3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중앙광장에서 '고려대학교 2020학년도 1학기 등록금반환운동 TF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등록금 반환 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0.07.03 mironj19@newspim.com

◆'질 낮은 온라인 수업'에 뿔난 대학생들..."최소 25% 환불해야"

비대면 수업으로 2020년 1학기를 보냈던 대학생들은 학교 시설물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 데다 수업의 질이 떨어져 학습권을 침해당했다며 등록금 일부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등록금 환불 수준을 결정한 건국대·전북대 이외에도 고려대·경희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양대 등 서울의 주요 대학 학생들은 일제히 학교 측에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고려대 학생들은 서울캠퍼스 중앙비상대책위원회, 세종캠퍼스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2020학년도 1학기 등록금반환운동 TF'를 꾸려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경희대·이화여대·연세대 총학생회 등도 등록금 환급 등을 요구하며 각각 집회를 열었다.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는 일부 학생들만의 요구가 아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개 대학 소속 학생 2만1784명 중 87.4%는 1학기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학생들은 등록금 반환이 필요한 이유로 ▲전면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수업의 질 하락 ▲학교 시설물 이용 불가 등을 꼽는다. 일부 교수들이 제대로 된 수업 진행을 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부 강의는 동영상으로 대체되는 등 문제점도 터져 나왔다.

대학생들의 요구에 대학과 교육부가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않으면서 등록금 반환 요구는 소송전으로 번졌다. 전대넷과 10여개 총학생회 등이 참여 중인 등록금반환운동본부(운동본부)는 소송인단 3500여명을 모집해 법원에 소장을 접수했다. 등록금 소송에 나선 대학생들은 상반기 등록금의 약 25%(사립대 100만원·국공립대 50만원) 규모로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에 대해서는 위자료 명목으로 10만원을 청구했다.

이해지 전대넷 집행위원장은 "우리의 요구는 올해 상반기 등록금에 대해서 채무불이행, 계약조건을 대학이 충분히 이행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것"이라며 "대학이 시설이나 수입, 지출 등 상세한 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들의 신뢰가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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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이어 전세대출 문턱 높인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에 은행권 또한 전세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가계대출 감축 취지에 발맞춘 조치이지만 서민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가 점점 짧아질 수 있다는 비판도 덩달아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 변동 추이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대출 안 내준단 은행에… 집주인·세입자 모두 '망연자실' 8일 금융권은 이번 주부터 전국 단위로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 제한을 확대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일부터 10월까지 임대인 소유권 이전이나 보유 주택 처분을 조건으로 한 전세대출을 막기로 했다. 집주인이 기존에 갖고 있던 근저당을 말소하는 대신 나오는 전세대출도 마찬가지다. 본래 수도권을 대상으로만 금지했으나 이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하나은행은 이달 5일부터 9월 실행 예정인 전세대출의 신규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NH농협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IBK기업은행은 이보다 하루 빠른 이달 4일부터 대출 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 추가 접수를 전면 중단했다. 정부는 지난 6월 27일 수도권·규제지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같은 달 28일부터 수도권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구입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세입자가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날 해당 주택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불가하다. 이와 함께 하반기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기존의 절반으로 줄였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를 7조2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축소했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4조1386억원으로 전월(6조7536억원)보다 38.7% 줄었다. 갭투자를 차단하겠다는 명목이지만 당장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서 전세 입주를 앞둔 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중에 돈이 없는데 은행 대출 문까지 막히면서 입주를 못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대출이 많이 껴있는 집이나 주택 여러 채를 소유한 임대인의 집에 들어가려면 대출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전세 매물도 감소세다.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집주인도 대출이 안 나와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지자 세입자를 받는 대신 직접 입주를 선택하는 일이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3467건으로 전년 동기(2만6512건) 대비 11.5% 감소했다.  거래량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9546건으로 전월(1만2120건) 대비 21% 줄었다. 수요는 많은데 매물은 줄어들면서 가격은 상승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은 평균 5억6333만원으로 한 달 사이 333만원 올랐다. 전년 동기(5억 3167만 원)와 비교하면 6.0% 뛰었다. ◆ "돈도 매물도 없다" 갈 곳 없는 세입자, 월세로 눈 돌려 6.27 대출규제에 정책대출 감축 내용도 포함되며 전셋값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지원되던 청년·신혼부부·신생아 버팀목 전세대출의 한도도 줄었다. 상품에 따라 상한선이 최소 4000만원에서 많게는 6000만원까지 내려오면서, 이를 통해 보증금을 마련하려던 예비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2년 전보다 전세가가 하락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집주인 입장에선 이번 규제가 전세 보증금 반환 리스크를 더욱 가중시키는 또 다른 변수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터 전문위원 "정책대출이 줄어들면 장기 저리 대출 수단이 사라지면서 주거 사다리 형성이 더 어려워진다"며 "청년, 신혼부부 등 초기 자산 형성이 되지 않은 계층과 주택 구입이 더 멀어지며 임대시장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주택 실수요자는 전셋값이 오르고 자금줄은 막힌 이중고 속에서 집을 구하긴 해야 하니 반전세나 월세 등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발생한 아파트 신규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은 42.2%(5555건 중 2345건)으로 전년 동기(41.5%)보다 0.7%p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기획위원회가 전세대출과 정책모기지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알려지며 우려가 더욱 커졌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의 부작용을 해결할 추가 대책이 적절히 마련돼야 한다며 입을 모은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 소장은 "집값 급등의 원인이 되는 수급 불균형 문제 해결이나 세금 관련 규제 등을 통해 주택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질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연구실장은 "이전 정부 경험에 비춰볼 때 이번 대출 규제 효과는 3∼6개월에 불과할 우려가 있다"며 "빠르고 강력한 공급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눌려 있던 매매 수요가 저금리와 경기 활성화 분위기를 타고 다시 살아나면서 4분기 중 집값이 다시 급등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5-08-0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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