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주식시장에 이른바 로빈후드 광풍이 거세다.
주식과 옵션, 상장지수펀드(ETF) 등 투자 상품을 수수료 부담 없이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투자 앱 로빈후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초보 투자자들이 홍수를 이루면서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모습이다.
주요 투자 매체들은 로빈후드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의 매수 상위 종목들을 별도로 보도하고 있고, 투자자들 사이에 '로빈후드 인덱스 2020'가 입에 오를 정도.
로빈후드 주식 거래 앱 [출처=업체 홈페이지] |
이들 종목이 헤지펀드 선호 종목보다 높은 수익률을 냈다는 투자은행(IB)의 분석 보고서가 나와 월가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개미들의 적극적인 주식 거래를 반기기보다 우려스럽다는 표정이다. 최근 20세 초보 투자자의 자살을 통해 보듯 수수료 폐지를 앞세운 온라인 증권사들의 광품에 따른 폐해가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
9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증권 거래 앱 로빈후드의 계좌 수는 1000만건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16년 처음으로 100만 계좌를 돌파한 업체는 최근 수 년 사이 가파른 외형 성장을 이뤘고, 특히 팬데믹 사태로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도시 봉쇄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외출이 여의치 않은 데다 스포츠 중계도 줄줄이 취소되자 경험이 전무한 초보들이 로빈후드를 아지트 삼아 주식 거래에 나선 결과다.
시장 전문가들이 로빈후드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은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극심하게 위험한 거래를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홈에퀴티 론으로 총 6만달러의 자금을 마련해 주식 투기 거래에 나선 32세 리처드 도바체 씨의 사연을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했다.
주식과 옵션 거래로 수익률을 올려 기존의 부채를 갚겠다는 생각으로 로빈후드에 올라 탄 그는 주식을 매매하는 과정에 입맛도 잃었고 악몽에 시달리기 일쑤였다.
로빈후드 앱을 통해 주식과 옵션을 거래하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경험 없이 빚을 내 뛰어들었다는 것이 NYT를 포함한 외신들의 주장이다.
로빈후드 이용자들이 다른 온라인 증권사 고객들에 비해 더욱 투기적이라는 사실은 다양한 지표를 통해 확인된다.
시장조사 업체 알파코션 리서치에 따르면 로빈후드 이용자들의 거래 규모가 미국 최대 규모의 온라인 증권사 E트레이드에 비해 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찰스 슈왑에 비해서는 무려 40배 높았다.
로빈후드 고객의 평균 연령이 31세로 낮고, 절반 가량은 투자 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들의 거래 종목에 대해서도 투자 구루들은 정상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지난 5월22일 파산보호를 신청한 렌터가 업체 허츠가 로빈후드 플랫폼을 통해 폭발적인 규모로 거래된 것이 단적인 예다.
허츠 주식을 거래한 로빈후드 이용자는 업체의 파산 돌입 전 4만4000명에서 파산 후 17만명으로 급증했다. 이용자들의 투기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단면으로 풀이된다.
최악의 상황도 발생했다. CNN을 포함한 미국 언론은 20세 로빈후드 이용자가 고위험 옵션 거래로 73만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떠안은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도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뉴욕증시의 급등락이 루빈후드 광풍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대규모 개미 군단이 투기적인 거래로 주가 변동성을 높이는 한편 시장 질서를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