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 기둥을 연결한 선이 코스 경계이므로 OB가 분명
'필드의 과학자' 별칭에 어울리지 않게 헛갈린 듯
경기위원 두 명이 같은 판정 내렸는데도 붉으락푸르락
Q: 요즘 화제의 중심에 선 브라이슨 디섐보가 지난 17일 열린 미국PGA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 2라운드 때 한 홀에서 10타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경기위원과 규칙 해석을 놓고 이견이 있었다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A: [서울=뉴스핌] 김경수 객원 골프라이터 = 대회장인 미국 오하이오주 뮤어필드 빌리지GC 15번홀(파5)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그 홀 오른쪽엔 일반 집들이 있었는데, 코스와 구분하기 위해 펜스(쇠로 된 울타리)를 설치했습니다. 물론 펜스 밖은 아웃오브바운즈(OB)입니다.
펜스에는 보통 견고성을 높이기 위해 기둥이 있습니다. 중간중간에 설치된 기둥은 그 사이에 있는 구조물보다 두껍게 마련입니다.
펜스가 코스의 경계물이 된 경우 코스의 경계는 기둥과 지면의 코스쪽 접점을 이은 선으로 규정됩니다. 따라서 펜스 기둥 자체는 아웃오브바운즈에 있는 것입니다.
디섐보의 볼은 공교롭게도 두꺼운 기둥과 얇은 구조물 사이에 멈췄습니다. 그 기둥의 직경은 볼의 지름(1.68인치)보다 커보입니다. 디섐보의 볼은 기둥과 기둥의 코스쪽 끝선을 이은 것보다 바깥(OB쪽)에 있어서 OB가 된 것입니다.
경기위원이 디섐보에게 이같은 내용을 설명하면서 OB라고 판정하자 디섐보는 곧바로 세컨드 오피니언(첫 경기위원의 판정에 이의가 있을 때 두 번째 경기위원을 불러 판정을 요구하는 일)을 구했습니다. 두 번째 경기위원이 와서 그 상황을 듣고는 그 역시 "OB다"라고 판정했습니다.
디섐보는 어쩔 수 없이 판정을 받아들이고 다음샷을 했습니다만, 화가 풀리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상황으로 인해 디섐보조의 그 홀 플레이시간은 24분이나 됐고, 그 뒷조는 지루하게 기다려야 했습니다.
디섐보는 "지난해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때 필 미켈슨은 망 울타리로 된 경계선 옆에 자신의 볼이 멈췄으나 인바운즈로 인정받은 후 울타리를 넘어가 OB 쪽에서 샷을 한 적이 있다"며 "내 볼도 OB가 아닌 것으로 봤고, 나도 펜스를 뛰어 넘어 OB 쪽에 서서 샷을 하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디섐보는 '필드의 과학자'라는 별칭답게 골프 규칙을 잘 아는 것으로 정평났습니다. 코스 경계가 선이나 말뚝으로 표시됐을 때 볼이 경계선에 조금이라도 걸쳐 있으면 OB가 아닙니다. 디섐보는 이번에 자신의 볼이 경계선에 걸쳐 있는 것으로 봤습니다. 그러나 잘 못 알고 있는 것이죠. 이번처럼 울타리 기둥이 있을 경우엔 기둥과 인접 울타리 구조물을 연결하는 대신, 기둥과 기둥을 연결하는 선이 경계선이 된다는 것을 몰랐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상황은 디섐보 뿐 아니라, 골프 규칙을 웬만큼 안다고 하는 규칙 전문가들도 모를 수 있는 전문적인 내용입니다. ksmk7543@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