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기술 대북지원단체 "식량 지원 받는 주민 1만명 건강 걱정돼"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북한이 코로나19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 1월 말부터 이어오고 있는 국경봉쇄로 식량난 등이 가중될 수 있다는 미국 국호단체들의 분석이 나왔다.
30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북한에 농업 기술을 지원하는 미 친우봉사회의 다니앨 재스퍼 워싱턴 사무소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다면 올 여름까지 농업 관련 물품이 담긴 화물을 두 차례 북한에 전달했을 것"이라며 "지난 봄에는 적어도 한차례 방북해 작황 조사도 벌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스퍼 사무소장은 특히 "친우봉사회의 북한 내 협력농장 4곳을 통해 식량을 지원받는 주민 1만2000명의 안위가 가장 걱정된다"고 했다.
조선중앙TV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관련된 보도 일부.[사진=조선중앙TV 캡처] |
이 단체는 지난 1월 "3월에는 플라스틱 모판과 쌀, 옥수수,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비닐하우스 설치품을 갖고 북한에 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이 국경을 전면 봉쇄하면서 관련 일정을 4월로 연기됐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이제는 지원 재개 시점조차 가늠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대니얼 워츠 전미북한위원회 국장도 "북한 내 인도적 지원 상황을 평가할 수 조차 없는 실정이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워츠 국장은 "국경 폐쇄와 내부 이동제한 조치가 농작물 생산량 등 전반적인 식량 공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중국이 어느 정도의 식량은 지원하고 있는지, 또 북한 코로나19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등 북한 내 인도적 상황에 대해 알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지난 2014년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병한 에볼라 때에도 국경 봉쇄 조치를 내렸지만, 그 때는 넉 달에 그쳤다"며 "전 세계 코로나19 감염증이 잠잠해지고 백신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북한이 국경 폐쇄 조치를 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호단체가 활동을 재개하기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3월 북한의 의료 지원 요청을 받고 미 국무부에 특별여권 발급을 신청할 계획이던 재미한인의사협회도 일단 모든 일정을 보류했다.
박기범 재미한인의사협회 북한담당 국장은 "코로나19 발병에 따른 각국의 여행 제한 조치로 평양에 들어갈 방안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미국 시민으로서 국무부에서 발급받아야 하는 방북 특별 승인 여권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있을 것 같지 않다"면서도 "(북한의) 국경 봉쇄 때문에 지난 1월 이후 지원 단체의 활동이 전면 중단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20년 넘게 북한에서 결핵 퇴치 활동을 벌여온 미국의 의료구호단체도 걱정이 많다고 한다. 이 단체 관계자는 "여행 제한으로 아무것도 계획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특별 방식의 지원과 관여를 위해 북한 당국과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몇 달째 아무런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다"며 "조기 치료가 중요한 북한 내 결핵 환자들의 상태가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해마다 2~3차례 평양과 개성 등 20여 개 진료소에서 결핵 환자 600여 명을 치료하고, 진료소 보수 공사를 진행해 왔다.
한편 북한은 지난 26일 탈북자 김모씨의 재월북 사실을 공개하며 개성시 봉쇄 등 기존의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격상해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북한 서열 2위'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직접 개성시를 시찰하는 등 방역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북한 당국의 일련의 행보를 두고 국경봉쇄 조치가 더욱 장기화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아울러 북한은 자국 내 코로나19 감염자는 단 한명도 없다는 입장을 현재까지 견지해 오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0일 '최대로 각성하여 비상방역조치들을 더 엄격히'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직까지 단 한명의 감염자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