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지난 8월 미국 대기업 내부자들이 매도한 자사 주식 규모가 67억달러(약 7조9696억원)로 5년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데이터 제공업체 스마트인사이더에 따르면, 8월 자사 주식을 매도한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IO) 등 고위급 경영자들은 1042명으로 2018년 8월 이후 가장 많았고, 총 매도 규모는 2015년 11월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월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지난 3월 주가가 바닥을 친 후 대규모 경기부양에 힘입어 급반등한 틈을 타 고가에 자사 주식을 매도한 것이다.
퍼시픽라이프펀드어드바이저스의 자산배분 책임자인 맥스 고크만은 "대기업 경영자들은 투자자들보다 자사 전망에 대해 부정적"이라며 "회사 전망은 부정적인데 주가가 뛰고 있다면 주식을 매도하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말했다.
미국 다국적 기업 다나허 코퍼레이션의 창립자 형제인 스티븐과 미셸 레일스는 2016년 자회사로 독립한 포티브그룹의 주식 10억달러어치를 매도해 스티븐 레일스는 6억600만달러, 미셸 레일스는 3억6300만달러를 각각 챙겼다. 포티브의 주가는 3월 저점에서 4분의 3 가량 급등했다.
빅토리아시크릿을 보유한 L브랜드의 창립자 레슬리 웩스너는 랠리가 시작된 후 세 배 이상 뛴 자사 주식 8900만달러어치를 내다 팔았다.
대기업 경영자들은 지난 3~4월 자사 주가가 저점을 치자 너도나도 매수 행렬에 동참했는데, 이제 반대로 고공랠리를 펼치자 매도 행렬을 이루고 있는 것.
다만 내부자 거래법에 저촉되므로 3~4월 저점에 매수한 자사 주식은 매수 시점에서 6개월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8월에 매도할 수는 없었다.
스톤X의 전략가인 빈센트 델루어드는 "나스닥100 지수 상장 기업들의 내부자들은 일생에 한 번 올까말까 한 횡재를 맞은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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