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 구제신청 2차례 기각…행정법원서 판단 뒤집어
"자발적 사직 의사표시 아니다…부당해고 해당"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사업체 대표와 언쟁 끝에 "그럼 나가면 되겠다"며 근무지를 떠나 근로관계가 종료된 근로자에 대해 부당해고가 인정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해당 발언이 나온 상황을 고려할 때 자발적 사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서울행정법원 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A씨가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A씨는 한 제빵업체 사업장에 생산관리 책임자로 근무하던 지난 2019년 5월 이 사업장 공동대표 B씨와 언쟁한 후 사업장을 나온 뒤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당시 A씨는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거듭 '더이상 같이 일할 수 없으니 당장 가방을 챙겨 나가라'고 말해 근로관계가 종료됐으며 자신이 해고 항의 전화를 걸었다는 등 이유로 정당한 사유나 절차 없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업장 공동대표 등은 A씨가 거짓말을 한 것을 알고 '이렇게 거짓말하시면 같이 일 못한다'라고 지적하자, A씨가 '그럼 내가 그만두면 되겠네요'라고 하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이라고 주장하며 부당 해고가 아닌 자진 퇴사였다고 반박했다.
A씨는 해당 지방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구제를 신청했으나 기각됐고 중앙노동위에 신청한 재심 역시 기각됐다. 그는 이에 법원을 상대로 이같은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행정법원은 노동위 판단과 달리 A씨에 대한 사업장의 부당해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A씨가 사업장에서 나간지 몇 시간 만에 해당 날짜까지의 급여를 지급해 근로관계 종료를 공식화했고 A씨 퇴사로 사업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업장 공동대표 등의 주장과 달리 A씨 측에게 사직 의사를 제고해달라거나 다시 출근해달라는 취지 연락을 한 사실이 없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또 함께 근무하던 다른 직원이 A씨가 자발적으로 사직했다고 진술하지는 않은 반면 오히려 해고 사실을 공동대표 등으로부터 들었다고 진술한 정황 역시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A씨가 자발적으로 사직 의사표시를 했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A씨 의사에 반해 사업장 공동대표 등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따라 원고와 근로관계가 종료된 것"이라며 "A씨와 사업장 등의 근로계약 관계 종료는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어 "이처럼 해고 존재가 인정되고 사업장 대표 등은 A씨에 대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의 서면통지를 하지 않아 절차적으로 위법하다"며 "노동위의 재심판정은 취소돼야 한다"고 결정했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