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 A씨, 입주민 민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
법원 "입주민과 갈등이 직접 원인이었을 것…업무상 재해 맞다"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법원이 지속적·반복적으로 과도한 민원을 제기하는 입주민 문제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아파트 경비원에 대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지난 2017년 사망한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취소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2011년부터 경남 양산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관리소장으로 근무해오던 중 2017년 7월 갑작스럽게 사직 의사를 밝히고 며칠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유족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스트레스에 따른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개인의 경제적 문제와 정신적 취약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유족급여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유족은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2018.02.13 leehs@newspim.com |
법원은 "A씨는 입주민 B씨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민원 제기로 인한 업무상 스트레스가 개인적인 경제적 문제와 정신적 취약성 등의 요인에 겹쳐서 우울증세가 유발·악화되었고, 그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것"이라며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입주민 B씨는 입주한 이후 1년 8개월여 간 관리사무소에 층간소음과 주차문제 등을 두고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면서 수시로 관리사무소에 방문하거나 새벽 4시에도 A씨의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해 항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A씨가 회사 대표에게 사직 의사를 밝힌 시점은 입주민 B씨가 공개된 장소에서 일방적으로 질책과 폭언을 한 직후였다. 이후 A씨는 이틀 뒤 사망했다.
재판부는 "B씨의 민원 제기가 사망 전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사건이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과거 공황장애 치료를 받은 개인적 소인이 있기는 했지만, 2006년 1월부터 2017년 6월까지는 치료 기록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2017년 7월 두 차례 치료를 받았고, 급격히 불안 및 우울장애 증상이 심화되어 사망에 이른 경과에 비춰보면 그 무렵 상당히 증가한 업무상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개인적 소인의 발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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