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020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 발표
기업대출 15.5% 늘고, 매출액 7% 줄어
비관시나리오상 기업부도율 1.59%로 상승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코로나19 장기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지원이 전면 종료될 경우 유동성 부족 기업이 현재 3%에서 7%로 확대되고 기업 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장기존속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선별적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야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대출은 3분기말 기준 1332조2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5.5% 증가했다. 명목 국내총소득(GDP) 대비 기업신용 비율은 110.1%로 전년동기비 9.2%p 올랐다.
[자료=한국은행] |
재무건전성을 살펴보면 2020년 상반기 동안 매출액은 7% 감소했다. 이는 1996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기업의 부채비율은 올해 상반기 기준 81.1%로 작년말 대비 3.1%p 늘었다. 한편, 기업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이자보상배율은 작년 상반기 4.4배에서 올 상반기 3.5배로 떨어졌다.
유동성 사정은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와 자금지원 등으로 대체로 양호했다. 올해 상반기 중 유동성 부족은 5000억원으로 전년동기(2000억원)와 비교해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실적 개선이 지연될 경우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유동성 위험이 악화될 전망이다.한은은 "기업실적이 향후 점진적으로 회복되더라도 금융지원 조치를 전면 종료할 경우 유종성 사정이 악화되고 자본잠식기업도 늘어나는 등 누적된 신용위험이 기업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은이 설정한 비관적 시나리오에 따르면 기업 매출액은 1.7% 감소하고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매출액으로 이자 비용도 못내는 경우) 기업은 현재 37.5%에서 39.1%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유동성 사정은 정부의 정책 지속 여부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지원이 전면 종료될 경우 매출이 회복되는 기본 시나리오 상에서 유동성 부족 기업 비중이 현재 3%에서 5.1%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비관적 시나리오상에서는 7%로 확대될 전망이다. 부족한 유동성 규모도 현재 1조4000억원(올해 연간)에서 기본시나리오와 비관시나리오에서 각각 4조원, 7조7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 부도 확률은 기본 시나리오에서 현재 1.41%에서 1.38%로 낮아지지만,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1.59%로 상승한다. 금융지원 마저 종료되면 연체율은 0.47%에서 1.05~1.25%로 높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당장 금융지원을 종료하는 대신 점진적인 정상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좌홍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코로나19로 크게 피해받은 기업들에게 지원역량을 집중하다보니 기업 구조조정등에 충분히 신경쓰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한계기업과 존속가능성 있는 기업 구분이 힘든 상황 등으로 기업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상반기 기업여신을 살펴보면 비한계기업이 41조원, 한계기업은 7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기업 여신관리를 하고 있어 우려가 아주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금융지원 조치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해 나가는 한편, 장기존속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지원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lovus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