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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새로운 기회] 유통·식음료 업계 '친환경 경영' 현주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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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주자' 롯데, ESG 본궤도 올랐다...신세계도 '친환경 경영' 속도
현대百, 'ESG 강화' 선언...편의점 빅3, '착한 기업' 이미지 쇄신 나섰다
식음료 업계도 ESG 경영 확산...지배구조 개선 움직임도 눈길

[편집자]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의 약자) 경영은 더 이상 한 때의 트렌드가 아닙니다.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환경파괴, 산업재해, 재난, 금융사고 등 부정적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이른바 착한기업에 '글로벌 머니'가 몰려가고 있습니다. 잘 준비하지 못하면 위협이고 반대의 경우는 새로운 기회입니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은 국내외 ESG 현황과 과제를 짚어보는 대기획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ESG 경영을 응원합니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지난 한해 코로나19로 심한 실적 부침을 겪은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유통 대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편의점·식음료 업체들의 ESG 경영 행보도 더욱 빨리지고 있다. 친환경 요소를 더한 제품과 마케팅을 선보인 데 이어 아예 대표이사 직속으로 전담조직을 꾸려 'ESG 강화'에 역량을 집중시키는 모습이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사진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2020.12.01 nrd8120@newspim.com

◆'선두주자' 롯데, ESG 본궤도 올랐다...신세계도 '친환경 경영' 속도

1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ESG 경영은 본궤도 올랐다. 롯데는 유통 기업 중에서는 'ESG 경영 선두주자'로 평가된다. 롯데가 ESG 경영을 도입한 건 6년 전이다. 국내 산업계에서도 ESG란 개념이 생소할 때였다. 일찌감치 ESG 경영의 중요성을 간파한 인물은 다름 아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신 회장은 2015년 8월에 열린 하반기 사장단 회의에서 "친환경 경영,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는 사항임을 명심해 달라"고 강조했다. 당시 롯데그룹은 신 회장과 동생인 신동주 전(前)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형제의 난'을 벌이고 있던 시점이었다. 신 회장이 '국면 전환용'으로 'ESG 경영'을 내세운 것이다. 신 회장은 이 때 비재무적 성과 항목인 'ESG 지표'를 임원 인사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6년이 지난 올해 초 롯데그룹의 상반기 사장단 회의에서 'ESG 경영' 단어가 경영 화두로 다시 등장했다. 올해는 '포스트 코로나 전략'으로 제시됐다. 신 회장은 지난 1월 열린 상반기 사장단 회의에서 "기업 가치와 직결되는 ESG 경영에 전략 집중이 필요하다"며 "ESG 요소는 비전과 전략을 수립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사회적 가치는 기업 생존·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 사항"이라고 주문했다.

이에 롯데그룹은 올해 3월 예정된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전자투표제 확대에 나선다. 올해 롯데지주와 롯데제과·롯데쇼핑은 정기주주총회에 전자투표를 도입키로 했다. 지난해까지는 롯데하이마트에만 전자투표제를 시행했다.

지난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지주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이 본인 확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핌]

롯데칠성음료·롯데케미칼 등 나머지 6개 상장 계열사는 현재 전자투표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ESG 중에서도 G(Governance)에 해당되는 지배구조 중에서도 주주 권익 강화에 힘쓰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지배구조는 투명한 정보공개 아래 기업들의 지배구조, 주주의 권리, 이사회의 권한 등을 평가하는 항목이다.

롯데마트 등 유통 계열사들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 패키지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롯데케미칼 등 화학 계열사들은 2030년까지 친환경 사업 매출 6조원 달성은 물론 탄소중립 성장에 초점을 맞춰 대규모 투자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신세계그룹도 ESG 경영에 적극적이다.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친환경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마트는 이달 중으로 왕십리·은평·죽전·영등포점 및 트레이더스 수원·송림점 등 총 6개 지점에 '에코 리필 스테이션'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시범 운영을 시작한 이마트 성수점과 트레이더스 안성점을 포함하면 총 8개 지점에서 '리필 스테이션'을 만날 수 있다.

이마트의 리필 스테이션은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 내용물을 충전할 수 있는 자판기가 설치된 공간이다. 친환경 세제 전문기업 '슈가버블'의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전용 용기에 담은 뒤 바코드를 붙여 결제하면 된다. 3ℓ 기준 세제는 4500원, 섬유유연제는 3600원으로 완제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39%가량 저렴하다는 게 장점이다.

[사진=이마트] 2021.01.28 hrgu90@newspim.com

신세계백화점은 전국 점포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소비를 줄여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를 실천하고 있다. 백화점 점포의 공조와 조명·에스컬레이터 등의 가동시간을 점포별 컨디션에 맞춰 30~60분가량 단축했다. 점포 사무실 등 후방시설과 함께 매장의 조명을 LED로 교체하기도 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1월 배당을 확대하는 주주환원 정책을 공개했다. 이마트는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배당하고 주당 최저 배당금을 2000원을 보장키로 했다. 신세계는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배당하고 주당 최저 배당금을 1500원으로 보장키로 했다. 두 회사는 이 같은 배당 방안을 3년마다 검토해 변경한다.

신세계 관계자는 "주주의 수익률에 대한 장기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안정적인 배당을 위해 수립됐다"며 "주주들과 회사의 수익과 비전을 공유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현대百, 'ESG 강화' 선언...편의점 빅3, '착한 기업' 이미지 쇄신 나섰다

현대백화점그룹도 팔을 걷어붙였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연초 2030년까지 매출 4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2030'을 발표하면서 "ESG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오너의 의지에 따라 유통 계열사인 백화점과 면세점 등을 비롯해 의류·인테리어 등 상당수 계열사에서 친환경 사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작년부터 그룹 전체 계열사에서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소재 사용을 줄이는 '그린 패키지'(Green Packag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이달 8일부터 고객 참여형 친환경 캠페인인 '365 리사이클 캠페인'을 확대 운영 중이다. 해당 캠페인은 고객들로부터 헌 옷·신발·가방 등 재판매가 가능한 품목을 상시적으로 기부받는 방식을 진행된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현대백화점 직원이 친환경 캠페인 참여 고객으로부터 헌 옷을 수거받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백화점] 2021.03.10 nrd8120@newspim.com

패션 계열사 한섬은 재활용 소재의 원단을 활용한 옷을 출시하고 있으며 현대리바트는 가구 포장에 들어가는 스티로폼을 100% 재생 종이로 대체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는 올해 들어 ESG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간 이산화 탄소배출 최소화를 위해 플라스틱 줄이는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대표이사(CEO) 직속' 전담조직을 앞다퉈 출범시키고 '착한 기업'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최근 ESG 경영위원회를 만들고 공동 위원장으로는 홍정국 BGF 대표와 이건준 BGF리테일 대표를 선임했다. BGF리테일은 위원회 안에 ESG 경영 전략·환경·사회 등 영역별로 전담 조직을 따로 꾸렸다. ESG 성과는 올해부터 부문별 임원 인사에도 반영된다. 위원회는 앞으로 그룹 차원의 중장기 ESG 경영 목표와 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GS25를 운영 중인 GS리테일도 ESG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위원장으로는 허연수 대표(부회장)를 선임했다. ESG 경영 유관부서의 임원은 물론 팀장·실무자의 성과평가(MBO)에 관련 항목을 10% 이상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최경호 코리아세븐 대표(전무). [사진=코리아세븐] 2020.04.09 nrd8120@newspim.com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롯데 주요 계열사 중 처음으로 ESG 조직을 테스크포스(TF) 형태로 꾸렸다. 신 회장의 'ESG 경영 강화' 주문에 계열사 가운데 코리아세븐이 가장 먼저 화답한 것이다. 코리아세븐은 롯데지주가 지분 80%를 보유한 비상장 계열사다.

앞서 최경호 대표는 연초 '2030 ESG 경영' 목표와 핵심 추진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임직원 업무 평가에 ESG 관련 항목을 확대하고 ESG 포럼·강연 등을 통한 변화에 나선다는 목표다. TF 팀장은 문대우 경영전략부문 최고전략책임자(CSO·상무)다. TF에서는 친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고 투명한 기업경영 및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전략을 마련하게 된다.

◆식음료 업계도 ESG 경영 확산...지배구조 개선에 사활

최근 ESG가 경영 화두로 떠오르면서 식품 업계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농심은 올해 처음으로 전자투표를 도입한다. 주주들의 의결권 보장을 위한 조치다. 

친환경 경영도 가속화한다. 농심은 올해 5월 중 '무라벨 백산수'를 출시할 예정이다. 라벨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제품명을 페트병에 음각을 새겨 넣는 식이다. 2ℓ와 0.5ℓ 제품에 우선 적용해 가정 배송과 온라인 매장에서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농심 무라벨 백산수. 2021.03.10 nrd8120@newspim.com

'페트병 경량화'도 계속 추진한다. 농심은 2019년 12월 백산수 0.5ℓ 제품의 경량화를 추진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약 13.5% 줄인 바 있다.

SPC그룹은 '사회적 가치'(S)에 초점을 맞춘 동반성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이다. SPC는 코로나19와 태풍·장마 등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 농가를 지원하는 '행복상생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에도 SPC 파리바게뜨는 충남 논산 청정 딸기를 활용한 '논산 생딸기 케이크'를 선보였다. 이전에 선보인 평창군 감자를 닮은 '강원도 알감자빵'과 제주도 구좌 당근을 활용한 '제주 구좌 당근케이크' 등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친환경 포장재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SPC의 포장재 생산 계열사 'SPC 팩'은 친환경 포장재를 개발해 SPC 브랜드와 다양한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현재 3600여개 품목의 모든 인쇄포장재 제품을 '녹색인증 기술'로 생산하고 있다. SPC 팩은 2018년 식품포장재 인쇄업계 최초로 '녹색전문기업'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삼양식품도 ESG 경영 대열에 합류했다. 삼양식품은 투명한 경영 강화를 위해 이사회 재정비에 나선다. 이달 이사회를 열고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우선 삼양식품은 이사회와 경영진간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위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다. 사외이사는 기존 1명에서 4명으로 늘려 이사회의 과반을 사외이사로 구성키로 했다. 이번에 ESG위원회도 새롭게 신설해 역량 강화에 나선다.

남양유업도 이달 ESG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플라스틱 사용량 감축에 나섰다. 남양유업은 오는 2050년까지 플라스틱 배출량을 20% 이상 감축키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2050년까지 모든 제품에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통·식품 업계의 'ESG 경영' 노력은 이유 있는 선택이다. 최근 해당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ESG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미닝아웃'(meaning·의미와 coming out·드러내기 합성어) 소비 행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미닝아웃 소비는 소비를 통해 자기 취향과 신념을 알리며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는 것을 말한다. 미닝아웃족(族)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거나 선행을 한 착한 기업에 흔쾌히 지갑을 연다. 오랜 선행이 알려진 기업인 오뚜기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갓뚜기'(god·신,과 오뚜기 합성어)로 불리며 국민 기업이 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닝아웃 소비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기업들을 움직이게 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유통 업계의 큰손으로 부상한 MZ 세대(1980년 초~2000넌대 초 출생) 중심으로 확산됐던 미닝아웃 소비 행태는 이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 연령층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업체들은 비재무적 평가지표인 ESG를 신경쓰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코로나19 이후 환경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된 것도 있지만 MZ 세대가 중심이 된 미닝아웃 소비와 맞아 떨어진 것도 업계 전반으로 확산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nrd812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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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대전망] '달러 시대의 느린 균열'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2026년 글로벌 자산시장 지형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바뀔 모양새다. 월가 주요 IB와 글로벌 운용사들이 제시한 내년 전망을 종합하면, 핵심 키워드는 ▲약해지는 달러 ▲강해지는 금 ▲제도권에 깊숙이 편입되는 코인 ▲전략자산으로 격상된 원자재로 압축된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유지되지만, 각종 정책·재정·지정학 리스크로 인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조용한 탈출(quiet hedging)'이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다. [사진=퍼플렉시티 생성 이미지] ◆ 달러: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 2026년 달러를 둘러싼 큰 그림은 '완만한 약세' 흐름 속에서, 기축통화 패권은 유지하되 매력은 서서히 떨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 주요국과의 금리 격차, 글로벌 성장·정책 리스크, 그리고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 탈달) 흐름이 겹치며 달러의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먼저 연준의 완화 경로를 살펴보면, 2026년 말 기준금리는 약 3%대 중반(3.4% 안팎)까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최근 발언들을 종합하면 인하 속도는 초기 시장 기대보다 더 느리고 신중한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어, 지나친 달러 약세를 막아주는 '하방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둘째는 금리 격차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정책금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2%, 영란은행(BoE)의 2~3% 수준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률 격차가 과거만큼 크지는 않지만, 달러 자산이 어느 정도 금리 메리트를 제공하는 만큼 "달러가 한 방향으로 급락하는 구도"까지 보긴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상대 금리 우위는 2026년 내내 달러가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막는 완충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는 글로벌 성장과 정책 리스크다. IMF는 2026년 세계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세를 개선할 것으로 보고 있어,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가 달러로만 몰리는 환경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다만 미국의 정치·재정 이슈, 부채한도·재정적자, 무역·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달러 방향성을 뒤흔들 수 있는 변수"로 남아 있으며, 상황에 따라 달러에 일시적인 강세·약세 충격을 모두 줄 수 있는 요인들이다. 장기 구조 측면에서 보면, 달러는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에 가깝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등 주요 글로벌 하우스들은 공통적으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당분간 흔들리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무역정책 불확실성,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연준의 완화적 기조 등 구조적 요인들이 달러의 매력을 조금씩 갉아먹는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데도 큰 이견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은 2000년대 초반 70%대에서 2025년 2분기 56% 수준까지 떨어졌다. 냇웨스트와 피델리티는 이 흐름을 "빠르진 않지만 분명한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으로 규정한다. 특히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커진 '제재 리스크'는 여러 국가가 결제·준비자산을 다변화하도록 자극한 대표적 계기로 지목되며, 일부 중앙은행은 준비자산 구성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고 금·기타 통화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전제 아래에서 보면 달러는 2026년 전반적으로는 약세 쪽으로 기울지만, 중간중간 강한 반등(숏 커버 랠리)이 나올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는다. 물가가 예상보다 끈질기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예상 밖의 인플레이션 급등이 나타날 경우 연준의 추가 인하가 지연되면서 달러에 단기적인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 충돌, 금융시장 급락 같은 글로벌 리스크오프 이벤트가 겹치면 '안전자산 달러' 선호가 살아나면서 강세 국면이 일시적으로 재현될 가능성도 크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조건이 맞아떨어질 수 있는 시점을 2026년 3~6월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연준의 주요 회의와 핵심 물가·고용 지표 발표가 몰려 있는 만큼, 상반기 중 일정 구간에서는 "완만한 약세 추세 속 달러 반등 구간"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2026년 달러는 방향성으로는 완만한 약세, 경로상으로는 구간별 반등이 섞인 '요철 있는 하향 곡선'에 가까운 그림으로 그려지고 있다. 달러지수 내년 전망 [사진=캠브리지 커런시스] ◆ 금: 탈달러·재정악화·지정학이 만든 '슈퍼 헤지' 월가 IB들이 그리는 2026년 금 가격의 큰 그림은 '상승'에서 '초강세'까지, 방향성이 한쪽으로 모여 있다. JP모간은 2025년 말 온스당 3,600달러대에서 2026년에는 4,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일부 프라이빗 뷰에서는 5,000달러 안팎까지 거론한다. 골드만삭스·UBS 등도 4,000~4,500달러 구간을 기본 밴드로 제시하면서, 구조적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5,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 같은 '슈퍼 헤지' 논리는 세 축에 기대고 있다. 첫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 매수와 디달러라이제이션 흐름이다.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제재로 묶이지 않는 준비자산"을 찾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다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유로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재정악화와 부채 누적이다. 천문학적 정부부채와 확대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희석 우려를 키우며 "법정통화의 거울"로서 금의 역할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셋째, 연준의 완화 전환과 약달러 구도다. 금리가 내려가면 무이자 자산인 금의 기회비용이 줄고,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낳는다. 기관투자가들의 인식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티시스 설문에서 글로벌 기관의 3분의 2는 "2026년에는 금이 코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답하며 금을 1순위 방어자산으로 꼽았다. 동시에 상당수 기관이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를 선호한다고 응답해, 금과 실물자산을 "인플레이션·재정·지정학 리스크가 겹친 시대의 전략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IB들은 2025년 급등 뒤 2026년 일부 구간에서 단기 조정과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조정이 나오더라도 "고점을 한 단계 올리는 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중장기 방향성만큼은 강하게 위를 가리키고 있다. ◆ 코인: '대체 가치 저장 수단'...그러나 여전히 '실험 구역' 코인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한 줄로 "커진 건 맞지만, 아직은 실험 구역"이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당 수만 톤 단위의 구리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이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구리·은·희토류·갈륨 등 핵심 금속 시장에 추가적인 타이트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확대로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환 메탈 수요가 2026년 한 해에만 30~40%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에너지 전환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미니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플레이션·무역·정책 측면에서의 환경도 원자재에 우호적이다. 모간스탠리 등은 미국·유럽에서 관세·보호무역 정책이 상수로 남는 한, 명목 물가가 2%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과거 데이터상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구간에서 원자재 상품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기타 자산 대비 20%포인트가량 우위였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 우려와 탄소 규제가 섞이면서, 가스·LNG·원유·우라늄은 "절대 줄일 수 없는 베이스 에너지"로, 구리·알루미늄·리튬·희토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 금속"으로 포지셔닝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월가 IB와 기관투자가들은 2026년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비중을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달러·채권·전통 주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인플레이션·안보 리스크를 헷지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2-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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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전재수 장관 면직안 재가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입장을 밝힌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전 장관은 "직을 내려놓고 허위사실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2025.12.11 yooksa@newspim.com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전 장관은 앞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사의를 밝혔다. 그는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언컨대 없었다"며 "추후 수사 형태든지, 아니면 제가 여러 가지 것들 종합해서 국민들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장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10원짜리 하나 불법적으로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600명이 모인 장소에서 축사를 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께 전재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 청탁성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cjay@newspim.com 2025-12-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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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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