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부동산 정책

속보

더보기

[르포] 110년간 방치된 서울 금싸라기 송현동 땅…"역사를 시민에게 돌려드립니다"

기사입력 : 2021년04월06일 07:02

최종수정 : 2021년04월06일 16:19

대한항공 vs 서울시 갈등…"송현동 공원, 비효율적" 의견도
'기구한 역사' 송현동 땅…"역사성 감안, 시민에게 돌려줘야"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는 110년간 서울시민들에게 '금단의 땅'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이 곳에 조선식산은행 사택이 들어오면서 우리 땅인데도 밟을 수 없는 땅이 된 거죠. 사람들은 늘 저 높은 담 뒤에 뭐가 있을까 궁금해 했었습니다. 이제 드디어 시민들에게 이 땅을 공원으로 돌려줄 수 있게 됐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

5일 방문한 송현동 대한항공 소유 부지(송현동 48-9번지 일대) 현장. 송현(松峴)이라는 지명은 조선 시대에 이 곳이 소나무 언덕이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면적은 3만7117㎡(1만1247평)로 넓었지만 서울 트윈트리타워 13층에 올라서니 한 눈에 내려다보였다. 부지 왼쪽에는 파란색 지붕의 청와대와 광화문, 경복궁, 국립민속박물관이 보였고 오른쪽에는 창덕궁과 창경궁이 자리해 있었다. 과연 조선시대 역사에 빠지지 않고 나올 만한 장소였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 [사진=김성수 기자] 2021.04.05 sungsoo@newspim.com

◆ 대한항공 vs 서울시 갈등…"송현동 공원, 비효율적" 의견도

 

이상면 서울시 공공개발기획단 공공개발추진반장으로부터 공원 조성계획에 대한 설명을 듣는 서 대행은 기쁨을 감추지 못한 표정이 역력했다. 일제에게 빼앗긴 역사의 한 장을 되찾아오는 기분이었을까. 하지만 이 곳은 아직 완연한 공원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손 볼 곳이 많아보였다.

나무와 풀들은 사람의 손길이 오래도록 닿지 않아 불규칙하게 자라 있었다. 덩그러미 흙만 남은 공터에는 죽은 나무의 흔적이 보였다. 나무 뿌리와 가지가 마구 엉겨붙어 마치 죽은 송장의 헝클어진 머리카락 같았다. 4월의 뙤약볕을 한 뼘이라도 가려줄 그늘 하나, 쉬어갈 벤치 하나 없었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1.04.05 sungsoo@newspim.com

사실 서울시가 이 곳에 공원을 만드는 데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공원조성을 놓고 땅 소유자인 대한항공과 법적 다툼까지 갈 수 있을 정도로 갈등을 겪어 왔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작년 6월 12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서울시의 공원화 추진이 부당하다며 고충민원을 신청했다. 반면 서울시는 공공을 위한 공원화 계획을 포기할 수 없다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대한항공은 당초 이 땅에 한옥호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인수했지만 각종 규제에 막혀 모두 무산됐다. 이후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부지매각을 검토하던 도중 서울시의 문화공원 지정 추진, 강제수용 의사 표명으로 갈등을 빚었다.

실제로 부동산업계에서는 송현동 부지에 공원을 만드는 것은 토지의 이용가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비효율적 규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시에는 이미 '비오톱'으로 보존하는 땅이 많은데 송현동처럼 개발 가능한 토지에 공원을 만들어 보존하는 것은 도시계획상 비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비오톱이란 특정 식물과 동물이 하나의 생활공동체를 이뤄 지표상에서 다른 곳과 명확히 구분되는 생물서식지를 말한다. 비오톱 1등급 토지는 개발이 절대 불가능한 땅으로, 그린벨트보다 더 강한 토지개발 규제를 받는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서울시 내 비오톱 1등급지 전체면적은 9829ha로 서울시 면적의 16.15%를 차지한다. 비오톱 1등급지 중 대부분은 녹지지역(85%)이지만 주거지역도 15%에 이른다.

반면 종로구 송현동 48-9번지는 도시지역, 제1종 일반주거지역, 제1종 지구단위계획구역(북촌 지구단위계획)으로 개발이 가능한 땅이다. 1종 일반주거지역은 비교적 저층주택으로 구성된 주거환경을 갖춘 지역이다.

건폐율(대지면적에 대한 건물 바닥면적 비율) 60% 이하,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 비율) 150% 이하가 적용되며 금융업소, 사무소,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점, 동물병원, 학원, 서점, 사진관, 표구점, 종교집회장 등을 지을 수 있다.

김종율 건국대학교 미래지식교육원 자산관리과정 대표강사는 "송현동처럼 서울 한복판에 있는 비싼 땅에 세금으로 공원을 만드는 것은 토지의 이용가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행위"라며 "도심 내 개발 가능지를 빈 땅으로 둬야 한다는 점에서 자원 낭비"라고 말했다.

고상철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서울시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지향하는 것은 합당하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송현동 부지를 공원으로 사용하려면 그 땅의 지리적 특성에 맞는 도시계획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 [사진=김성수 기자] 2021.04.05 sungsoo@newspim.com

◆ '기구한 역사' 송현동 땅…"역사성 감안, 시민에게 돌려줘야"

하지만 송현동의 역사를 보면 이 곳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보존하려는 서울시의 '피땀어린 노력'에 일견 수긍이 갔다. 송현동 부지는 외세에 짓밟혔던 조선시대 왕조의 말로를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었다.

애초 송현동 부지는 조선시대 왕족의 궁이었다가 조선 말 우국지사의 집으로 사용됐다. 이 곳에는 영의정 김석진이 살았지만 1910년 한일합병에 항거해 아편을 먹고 자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제강점기가 되자 이 곳은 친일파 윤덕영, 윤택영 형제의 집터로 사용됐다. 윤덕영은 지난 1910년 한일병합 조약 체결 당시 윤택영, 민병석과 함께 고종과 순종을 협박해서 국새를 빼앗는 방법으로 조약 체결에 가담한 인물이다. 이 일로 그는 일본제국으로부터 훈1등 자작(子爵) 작위와 합방 은사금 5만엔을 받았다.

귀족 계급에는 공작, 후작, 백작, 자작, 남작의 5가지가 있다. 자작은 밑에서 두번째 순위다. 윤덕영이 한일 합방을 강제로 체결하려 하자 그의 조카 딸인 순정효황후가 자신의 치마 속에 옥새를 숨겼으나 그가 조카 딸을 협박해서 옥새를 탈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1920년에는 송현동 부지에 일제 수탈에 사용된 조선식산은행의 사택이 들어섰다. 조선식산은행은 조선총독부의 산업 정책을 금융 측면에서 뒷받침했던 핵심 기관 중 하나다. 지난 1918년 10월 대한제국 말기에 설립된 한성농공은행 등 농공은행 6개를 합병해 설립됐다.

이 은행은 중일 전쟁 이후로 약 8년간의 전시상황 속에서 일본 정부의 전쟁 수행을 위한 군수산업 부문에 자금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했다. 채권 발행과 강제 저축을 통해 조선의 자금을 흡수해서 이를 일본 제국에 제공한 것이다.

중일 전쟁(中日戰爭)은 1937년 7월 7일 일본의 중국 대륙 침략으로 시작해서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계속된 중화민국과 일본 제국 사이의 대규모 전쟁을 말한다.

이후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조선이 해방됐지만 또다시 이 땅은 외세의 발 아래 놓였다. 미국 대사관 직원들의 숙소로 사용된 것이다. 정작 서울시민들은 높은 담에 막혀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지난 1997년 삼성생명이 국방부로부터 이 땅을 매입하면서 민간 소유로 넘어왔고 그 후로도 23년간 공터였다.

서울시는 이처럼 송현동 부지가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서울시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복궁 옆에 있는 입지 조건과 왕족, 친일파, 미국 등을 거쳤다는 역사성을 감안하면 대한항공 계획대로 호텔과 같은 상업시설을 짓는 것은 반대한다는 의견이다.

서 대행은 힘주어 말했다. "서울시민들이 110년간 용산공원 안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울타리만 보고 살았지 않습니까? 우리 땅인데도 우리가 용산 공원을 등지고 110년을 살았던 겁니다. 근데 이제 드디어 용산공원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종로구 송현동 부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110년간 서울시민들에게 '금단의 땅'이었지만 이제는 서울시민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송현동 부지는 우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선매입하고 향후 서울시 유지와 교환하는 방식으로 공원화 작업을 추진한다. 현재 서울시는 송현동 공원과 교환할 시 부지에 대해 LH와 논의하고 있다. LH는 도심 내 수도권 주택공급지가 될 만한 부지를 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새 시장이 취임하면 공원화 작업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서 대행은 이같은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음 서울시장이 선출돼도 공원은 그대로 조성될 겁니다. 안 그러면 저희가 모두 거짓말한 게 되는걸요."

 

sungsoo@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이재명의 사람들] '집사' 김남준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김남준 대통령 제1부속실장은 '진심으로 이재명을 위하는 사람'으로 꼽힌다. 지난해 총선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로서 확고한 리더십을 확립하면서 '이제는 민주당 의원 170여명 모두가 친명(친이재명)'이라는 말이 나올 때도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의 안위와 향후 행보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진짜 이재명의 사람'으로 평가받았다. 그렇기에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의 선택에 매번 신중하고 우려스러운 시각을 나타냈었다. 일례로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의 당대표 연임을 반대했다. 지난해 6월쯤 당내 기류는 '리더십이 공고한 이 대통령이 한번 더 당대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참모인 김 실장은 "당을 위해선 연임을 하는 게 맞겠으나 본인(이재명)의 대권을 위해선 안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었다. 조기대선을 예상할 수 없던 그 시점에는 연임하는 당대표가 2026년 지방선거 공천까지 책임질 각오를 해야 했다. 이미 총선을 압승으로 이끈 '성공한 당대표'였던 이 대통령이 굳이 연임해서 지방선거라는 변수를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게 김 실장의 시각이었다. 김남준 제1부속실장. [사진=김남준 SNS] 2022년 대선에서 패배한 이 대통령이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참전하는 것도 반대했다. 대신 원외에서 당대표에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이 대통령이 너무 일찍 국회에 입성하면 이미지나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클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오로지 '대통령 이재명'이 되는 데 유리한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한 것이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이 대통령의 'PI'(President Identity)를 고민하면서 온화하고 무게감 있는 이미지를 부각하려고 애썼다. 성남시장이나 경기도지사 때 이 대통령의 강한 이미지가 두드러진 만큼 대통령으로서는 신중함을 강조하려고 뒷받침했다. 그러한 노력 중 하나가 이 대통령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못남기도록 비밀번호를 바꾼 일이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소통에 능한 이 대통령이 밤 늦은 시각에 '날 것 그대로'의 발언을 올릴까 우려해서다. 현안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이 가능한 이 대통령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짧은 공중파 방송 인터뷰보다 1시간 이상 길게 이야기할 수 있는 유튜브 방송에 이 대통령이 출연하도록 조언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성남 지역 케이블방송 기자 출신으로 이 대통령과 함께 일한 지는 10여년 정도 됐다. 2014년 재선 성남시장이던 이 대통령은 김 실장에게 성남시 대변인 자리를 제안했다.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에 당선됐을 때는 경기도청 언론비서관으로 일했다. 이후 국회에 입성해서도 김 실장은 의원실 보좌관, 정무조정부실장 등을 역임하며 이 대통령의 최측근에서 보좌했다. 이번 대선 선거대책위원회에선 후보 일정팀 선임팀장을 맡았다. 언론인 출신인 만큼 언론 소통을 총괄해왔다. 국회 기자들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의 수사와 재판을 취재하는 법조 기자들도 김 실장이 직접 소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력 좋은' 이 대통령의 일정을 보좌하느라 계엄 직후인 올해 초에는 한동안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업무를 보기도 했다. 김 실장이 담당할 제1부속실은 대통령의 일정, 수행, 현안보고 등 대통령을 최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곳이다. 매 정권마다 대통령의 복심이 제1부속실장 자리를 맡아왔다. '문고리' 혹은 '문지기' 권력으로도 불린다. heyjin@newspim.com 2025-06-13 14:08
사진
李대통령, 오광수 민정수석 사의 수용 [서울=뉴스핌] 이영태 선임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전날 밤 사의를 표명한 오광수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의 사의를 수용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오광수 민정수석이 어젯밤 이재명 대통령께 사의를 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광수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 [사진=대통령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공직기강 확립과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의 중요성을 두루 감안해 오 수석의 사의를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개혁 의지와 국정 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이에 발맞춰 가는 인사로 조속한 시일 내에 차기 민정수석을 임명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차명 부동산과 차명 계좌 의혹으로 오 수석이 물러난 만큼 차기 민정수석 검증 기준에 청렴함 등이 포함될 것이야는 질문에 "일단 저희가 가지고 있는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이를 시행할 수 있는 분이 가장 우선적인 이재명 정부의 인사검증 원칙이라고 할 수 있겠다"며 "새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그 기대에 부응하는 게 첫 번째 사명"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오 수석 건을 계기로 인사 검증 기준이라 원칙이 마련될 수 있느냐는 질의에는 "이 대통령이 여러 번 표방했던 것처럼 우리 정부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실용적이면서 능력 위주의 인사가 첫 번째 가장 먼저 포방될 원칙"이라며 "그리고 여러 가지 우리 국민들이 요청하고 있는 바에 대한 다방면적인 검토는 있을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medialyt@newspim.com 2025-06-13 09:43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