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로서 '괴물'을 통해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지 조금은 알 수 있었던 작품이었어요. 제가 맞는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줬고요."
2005년 영화 '새드 무비'를 통해 아역 배우로 먼저 대중에게 인사한 여진구가 16년차에 인생작을 만났다. 가상의 도시 만양에서 펼쳐지는 괴물 같은 두 남자의 심리 추적 스릴러를 그린 JTBC '괴물'을 통해 만양 파출소로 오게 된 한주원을 연기하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여진구 [사진=제이너스 엔터테인먼트] 2021.04.12 alice09@newspim.com |
"이번 작품을 보시고 영화 '화이'가 생각난다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괴물'을 준비할 때 '화이'를 신경 쓰진 않았지만 오랜만에 묵운 감정선을 가진 작품으로 인사드린다는 생각에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사실이에요(웃음)."
이 작품은 고요했던 만양 마을에 살인 사건이 시작되면서 이야기가 출발한다. 여기서 여진구가 맡은 한주원은 차기 경찰청장의 유력한 후보인 아버지를 둔 든든한 배경까지 모든 걸 다 갖춘 인물이다.
"사실 '괴물' 속에서 처음과 마지막 회에서 가장 큰 변호를 맞는 캐릭터가 주원이라고 생각했어요. 주원이도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공간이 바로 만양이거든요. 처음 감독님, 작가님과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을 때 1~8회가 1부, 9~16회 2부로 나뉘어 전환을 맞이하는 인물이었어요. 1부에서 2부로 넘어갈 때, 사람이 확 변하는 모습은 보여드리고 싶지가 않았어요."
살인사건을 벌인 괴물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결국 주원도 괴물을 잡기 위해 괴물이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여진구 역시 이러한 감정의 변화를 연기로 표현하기 위해 초반부터 엄청난 몰입을 해야만 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여진구 [사진=제이너스 엔터테인먼트] 2021.04.12 alice09@newspim.com |
"주원이는 스스로를 만양 사람들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부인하던 주원이 그 사람들의 결을 닮아가는 모습을 언제 인정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 부분이 주원이를 연기하는데 변화를 줘야하는 포인트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2부의 메인 감정선이었고요. 주원이는 제가 지금껏 보여드린 모습과 다른 인물이에요. 과신도 있고, 사람에 대한 편견이 심해서 초반에는 저도 재수가 없다고 느꼈거든요. 하하. 하지만 그런 감정을 바탕으로 둬야 후반으로 갈수록 주원이의 행동이 시청자들에게 이해받을 수 있을 것 같았죠."
한주원은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이동식(신하균)과 팽팽한 대립을 선보인다. 후반에는 공조를 위해 손을 잡지만, 친밀감과는 거리가 멀다. 두 사람 역시 이러한 긴장감을 놓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신하균 선배랑 계속 이야기하면서 상기 시킨 내용이 바로 팽팽함이었어요. 서로 공조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초반에 보여드린 이동식과 한주원의 그 긴장감을 잃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대사에 친밀감이 높아 보이는 대사도 있었는데, 작가님도 친밀감을 의도하고 쓰신 것 같진 않았어요. 그저 두 사람의 파트너십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신하균 선배와 같이 연기하면서 정말 배울 점도 많았고, 재미있던 기억이 많아요."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여진구 [사진=제이너스 엔터테인먼트] 2021.04.12 alice09@newspim.com |
이 작품을 통해 '인생 캐릭터' '인생 작품'이라는 수식어를 얻어냈다. 전작 '호텔 델루나'와 정 반대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부담감도 컸을 법 했지만, 한주원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면서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 작품을 준비하고, 연기하면서 시청자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어요. '괴물'이 사랑받고, 한주원 캐릭터가 사랑을 받으면서 많은 점을 배웠던 것 같아요. 배우로서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지 조금은 알 수 있었고요. 연기를 함에 있어서 어떻게 임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사랑을 받을 수 있는지. 100%의 확신은 아니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 조금의 답을 얻은 작품이에요."
OCN '왕이 된 남자', tvN '호텔 델루나', 그리고 이번 '괴물'까지. 출연하는 작품마다 높은 시청률과 탄탄한 연기로 대표작을 갈아치우고 있다. 그는 "매 작품이 대표작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사실 대표작은 배우 본인이 꼽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번엔 많은 분들이 '괴물'을 대표작으로 꼽아주셨으면 해요(웃음).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보여드린 작품이 매번 대표작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고요. 작품으로 인사를 드릴 수 있는 것 자체가 저에겐 원동력이자 부담으로 오는 양날의 검 느낌이에요. 좋은 평을 듣기 위해 더 열심히 하고 있고요. 저에겐 요 몇 년 동안 행복한 순간들이 계속해서 펼쳐지고 있는데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제일 커요. 하하."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