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류승완 감독이 영화 '모가디슈'로 또 한번 국내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전작 '베를린' '군함도' 그리고 '모가디슈'까지 강렬하고 극적인 역사적 사실들을 바탕으로 힘 있는 캐릭터와 서사를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류승완 감독은 지난 10일 진행된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개봉 3주차를 맞아 '모가디슈'가 극장가에서 순항 중인 소감을 말했다. 코로나19 4차 확산으로 어느 때보다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지만, 그의 존재감과 '모가디슈' 흥행세는 업계와 관객들에게 어느 때보다도 희망의 불씨를 불어넣고 있다.
"정말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여러분 덕분에 기적적으로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진심으로요. 몇 번 개봉이 미뤄졌다고는 하지만 실제론 개봉 거의 직전까지 계속 후반작업을 했어요. 여름 개봉을 두고는 '이게 맞냐' 하는 고민들은 있었죠. 지금 후반 작업을 맡는 업체들이 굉장히 힘든 상황이에요. 영화 개봉을 못해서요. 앞에 작품들이 개봉을 해줘야 하는데 꽉 막혀있죠. 흥행이나 시장 환경 때문에 개봉 시기를 정한다는 건 지금 불가능한 얘기 같아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모가디슈'의 류승완 감독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21.08.12 jyyang@newspim.com |
'베를린'과 '군함도'에 이어 굵직한 역사적 사실을 스크린으로 옮겨온 류 감독. 그는 "군함도를 하면서 이 영화를 할 수 있는 체력이 길러졌다"고 털어놨다. '모가디슈'는 실제 있었던 우리나라와 북한 대사의 소말리아 내전 탈출기의 실화가 모티브가 됐다. 류 감독은 영화보다 더 극적인 현실의 기록들을 보며 느꼈던 점을 하나씩 곱씹었다.
"당시에 루마니아 대사관 사람들이 같이 한국 대사관에 머물다가 탈출했다고 하고 북한 대사관은 8번 정도 습격을 당했다고 해요. 차마 영화에는 담지 못한 극적인 비화들도 많이 있었죠. 시체들로 반군들이 바리케이트를 만들었다거나 하는 신들을 다 표현하다보면 제가 자극적으로 이용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요. 이미 더할나위없이 극적인 상황이 넘쳐나서 뺄셈이 중요한 작품이었어요. 선택과 집중이 다였죠. 무엇을 어떤 시각에서 보여줄 것인가 고민했고 다 보여주다간 포커스가 뭉개질 위험이 컸어요."
영화에서 류 감독이 추가한 장치라곤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향하는 차량에 책으로 방탄장치를 했다는 설정 뿐이었다. 이를 두고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관객도 없지는 않다. 역시나 "방탄장치 하나 없이 살아나온 이들의 얘기가 더 영화같았다"면서 오히려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였음을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모가디슈'의 류승완 감독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21.08.12 jyyang@newspim.com |
"실제 사건에서는 방탄장치가 없이 탈출을 감행했다고 해요. 정부군에게 오인 사격을 받는 것도 미등록 차량이 나타나자 그냥 쏘기 시작한 거였고요. 반군 지역을 또 관통하다가 양쪽의 총격을 받게 된 거죠. 이탈리아 대사관 50m 앞까지 추격을 당하다가 거기가 국가 분쟁의 마지노선이어서 계속 총을 난사당한 거죠. 그 난리통에 '기적적으로 한 사람만 희생당했다'는 표현을 쓰셨는데 진짜 믿겨지지가 않잖아요. 오히려 설득력을 주기 위해 최소한의 장치를 해야겠다 싶어 책을 붙이게 됐죠. 현실이 사실은 훨씬 더 영화 같더군요."
특히 '모가디슈'에서는 냉전시대였던 1991년을 배경으로 UN 가입을 위해 수만리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 애쓰던 남북 대사관의 신경전부터, 급변하는 정세와 상황 속 개인과 국가의 관계, 그 가운데 인간 군상 등 다양한 요소를 함께 담아냈다. 이 가운데서도 류승완 감독은 "그래도 사람에 가장 집중했다"고 연출 포인트를 밝혔다.
"너무 많은 요소들이 혼재돼 있어서 어디에 포커스를 맞추느냐에 따라 다른 영화가 돼요. 소재가 굉장히 무겁고 크기까 오히려 사람에 집중해야 흔들리지 않고 갈 수 있을 것 같았죠. 다른 건 그저 질문 정도만 던져보자 싶었어요. 그냥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제 능력으론 벅찬 일이었거든요. 결국은 사람들과 그 심리 상태가 가장 중요했어요. 스펙타클의 함정에 빠질 수 있는 요인들이 많았지만 스스로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어느 하나 빠뜨릴 수 없었던 것도 물론 맞지만 그래도 인물들의 심정을 관객들이 같이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제 영화의 가장 큰 포인트예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1.08.12 jyyang@newspim.com |
그런 그의 노력이 통한듯 영화를 보고 나온 이들은 류승완 감독의 호흡에 몸을 맡기고 극중 인물들의 감정에 동화돼 뜨겁게 감동했다. 그리고 "감독이 관객을 쥐락펴락한다"는 등의 호평을 쏟아냈다. 류 감독은 "여전히 어렵다"면서 고개를 저었다.
"신작을 촬영 중인데 연출이 여전히 어려워요. 과연 어떻게 보실까 어떻게 반응하실까 하는 게 예측이 안되죠. 관객들 마음을 훔친다는 것만큼 힘든 일이 없어요.(웃음) 조금 더 나아지려고 노력할 뿐이에요. 영화란 게 신기한 게 본인들의 경험, 체험, 자신들의 취향에 따라 같은 장면도 다 다르게 반응하죠. 그 정도는 이제 알겠어요. 모두가 똑같은 반응을 보일거라 기대하는 건 순진한 생각이라는 걸요. 그저 보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걸 보여드리는 거고 관객들이 좋아해주시면 좋겠다는 큰 원칙은 변함없어요. 앞으로도 좋은 장면과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뿐이에요."
200만 관객 돌파를 눈 앞에 둔 '모가디슈'. 올해 최악의 코로나 상황으로 침체된 한국 영화계에서 여름 텐트폴 개봉을 확정하며 희망을 쏘아올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항간에서는 '모가디슈' 역시 넷플릭스나 여타 OTT 플랫폼 공개를 고민하지 않았는지 궁금해했다. 류승완 감독은 조금은 고집스럽지만 분명하게, 자신에게 극장이 어떤 존재인지 그 특별함을 강조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건 인생의 한 순간을 그곳에서 보내는 느낌이에요. 저한텐 너무나 특별하죠. 힘들 때 지켜준 곳이고 지금도 꿈을 꾸는 곳이고 꿈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는 곳이니까요. 직업 그 이상의 의미예요. 스펙타클을 떠나 영화 속 인물의 클로즈업, 눈동자를 통해 반사되는 불빛, 세세한 소리들, 더운 여름에 날아다니는 모기 소리, 실제 비행기를 탄 듯한 사운드와 분위기. 이걸 핸드폰으로는 경험할 수 없다고 봐요. 당연히 유혹이 있지만 더 큰 뭔가가 있었죠. 김윤석 선배님도 '우리 영화는 절대 스트리밍으로 보낼 수 없다'고 할 정도로요. 흥행 차원의 문제가 아니에요. 정말 손익구조만 생각했다면 다른 방법을 택했겟죠. 저희한텐 관계의 문제같아요. 영화를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어떻게 만날 것인가 하는 얘기죠. 극장이 사라지지 않는 한 저는 극장용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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