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박정민이 영화 '기적'을 통해 순수하면서도 진솔한 이야기의 따뜻한 힘을 추석 극장가에 전한다.
박정민은 7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오는 '기적'의 촬영을 무사히 마치고 개봉을 앞둔 소감을 얘기했다. 코로나19로 한 차례 개봉이 밀렸지만 "더 좋은 시기에 찾아뵙게 된 거라고,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웃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기적'에 출연한 배우 박정민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21.09.07 jyyang@newspim.com |
"고등학생 역이 처음에 부담은 됐어요. 저는 그냥 하면 할 수 있죠. 근데 보시는 분들이 어떻게 느끼실 지가 중요하니까요. 과연 나를 고등학생으로 인정해주실 수 있을까. 하하. 감독님이 30대 준경이로 시작해서 10대로 시간을 돌리는 건 어떻냐, 나중에 나이든 준경이가 나오는 걸로해볼까 등등 대안을 많이 제시해 주셨었어요. 결국 합의에 이른 건 '지금 시나리오가 좋으니 이것대로 가시죠' 했던 거죠. 장난처럼 얘기했지만 같은 반 친구들이 진짜 고등학생들만 아니면 충분히 어우러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모두가 또 저를 고등학생으로 대해주니까 잘 몰입할 수 있었죠."
극중 박정민이 연기한 준경은 영주의 한 시골 마을에 간이역을 세우고자 대통령에게 56통이 넘는 편지를 보낸 인물이다. 뛰어난 머리를 타고난 수학, 과학 영재지만 누나 보경(이수경) 때문에 좀처럼 시골 집을 떠나지 못한다. 라희(임윤아)와 로맨스로 얽히면서 간이역도, 준경의 꿈도 점차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준경과 각 인물들이 맺는 관계가 다 달라요. 라희 대할 때, 보경이 대할 때, 아버지에게도 다르게 대하죠. 막연히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촬영 들어가선 괜한 걱정이었단 걸 알게 됐어요. 각자가 연기하는 것에 충실하게 반응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요. 모든 배우들, 여러 분들 덕분에 영화가 잘 흘러갈 수 있었죠. 보경 역의 수경이는 저보다 어리지만 '니가 동생인데 나보다 누나니까 어떻게 해야겠어?' 이런 얘긴 안했어요. 하하. 성격이 굉장히 털털하고 당당하고 멋진 친구죠. 실제로도 좀 누나같은 느낌도 있고요. 호흡에 전혀 걸림돌이 없었고 저는 사실 수경이가 하는 거 받아내는 데 급급했던 느낌이에요. 모든 면에서 제가 더 많이 받았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기적'에 출연한 배우 박정민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21.09.07 jyyang@newspim.com |
청와대에 편지를 쓰고,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수학경시대회 1등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던 준경처럼, 박정민도 간절히 원했던 기적을 이룬 경험이 있을까. 그는 "저는 그 과정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 연기를 시작하고 작품을 하나씩 만나며 여기까지 온 게 기적 그 자체라는 얘기였다.
"지금이 기적을 이뤄가는 과정이 아닐까 해요. 중간 중간 작은 기적들이 일어나기도 했죠. 그런 기회들을 만나왔고 그래서 또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계속 그런 기적들이 일어나길 바라면서 지내야 하지 않을까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제가 다니는 학교에 다니게 된 것도, 데뷔작 파수꾼도, 그 이후로 많은 작품들을 만난 것도 기적같은 일이니까요. 늘 감사할 따름이에요. 제게 작품과 역할을 제안해주시고 캐스팅해주시는 게요. 감사해서 또 여러 작품을 계속 하게 되고 그게 다작이라면 다작을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흔히 아는 경상도 사투리와는 또 다른, 영주 사투리를 극 내내 쓴 것도 박정민에겐 처음이었다. 영화에선 1986년을 배경으로 하는 덕분에 30대부터 그 이상 세대까지 폭넓게 공감할 만한 아이템과 소품들이 다수 등장한다. 박정민 역시도 그 중 몇개를 꼽으며 즐거워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기적'에 출연한 배우 박정민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21.09.07 jyyang@newspim.com |
"사투리 선생님이 현장에 상주해계셨어요. 촬영 전에도 나름 여러 가지 방법을 써봤는데 영주에 있는 문화원에 가서 오래 사신 분들을 섭외해서 말씀하시는 걸 녹음해서 들어보고. 잘못된 단어 없는지 검수도 받아보고요. 안동, 대구에서도 여러 분들을 만났고 그냥 경북사투리 치면 나오지 않는 영상들을 추천해주셨어요. 그런 걸 두루 참고했죠. 영화 속에 나온 비디오 경고문은 저도 진짜 오랜만에 봤어요. 하하.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이런 멘트랑 호랑이 나오고. 현장에 그런 것들이 곳곳에 놓여있었어요. 굉장히 친근했던 건 이모 집에 항상 있었던 예전 쌀통이 세트장에 있더라고요. 누르면 1인분씩 나오는 거요. 인두로 녹여서 납땜하는 것도 그렇고요.(웃음)"
특히 박정민이 '기적'에서 호흡을 맞춘 소녀시대 윤아의 팬을 자처한 바 있어 이번 영화는 캐스팅 단계부터 주목받기도 했다. 그는 "생각보다 더 좋은 사람"이라고 윤아를 평하며 이번 영화가 스스로에게 준 의미를 곱씹었다. 이전에 혼자 땅굴을 파는 사람이었다면, 박정민은 '기적'을 통해 기꺼이 도움을 받아들이고 함께 해내는 사람이 됐다고 했다. 추석 극장가를 찾을 관객들에게도 분명히 힘이 될 만한 얘기였다.
"제 나이또래 남자 중에 소녀시대를 좋아하지 않은 분들이 없어요. 그렇다고 만났을 때 많이 어색하진 않았어요. 하하. 윤아씨가 워낙 좋은 사람이고 어색한 순간은 별로 없었죠. 촬영 들어갈 때 이미 친해져 있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 기억이 나지 않네요. 최애 멤버는 말할 수 없어요.(웃음) 소녀시대 곡 중엔 '힘내'를 가장 좋아했죠. 예전엔 늘 뭔가 혼자 해내야 하는 성격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남의 도움을 받는 방법을 잘 몰랐죠. 도움받는 느낌을 유쾌해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내가 잘해야지 남이 도와줘서 잘하면 무슨 소용이야' 하는 강박 같은 게 있었죠. '기적'을 만나면서 저만의 세계를 천천히 벗어날 수 있게 됐어요. 저한텐 고맙고 사랑스러운 영화예요. 같이 만든 사람들에게도 감사하고요."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