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10월 4일로 중국 국경절 황금 연휴가 피크에 접어들었다. 일주일 연휴(10월 1일~7일) 동안 중국내 전체 유커가 6억 500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속에 서비스 소비경제가 들끓고 있다. 사람들은 전국 유명 관광 유적지와 테마파크, 영화관, 산과 들을 찾아 휴식을 즐기고 있다.
중국 국경절 연휴 기간, 한국전쟁의 장진호 전투를 소재로 한 중국 영화 한편(장진호)이 중국 극장가에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매체들은 영화 '장진호'의 흥행을 대서특필하면서 시시각각 바뀌는 박스오피스를 전하느라 분주하다.
9월 30일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가 2억 위안을 넘더니 3일에는 15억 위안을 돌파, 국경절 주선율(체제 선전 영화) 영화 사상 새로운 흥행기록을 세웠다. SNS에도 영화 장진호에 관한 얘기가 도배를 이루고, 글 마다 수도 없이 많은 지지 댓글이 달리고 있다.
'오늘의 안정된 생활은 존귀한 그들의 피와 생명으로 바꾼 것이다. 우리가 영원히 '197653(중국군 희생자)'이라는 숫자를 기억해야하는 이유다'. 한 네티즌은 이렇게 적었다. 영화 장진호 신드롬. 영화는 현실의 적인 미국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고취하고 이 시점에서 강고한 항미의식이 왜 필요한지를 일깨운다.
주말인 2일 오전 장진호를 상영하는 베이징의 한 영화관. 러닝타임 3시간이 다가도록 화장실이나 스넥 바를 찾는 관중이 단 한명도 없었다. 몇분이나 되는 옌딩 자막이 끝났는데도 금방 자리를 뜨는 사람이 없었다. 천정 조명을 받으며 일어나는 사람들은 두 주목을 불끈 쥐거나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중국 2021년 국경절 주선율 영화 장진호의 한 장면. 뉴스핌 찰영. 2021.10.04 chk@newspim.com |
'장진호'는 중국이 격화하는 미중 대치속에서 창당 100주년과 건국 72주년을 맞은 가운데 공산당과 중국 인민해방군이 작심하고 공을 들여 제작한 영화다. 대표적인 체제 선전 주선율 영화로 인민해방군 8.1영화제작사가 편제에 참여하고 천카이거와 쉬커 린차오센 같은 중국 당대 최고 감독 3명이 공동 연출을 맡았다.
중국은 영화 장진호에서 현재 진행형인 '미중 전쟁'을 과거 한국전쟁 당시 펼쳐진 미중간의 장진호 전투에 오버랩시켜 14억 인민을 대상으로 항미의식을 계몽한다. 영화 '장진호'의 전투는 철저히 미중 두나라간의 전쟁이다. 간간히 언급되는 대한민국의 지명이 아니라면 이 전투가 대체 어느나라서 치러진 전쟁인지 알수 없을 정도다.
중국은 강인한 정신력으로 이겼다며 장진호 전투를 미국에 대한 승리의 전쟁으로 기록하고 있다. '우리적이 이런 결기를 가진한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그들을 이길 수 없다'. 영화 장진호에서 맥아더 장군은 눈을 부릅뜨고 총을 겨눈채 영하 40도의 혹한속에서 눈보라를 맞으며 동사한 중국 군을 보면서 이렇게 말한다.
영화를 보고 난뒤 중국인 친구를 만나 저녁을 하게 됐는데 이 친구는 자신도 영화를 보면서 "여러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다"며 "감동스럽고 조국(중국)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장진호 전투가 우리 대한민국으로서는 참으로 유감스럽고 불편한 사건"이라고 말하자 그는 공감을 못하겠다는 뜻으로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한중이 비록 경협과 우호교류를 확대해온 수교 29년 차의 선린관계지만 영화 장진호를 얘기하는 도중 두나라를 가르는 좁히기 힘든 간극이 절감됐다.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